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으로 인해 상처받은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작품
〈박씨전〉에는 여성인 박씨의 활약상을 통해 실제 병자호란에서 졌던 치욕을 씻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 했던 당시 독자층의 소망이 담겨 있다.
병자호란은 조선과 청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당시 조정은 남한산성에서 항전했으나 얼마 못 가 항복했다. 그로 인해 인조는 세 번 절할 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땅에 찧도록 하는 굴욕적인 항복 의식을 치렀으며, 전쟁 후 50만 명의 부녀자가 청나라로 끌려가는 치욕을 당했다.
〈박씨전〉 전반부에서 보인 박씨의 능력이 가정 내에 국한되었다면, 후반부에서는 국가 전체의 흥망을 책임질 만한 것으로 부각된다. 허물을 벗고 아름다운 미모로 다시 태어난 박씨는 조선의 신통한 인물을 암살하기 위해 찾아온 청나라의 여성 자객 기홍대를 혼쭐내고, 용골대 형제를 피화당에서 크게 무찌른다. 청나라 무리 전체를 물러나게 한 박씨의 활약은 슬픔에 빠진 백성들에게 속 시원한 통쾌함을 전해 주었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어려운 일을 당할 때면 누군가가 나타나 이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좌절을 겪을 때면 좋은 일이 일어나는 상상을 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현실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소망을 작품 속에 구현하고 이를 사람들이 함께 읽으며 나누는 것, 이것이 문학의 즐거움이고 힘이다.
시리즈 특징
-현대의 화법으로 과감하게 다시 쓰다
재미만만 우리고전 시리즈는 ‘100년 전 이야기 방식과 똑같아야 고전다운 것’이라는 틀을 깨고,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화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했다.
아이들이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는 처음 부분은 상투적인 도입부를 과감하게 뛰어넘어 바로 사건이 전개되고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진행시켰다.
또, 길고 장황하게 이어지는 묘사글이나 서술글에서 불필요한 문장은 생략하고, 긴 대화는 두 사람이 짧은 대화로 주고받는 것으로 바꾸어서 전체적으로 글의 호흡을 짧게 다듬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조금 더 쉽고 속도감 있게 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 선정에서 집필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독서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어린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들로 가득한 고전, 또는 경험하기 어려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작품 선정에서 제외하였다. 교과서에 실린 작품, 또는 수능에 출제된 필독 고전이라 해도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구운몽〉이나 이팔청춘이 나누는 뜨거운 사랑 이야기인 〈춘향전〉 같은 작품은 사실 고전 중에서도 필독서로 꼽히기는 하지만 과감히 제외시켰다. 하지만 서사 구조가 뚜렷하고 문학성이 뛰어나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시켜 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은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김원전〉, 〈적성의전〉 같은 작품들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작품을 선정한 뒤 아이들의 눈높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동화의 형식과 화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동화 작가들이 작품을 집필하였다. 이들은 작품을 자신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개성을 불어넣어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고전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을 보탰다.
-재미 쏙쏙! 지식 쑥쑥! 〈더 알아볼까〉
‘재미만만 우리고전’ 시리즈에는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 고전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딱딱한 작가의 말이나 작품 해설이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 또는 고전에 담긴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자 하는 부모들을 위해 고전 작품 해설을 삽지 형식으로 넣었다. 한국고소설학회 회원이자 대학에서 고전을 가르치는 감수 위원들이 직접 해설을 쓰고 더 생각해 볼만한 점들을 짚어 주어 원하는 독자들이 깊이 있는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전 문학이 가진 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이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