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왜 우리를 찾아온 걸까?”
고래는 드넓은 바다를 누비고 다니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고래가 어느 날, 강을 거슬러 올라와 도시 한복판에 나타난다면? 설마, 하는 일이 2006년 1월 20일 영국 런던의 템스 강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5미터 길이의 북방병코고래 한 마리가 템스 강을 헤엄쳐 올라와 강가에 좌초되고 만 것이다. 해상구조대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틀 동안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모든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래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고래는 왜 우리를 찾아온 걸까? 혹시 우리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었던 건 아닐까?
책콩 어린이 시리즈 14권인 『오늘 아침에 고래를 만났습니다』는 영국 런던의 템스 강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 환경 보호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이다. 영국의 저명한 아동문학가인 마이클 모퍼고의 담담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글과 ‘현대의 드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크리스천 버밍엄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탄생시켰다.
마이클은 새벽이면 홀로 템스 강가로 나가 새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 고래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헤엄쳐 오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처음에는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살아 숨 쉬는 고래였고, 뜻밖에도 고래는 마이클에게 도움을 청한다.
영국의 저명한 아동문학가인 마이클 모퍼고는 담담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글을 통해 실제 사건을 소년과 고래가 주인공인 훌륭한 동화로 재탄생시켰다. 마이클이 고래를 만나는 전반부는 환상적인 판타지 동화처럼, 고래 구출 작업이 진행되는 후반부는 한 편의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처럼 구성되어 있어 마치 두 편의 작품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또한 ‘현대의 드가’라고 불리는 크리스천 버밍엄의 아름다움 삽화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 그렇다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템스 강을 거슬러온 고래가 마이클에게 전한 간절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처음부터 이 지구를 함께 소유한 거야. 내가 먼 길을 헤엄쳐 이렇게 너를 보러 온 까닭도 그 때문이란다. (……) 나는 너무 늦어 버리기 전에 너희가 살 수 있도록 도와주러 온 거야. 너희가 살아야 우리를 구해 줄 테니까. 할아버지가 그러셨어. 우리는 인간 없이는 살 수가 없고, 인간들도 우리 고래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본문 25쪽
고래는 마이클에게 세계 곳곳의 인간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현장을 이야기해 준다. 쓰레기에 신음하며 죽어가는 산호초와 거대한 그물에 걸려 죽어가는 장수거북, 상어와 돌고래들. 북극의 얼음 위를 배회하는 깡마르고 굶주린 북극곰, 낮이 밤처럼 보일 정도로 하늘을 연기로 가득 채운 채 불타고 있는 숲, 밀렵꾼들을 피해 새끼를 안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오랑우탄. 그리고 바닷가의 천막촌 사람들과 뼈만 앙상한 채 죽어 있는 아이까지. 고래는 이러한 인간의 환경 파괴와 악행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고래는 죽어가는 순간까지 마이클에게 약속을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마이클은 평생을 바쳐 고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마이클의 약속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 남극과 북극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그리고 고래의 눈물은 순전히 우리와 상관없는 그들만의 눈물일까? 결국엔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 모두의 눈물이 될 것이다.
“어른들은 욕심이 많아. 심장은 차갑고 마음은 닫힐 대로 닫혀 있지.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그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거야. (……) 아이들이라면 나를 구해 주었듯이 세계도 구할 수 있단다. 상황을 알게 되면 바로잡고 싶어할 거야. 이 할아비는 그럴 거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알아야겠지. 넌 가서 말해 주기만 하면 돼.”
-본문 34쪽
고래는 이제 아이들이 나서야 한다고, 어른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고래의 말처럼 심장은 차갑고 마음은 닫힐 대로 닫혀버린 어른은 고래의 메시지를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터전인 이 지구가 파괴되도록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어른들이 이젠 파괴를 멈추고 아이들과 함께 고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물론 그 방법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마이클이 고래의 말에 귀를 기울였듯, 하찮다고 여겼던 동물들의 말에, 작고 여린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첫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먼저 생각을 바꾸고 일상의 가능한 일부터 조금씩 바꿔 가다보면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지키고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