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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중고도서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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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28g | 130*200*20mm
ISBN13 9791160404913
ISBN10 116040491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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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왜 지옥 여행인가

1장 지옥 인물 열전
: 지옥에서 만나는 악마
- 사탄은 잘생겼을까?
- 악마는 지옥에서 무엇을 할까?
- 지옥의 여신 ‘헬’

: 보살들은 왜 지옥에 갔나?
- 지옥에 간 지장보살
- 데바닷타는 지옥에 있을까?
- 세 명의 두자춘과 엄마

: 그리스신화 속 영웅과 악인들의 지옥 여행
- 최초의 지옥 여행객, 오디세우스
- 가장 잔인한 형벌의 주인공, 시시포스
- 세 번째 지옥의 인물, 탄탈로스

: 위인들도 피할 수 없었던 지옥
- 소크라테스는 모른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지옥 어디에 있나?
- 악마는 왜 브루투스를 물어뜯었나?

: 서양 중세 인물들이 상상한 지옥과 천국
- 천국에서도 과로 중인 중세의 성인들
-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 오페라로 유명한 잔니 스키키
- 우골리노 백작과 루제리 주교 이야기

2장 지옥은 가까운 곳에 있다
: 이야기의 단골 소재, 지옥
- 스크루지는 착한데 런던은 지옥
- 허클레비 핀의 천국 혹은 지옥
- 알고 보니 선악 강요하는 살인자
- 지옥을 여행하는 모티프

: 이승을 본떠 만든 지옥의 형벌
- 절대 악취의 냄새 지옥?
- 뿌린 대로 거두리라, ‘콘트라파소’
- 숟가락 지옥인가, 숟가락 천국인가
- 혓바닷에 황소가 올라간다면

: 눈 뜨고 코 베이는 ‘헬조선’
- 연애, 입시, 종교, 지옥게임 삼부작
- 지옥 없는 천국이 가능할까?
- 지옥에 내 자리는 있을까?

3장 지옥으로 가는 길
: 지옥의 위치는 어디일까?
- 내가 죽으면 일어날 일
- 지옥의 위치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
- 지옥의 입구 ‘임사체험’의 비밀
- 지옥의 입구와 정치적 중립

: 지옥의 가장자리 ‘림보’에는 누가 가나?
- 비어버린 림보
- 림보의 세 번째 주민
- 지옥 생활에도 끝이 있을까?

4장 최초의 지옥 이야기들
: 지옥을 다룬 네 편의 서사시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 단테의 《신곡》

: 지옥을 다룬 풍자적 작품들
- 루키아노스의 작품들
- 프랑수아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지옥 그림 갤러리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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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SNS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나라 이름을 따서 원소 이름을 짓기도 하더라. 프랑스는 프랑슘, 미국은 아메리슘, 일본은 니호늄. 한국은 이름을 딴 원소가 없어 아쉽네.” 답변이 걸작이다. “없긴 왜 없어, 헬조선이니 헬륨이잖아.” 당연히 말장난이다. 헬륨의 어원은 ‘헬리오스’, 그리스신화 속 태양신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냥 태양을 부르던 그리스 말이기도 하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아시다시피 ‘헬’과 ‘조선’의 합성어. 그나저나 지옥을 뜻하는 ‘헬’이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헬’은 여신의 이름에서 왔다. 북유럽신화에는 저승의 여신이 있다. 이 여신의 이름이 ‘헬(Hel)’이다. 여신이 사는 곳을 헬헤임 또는 그냥 헬이라 했다. 영어 ‘헬(hell)’의 어원이다. 그런데 이 장소는 지옥치고도 독특하다. 우선 어떤 사람이 헬에 가나?《에다》의 설명은 이랬다저랬다 한다. ‘귈피의 홀림’ 3장에는 악한 사람이 헬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34장에 보면 헬에는 ‘늙어 죽거나 병들어 죽은 사람’이 거주한다는 것. 늙어 죽거나 병들어 죽은 사람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은 사람이다. 과거 북유럽 사람들은 싸움을 즐기던 전사로 유명하다. 이 싸움꾼들이 보기에, 평화롭게 죽으면 나쁜 사람이고 전쟁터에서 죽어야 의로운 사람이었다는 걸까? 나같이 싸움 싫어하고 가늘고 길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지옥에 갈 놈’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pp.26,27

