소천아동문학상 수상 작가 원유순 동화집
여섯 가지 단편에 담긴 고민,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만나 보세요
산속에서 상처 입은 야생 동물을 만난다면,
같은 반 싸움짱에게 앙갚음할 기회가 온다면,
길가에서 죽어 가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면,
언어도 문화도 너무 다른 사촌 동생을 만난다면,
할머니가 손주인 나보다도 그림이 좋다고 하면,
아빠 공장에서 달아난 일꾼 아저씨가 울면서 부탁을 해 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어린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동화
길에서 죽어가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은선이는 애완동물을 만지지 못하는 자기 대신 고양이를 살려 줄 사람을 찾아 나서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마음은 있지만 직접 고양이를 도울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은선이, 애완동물을 사랑한다면서도 ‘병에 걸렸을지 모르는 길고양이’는 싫어하는 친구, 병원으로 데려와야 치료해 준다는 의사, 바쁘게 지나쳐 간 수많은 사람들…… 이들 중 누가 가장 착하다고, 가장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질문을 담은 표제작 「고양이야, 미안해!」는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 받아 이미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다.
동화집 『고양이야, 미안해!』에는 각각 다른 상황에서 다양한 존재와 고민에 맞닥뜨린 아이들을 그린 여섯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책 속에는 죽어가는 고양이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상처 입은 오소리를 보살피는 진돗개도 있고(「도도야, 어디 가니?」), 텅 빈 교실에서 같은 반 싸움짱에게 몰래 앙갚음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아이(「체육 시간」), 사촌 동생을 좋아하면서도 문화와 언어가 달라 사이가 틀어진 아이도 있고(「조나단 알기」), 뒤늦게나마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손녀딸(「우아하고 고상한 우리 할머니」)도 있다. 아빠네 공장에서 돈을 떼먹고 달아난 외국인 노동자 아저씨와 맞닥뜨린 아이는 도와 달라며 눈물을 흘리는 아저씨와 고생하며 일하는 부모님 모습이 겹쳐지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전화 한 통만」). 주인공 어린이들은 가족처럼 익숙한 존재들에게서 낯선 면을 발견하고, 아주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모순된 행동을 하는 사람보다 동물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관계를 경험하며 상처를 받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며 성장한다.
십대로 들어서는 초등학교 중학년은 나와 가족이라는 세계에서 조금 더 넓은 세계로 조금씩 테두리를 넓혀 가기 시작하는 시기다. 작가는 어린이들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아주 일상적인 사건 속에 다양한 관계와 가치관을 담아,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들이 더 넓은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주인공들과 함께 고민하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
어린이가 가진 순수한 마음과 용기
「고양이야, 미안해!」의 주인공 은선이는 새끼 고양이를 모른 척하려다가, 끝내 자기 마음을 속이지 못하고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 「전화 한 통만」의 주인공 우주도 마찬가지다. 아빠의 공장에서 돈을 빌려 달아난 외국인 노동자 핫산을 잡아야 할지, 그의 간절한 청을 들어주어야 할지 망설인다. 한번 달아난 적이 있는 그를 믿어도 될지, 부모님이 안 계시는 사이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결국 우주는 핫산을 도와주고, 안타까운 상황에 함께 눈물을 흘린다.
각 단편 동화의 주인공들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옳은 일이라면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지금까지의 동화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주인공들은 무척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존재들을 눈여겨보고,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린이 고유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싸움짱에게 앙갚음할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함께 놀자는 한마디에 금세 어두운 마음에서 벗어나고, 얄미운 사촌 동생이 우는 모습에 내가 먼저 다가갈 마음을 먹기도 하고, 원망하던 대상을 용서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가진 순수한 마음과 용기가 어려움 속에서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인 셈이다.
살아가다 보면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 옳다고 해도 실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옳은 판단을 하고 행동하기란 무척 어렵다. 하물며 어린이들에게는 더 그럴 것이다. 작가는 어린 주인공들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갈등이 아름답게 해결되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 줌으로써, 그 과정과 노력이 의미 있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책 속의 모든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너무 늦어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양이가 사라진 자리에서 뒤늦게 후회하는 은선이, 핫산과 함께 기도하며 울어 버린 우주와 함께 고민하고 가슴 아파한 독자들이라면 언젠가 조금 더 자란 뒤에는 더 지혜롭게 갈등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고양이야, 미안해!』는 현실과 갈등을 미화하지 않음으로써 어린이 독자들이 자신과 많이 닮은 평범한 주인공에게 깊이 공감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자문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발견하도록 북돋운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글과 그림의 조화
한국 어린이문학을 대표하는 원유순 작가는 오랜 교직 생활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일상과 심리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그 속에 소중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 낸 따뜻한 동화를 선보여 왔다. 교훈과 감동, 감수성이 뛰어난 원유순 작가의 작품들은 어린이와 어른, 교사 독자로부터 고른 사랑을 받는 동화로 손꼽힌다. 특히 작가는 결혼이주 가정(『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카』), 탈북자 가족(『피양랭면집 명옥이』)을 등장시키는 등 동화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현실을 소개하고, 이해하게 하는 데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고양이야, 미안해!』에서도 언어와 문화가 다른 가족, 외국인 노동자의 아픈 사연에서부터 지금도 도시 어디에선가 외롭게 죽어갈 작은 생명 등을 다루며 어린이들이 나와 다른 존재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원유순 작가 특유의 풍부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는 독자들이 주인공 어린이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독자들은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문하는 사이, 어떤 구체적인 정답보다도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평범한 일상 공간을 변화시키는 노인경 화가의 그림도 이 책의 매력이다. 절제된 색감으로 길게 이어지는 골목에서는 외로움이 느껴지고, 익살스럽게 과장된 캐릭터에서는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함이 느껴진다. 이처럼 작품에 대한 해석을 색감과 구도로 승화시킨 본문 그림은 어린이 독자들이 작품과 등장인물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