지옥 문제에 관심 많은 나로서는 신흥종교의 창시자가 가지는 특권이 대단해 보인다. 이 특권은 한마디로 ‘지옥설계권’이다. 지옥이 이렇게 생겼다고 한마디씩 던지면 나중에 경전 편찬자들이 지옥의 모습을 정리해줄 것이다.
종교 창시자는 누가 지옥에 가고 누가 지옥에 가지 않는지 정할 권리도 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나 파벌을 지옥에 집어 넣어버려도 나중 사람이 그럴듯하게 해석해줄 것이다. 그런데 새 종교를 만든 사람에게 좋지 않은 점도 있다. 다른 종교에서 저 사람은 지옥에 갈 것이라며 그를 자기네 지옥에 넣어버릴 확률이 몹시 높다.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은 개신교 지도자들을 파문했고, 개신교 쪽에서는 교황을 지옥의 악마로 묘사한 팸플릿을 찍어내 응수했다. 종교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p.38

“사랑이 죄라면 나는 유죄.” 이 말이 농담처럼 들리는 까닭은 쓸데없이 비장해서 그렇다. 그런데 사랑 때문에 지옥에 떨어진다면 어떨까. 제일 유명한 커플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일 것이다. 파올로는 시동생, 프란체스카는 형수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는 사랑이 없었지만, 시동생과 형수는 서로가 좋았다. 하루는 사랑 이야기가 담긴 책을 둘이 함께 읽다가 파르르 떨며 입을 맞추었는데, 형이자 남편이던 잔초토가 그 장면을 보고 두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신곡》 덕분에 널리 알려진 커플이기도 하다. (...) 두 사람은 어떤 벌을 받는가? 영원한 바람에 휩쓸려 다닌다. 단테에 따르면 “모든 빛이 침묵”하는 어두운 곳에서 “잠시도 쉬지 않는 지옥의 태풍”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이리저리 위로 아래로 휘몰아”댄다는 것이다. (...) 그런데 사랑에는 남녀의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중세는 동성끼리의 사랑을 ‘죄’라고 몰아세우던 편협한 시대였다. 그래서《신곡》에는 같은 성별의 사람을 사랑했다는 이유로 지옥에 간 사람도 있다(제15, 16곡). 불꽃이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장소라고 한다.
단테에 따르면 “사랑하는 브루네토 선생님”과 자기 시대의 존경받던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지옥이 여기다. 스승까지 지옥에 모셔두다니 단테는 무슨 꿍꿍이였을까. 이 사람 들을 ‘죄인’이라고 고발하려던 의도는 아닌 것 같다. 이들이 지옥에 있는 상황이 “내 가슴에 경멸감이 아니라 고통을 심어주었다”고 썼으니 말이다(제16곡). 어쩌면 단테가 고발하고 싶어 한 대상은 사랑을 ‘죄’라고 몰아세우던 당대의 편협한 의견들일지도 모른다. 동성끼리건 이성끼리건 사람을 사랑한 ‘죄’는 비교적 약한 벌을 받는다. 심지어 커플끼리 영원히 붙어 다닐 수도 있다. 목숨을 잃을 정도로 서로 사랑한 사람들에게 이것이 과연 벌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pp.88,90

유서 깊은 사찰의 지옥 그림은 보는 맛이 쏠쏠하다. 꼬챙이에 어묵 꽂듯 사람을 장대에 꿰어 쇳물이 펄펄 끓는 솥에 집어넣는 확탕지옥, 샌드위치에 햄 넣듯 널 사이에 사람을 묶은 채 커다란 톱으로 슬근슬근 썰어대는 거해지옥, 삐쭉삐쭉한 칼날이 산처럼 솟아 있고 그 위로 사람을 던져 푹푹 꽂는 도산지옥 등 ‘지옥 관광’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째서 우리는 지옥 그림에 끌리는 것일까. 화가의 고삐 풀린 상상력에 감탄해서일까, 아니면 잔인한 광경이 마음을 홀리기 때문일까.
가장 눈길을 끄는 지옥은 발설지옥이다. 입을 다물지 못하도록 머리채를 형틀에 묶은 채 죄인의 혀를 잡아당긴다. 혀를 뽑고 또 뽑아 밭뙈기처럼 넓게 펼쳐놓는다. 그 위로 황소가 쟁기를 끌고 지나간다. 무슨 죄를 지으면 이런 벌을 받을까? 입으로 짓는 죄는 종류도 많다. 술을 많이 마신 죄, 거짓말을 하고도 즐거워한 죄, 남의 흉을 본 죄, 말로 가족 사이를 갈라놓은 죄. 제주 큰굿인 ‘시왕맞이’에 따르면 “어른 말에 겉대답”한 죄도 발설지옥행이라고 한다. 어르신이 “한국이 어쩌고 좌파가 어쩌고” 같은 이야기할 때마다 건성으로 말을 받으며 딴생각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은 큰일났다.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사람들의 것이다.” 한때 입길에 오르던 문장이 다. 단테가 《신곡》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척 봐도 이상하다. 단테가 설계한 지옥 밑바닥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지 옥이니 말이다. 가장 뜨거운 자리에 가 있는 사람은 누구인 가. 큰 죄를 짓긴 지었으나 가장 큰 죄는 아닌, 어중간한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 불지옥에서 고통을 받는다고 단테는 썼다.
그렇다면 ‘정치적 격변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지옥의 입구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 들에 가까울 것 같다.《신곡》〈지옥 편〉 제3곡에 보면 “(악을 행한) 치욕도 없고 (선을 행한) 명예도 없이 살아온” 사람과 천사가 지옥 입구에 발이 묶인 채 울부짖는다고 되어 있다. 천국에는 못 가지만 지옥에도 안 갔으니 복지부동으로 일관한 인생치고 나쁘지만은 않다. 엉뚱하게 인용하기 시작한 사람이 누구일까. 루스벨트 대통령이라고도 하고 케네디 대통령이라고도 하는데, 모르겠다. 둘 다 인기도 많지만 적도 많던 지도자였다. 자기 편이 될 수 있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중립을 지키지만 말고 와서 힘을 모으자”라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아무려나 원래 평범한 구절이 입에 오르내리던 중, 정치에 대한 견해가 다른 사람을 지옥에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거친 마음이 조금씩 덧붙어 무시무시한 저주로 변한 것은 아닐까. 정치적 격변의 시대에 중립인 척하는 사람이 얄밉긴 하다.
---pp.174,176

림보는 지옥의 가장자리에 있는 공간이다. 지옥은 지옥인데 지옥 같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고 천국도 아니다. 일단 위치는 지옥이니 말이다. 이런 공간이 왜 필요할까? 그리스도교의 교리 때문이다. 천국에 간다는 것은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의 죽음을 통해 인간은 구원을 받게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쁜 짓은 안 하고 살았지만 ‘예수의 죽음을 통할’ 처지가 아닌,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예수가 숨지기 전에 살던 사람들, 태어나자마자 숨을 거둬 예수를 믿는다는 의식을 치를 기회가 없던 아이들, 예수를 믿지는 않았지만 의롭게 살던 사람들이다. 그리스도교의 논리만 따른다면 이 사람들은 천국에 가기 어렵다. 그렇다고 지옥에 갈 사람들도 아니다. 그래서 천국은 아니지만 지옥 같지도 않은, 지옥 가장자리의 림보가 필요한 것이다.
---pp.178,179

단테는 중세 이탈리아의 시인이다. 도시국가 피렌체에서 정치 투쟁에 휘말렸다가 추방당했다. 망명 생활을 하며 《신곡》 등 작품을 남겼으나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숨진다. 마음에 맺힌 것이 많았을 것이다.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는 단테의 무덤이 있지만 사실 비어 있다. 단테의 시신은 라벤나에 있다.《신곡》은〈지옥 편〉,〈연옥 편〉,〈천국 편〉의 삼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다들 〈지옥 편〉만 재미있어 하고 천국 편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데, 천국 편도? 나름 재미있다”는 글을 남겼다.〈지옥 편〉이 가장 인기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역시 나쁜 사람들 사연이 눈길을 끄는 법이다. 단테는 수많은 이야기를 〈지옥 편〉에 집어넣었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우골리노 등은 그때 이탈리아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 이야기였을 것이다. 고대의 역사와 철학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리스신화의 인물들도 등장한다.〈지옥 편〉은 또한 수많은 이야기와 예술 작품의 원천이기도 하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지옥문〉과〈생각하는 사람〉과〈우골리노〉를 만들었다. 화가 오스카어 코코슈카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이야기를 바탕으로 〈폭풍 속의 연인〉을 그렸다.
---pp.200,20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헬조선, 코로나19, 실업률 증가 …
팬데믹 시대에 ‘이승’을 들여다보기 위한 ‘저승’ 이야기


SNS에 이런 말이 떠돌아다닌 적이 있다. 나라 이름을 따서 원소 이름을 짓는 것이다. 프랑스는 프랑슘, 미국은 아메리슘, 그렇다면 한국은? 알맞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없긴 왜 없냐는 반응. 헬조선을 딴 ‘헬륨’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헬조선’이 대한민국의 공식 나라 이름처럼 되어버렸나?

《한국이 싫어서》, 《일의 기쁨과 슬픔》,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등 지옥 같은 한국의 상황을 소재로 한 소설이 많다. 지옥을 연상시키는 대한민국 상황이 각종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입시, 취업, 노동, 종교 등에 지옥을 갖다 붙이면 전부 말이 된다. 서글픈 일이다. “우리는 지옥 같은 회사 생활을 버티지만, 지옥이 살 만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구슬 작가의 단편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에 나오는 대목이다.

저자는 우울한 한국의 상황을 보며 지옥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고전 서사시 《신곡》과 《오디세이아》의 지옥 이야기를 곱씹으며 지하 주차장을 스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를 보며(아마도 등록금을 벌) 다시 한 번 지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중년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상한 척 고전 이야기나 떠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저자는 말을 줄인다.(159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9년 발생한 코로나19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초토화됐다. 전 세계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생지옥을 경험했다. 팬데믹 시대에, 이 책은 이승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저승(지옥) 이야기다.

지옥은 추울까? 더울까?
사탄은 잘생겼을까? 못생겼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옥의 이모저모’


저자는 ‘헬조선’의 슬픈 상황을 토로하다 문득 생각한다. 잠깐, 헬은 어디서 유래한 거지? 호기심 많은 저자답게 각종 데이터를 뒤져 헬에 대해 파헤친다. 실제로 헬(hel)은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단어로 지옥을 뜻하는 헬(hell)의 어원이다. 그런데 북유럽 지옥은 저승이 아닌, 이승에 위치한다. 지옥이 이승에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춥다고 한다! 우리는 늘 활활 타오르는 지옥 불 속에서 지독한 고통을 느끼는 죄인의 모습을 그림과 영상으로 보아왔는데, 추운 지옥이 있다니. 더 놀라운 건 단테의 《신곡》을 보면 이탈리아에서도 지옥은 춥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눈부신 유럽의 태양을 자랑하는 이탈리아가? 다시 한 번 저자는 문헌을 뒤져 그 이유를 밝힌다(답은 31쪽에). 한편 저자는 여러 지옥 그림을 보다가 악마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궁금해진다. 파헤치다 보니 악마의 전 직장(?), 신과의 관계, 악마의 현재 업무까지 파악하게 된다. 책은 이처럼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이어지며 그간 전해들은 적 없던 새로운 지옥을 독자에게 펼쳐놓는다.

나라마다 종교마다 다른 지옥의 종류, 고문도 천차만별
알고 보면 지옥의 모델은 ‘이승’


저자의 작은 의문에서 시작된 팩트 체크는 어느덧 역사와 종교를 헤집고 새로운 지옥의 세계를 열어준다. 알고 보면 나라마다 종교마다 지옥의 종류가 다르고, 고문의 종류도 다르다. 동서양의 고대 지옥, 지옥의 구조, 누가 지옥을 가는지 등 지옥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되면 새삼 깨달을 것이다. ‘지옥의 모델은 이승’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승의 잘못을 벌하기 위해 지옥의 공간은 재구성되고, 이승의 기후 조건에 따라 지옥이 추운지 더운지 습한지 건조한지 결정된다.

이 세상이 아무리 ‘헬’이라지만 이곳을 계속 지옥처럼 여길지 말지 따져볼 수는 있다. 분명 사회와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책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바꿔나갈 부분도 충분히 있다. 편협한 사고, 지나친 탐욕과 욕정에 타인을 해치는 행위, 말을 함부로 하는 것 등은 단테가 살던 중세에도 옳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온 고전 서사시와 역사, 신화가 이를 입증하고, 이들이 그려낸 지옥이 그 증거다. 불교에서도 말을 함부로 하면 혀를 뽑아 밭뙈기처럼 펼쳐놓고 황소가 혓바닥을 쟁기로 갈도록 한다. 지옥의 이름은 발설지옥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헬조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자가 들려주는 지옥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혐오’와 ‘악성 댓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1321년,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따르면 미래를 너무 내다보려는 자도 지옥에 간다. 2021년 대한민국, 미래가 너무 궁금해 사주보는 데 1억을 썼다는 SNS 글이 보인다. 여전히 사람들은 미래가 궁금하다. 《신곡》에서 미래를 내다보려는 사람들이 지옥에서 어떤 벌을 받는지(138쪽) 알려주면 너무 무서운 지옥 이야기가 되려나? 아무려나 “지옥의 모델은 이승이다.”(190쪽) 살아생전 지옥으로 관광 가는 이유는 어쩌면 이승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마지막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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