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지식 엔터테이너 빈스 에버르트가 펼치는 21세기 신인문학 특강
지성은 가장 강력한 생존수단이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는 문명이 진보할수록 온갖 잡설과 감언이설, 각종 음모이론과 근거 없는 소문으로 오염되고 있다. 인간이 13년 뒤 지구 멸망을 초래한다는 환경론자의 히스테리는 정당한가. 유전자변형 토마토를 생산하는 기업은 인류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악을 저지르고 있는가. 친환경 제품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가.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것이 과연 인간적으로 비난받을 일인가. 육식하는 당신은 나쁜가. 비만은 진정 인류가 극복해야 할 악의 축인가. 모든 부부가 자녀를 다섯씩 낳으면 고령화 쓰나미를 막을 수 있는가. 진화론은 믿음인가 신념인가 혹은 그저 사실인가. 인간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기심인가 아니면 공평함에 대한 추구인가.
우리가 평소 갖고 있는 다양한 정치·사회·철학적 견해, 입장, 신념 등은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줄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이성적인 논거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진정한 앎’을 추구하기 보다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고 변형되고 오염된 주장을 되풀이하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세태를 두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많은 사람들의 지평은 반지름이 0인 원이다. 그것을 그들은 ‘입장’이라고 부른다.”라는 말로 비꼬았다.
이 책의 저자인 빈스 에버르트도 아인슈타인 못지않은 독설가다. 그의 직업은 과학 카바레티스트, 우리 식으로 하면 과학 개그맨쯤 되겠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나 세계적인 광고회사 오길비와 퍼블리시스에서 마케팅 전략 연구가로 일한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저자는 1998년부터 카바레티스트로 활동, 우리 사회 지성의 수질을 혼탁하게 만드는 무식한 정보, 어설픈 지식, 얼치기 교양을 청산하기 위해 애써왔다. 현재는 독일의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물론, 크고 작은 무대에서 과학적 사실과 현실문제의 연관관계를 유머의 법칙으로 재해석한 공연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독보적인 지식엔터테이너이다. 방송과 무대에서의 뜨거운 인기의 기세를 이어 2008년 이 책을 펴냈으며, 출간 즉시 아마존 톱베스트셀러에 랭크, 『슈피겔』 논픽션 부분 50주 연속 베스트셀러, 출간 1년 만에 30만부 판매 돌파 등의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는 안일하게 생각하고, 들은 대로 되풀이해 말하고, 본 대로 의심 없이 믿는 우리들의 무감각을 향해 엄청난 깨우침의 대포알을 인정사정없이 쏘아댄다. 아는 게 힘이라지만, 많이 안다고 더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판적 사고 없이 머릿속에 입력만 한다면, 전혀 모르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결과를 불어올 수 있다. 빈스 에버르트는 만물의 영장 인간이 정신적 자유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똑똑하게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날카로운 세태풍자, 통렬한 유머감각, 백과사전적 교양, 기발한 사고전략까지 종횡무진 넘나드는 교양의 롤러코스터 같은 이 책과 더불어 세상을 통찰하는 밝은 눈을 가지시라.
1부: 스스로를 돕는 생각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고의 함정과 오류를 다룬다. 어째서 벼락 맞아 죽는 사람보다 로또 당첨자가 더 많은지, 왜 텔레비전 시청이 치매를 유발하는지,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무례할 정도로 솔직한 이유는 무엇이며, 교통정체를 견디는 진화론적 대안은 무엇인지 등등 유쾌하지만 뼈 있는 농담이 펼쳐진다. 저자는 다산으로 고령화를 막자는 캠페인이 허무맹랑한 헛소리에 불과하며, 친환경적 식생활이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증거가 없을뿐더러 더 행복한 삶과도 별로 관계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또 인간의 뇌는 우연한 현상을 탐지하는 감각기관이 없기 때문에 우연한 사건들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확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기술이 탄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령,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 14배나 낮다. 그런데도 1년에 수십 명씩 로또 백만장자가 탄생하는 반면, 벼락 맞아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운을 얼마나 자주 어디에 거느냐의 차이 때문이다. 즉, 사람들이 로또를 구입하는 빈도로 뇌우가 올 때마다 밖에 나가 있으면 벼락 맞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다.
2부: 완벽한 교양인을 위한 사유
“냉장고 안에 맥주가 있을까?” 이 질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과학자, 신학자, 비교도를 구분할 수 있다. 과학자는 “냉장고 안에 맥주가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추측한 뒤, 문을 열어 그것을 확인해본다. 신학자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냉장고에 맥주가 있어”라고 주장한다. 비교도는 냉장고 문을 열고 맥주가 없음을 확인하고도 “맥주가 안에 있다”고 우긴다. 현대의 ‘교양’은 이 세 가지 태도 중에서 과학자의 자세를 요구한다. 과학적 지식, 과학적 호기삼, 과학적 사유 없이는 민주주의도 휴머니즘도 가능하지 않다. 2부에서는 과학지식이 우리의 지평을 넓히고 정신적 자유를 향유하며 올바르게 질문하고 검토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된다. 지구온난화라는 이슈가 탄소수지와 배출권 거래라는 정책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얼마나 불합리하며, 통계가 그릇된 해석과 거짓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수단으로 오용되는 과정을 파헤치며, 조류독감, 광우병, 스모그, 유전자변형 토마토, 휴대폰 전자파 등의 위험이 야기하는 사회적 불안이 얼마나 비과학적이며 소모적인지를 과학적으로 반증한다.
3부: 서비스로서의 사유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신경마케팅을 연구한 노련한 광고업자들은 ‘파격 세일’과 ‘클라우디아 쉬퍼’로 우리 뇌를 혼돈에 빠뜨리고, 각종 전자 장비로 무장한 첨단 디지털 세탁기는 보풀 필터만 막혀도 140유로에 달하는 수리비가 나온다. 한편에선 스타벅스가 고객의 ‘자아찾기’라는 콘셉트로 대박을 터뜨리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카페에서 뜨거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싶어도 손님을 푸대접하는 걸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웨이터들은 “벌써 기계를 청소했는데요…”라는 말로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 3부에서는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서 늘 학자들의 예측을 벗어나는 인간의 ‘엉뚱한’ 행동양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파헤친다. 가령, 자기가 70유로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공짜인 30유로마저 포기하는 인간의 태도는 이윤 극대화보다 공정함을 우선시하는 “경제적으로 비논리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또 창의력과 경계성인격장애 증후군의 유사성을 여러 예술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또한 뇌 연구가 만프레트 슈피처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공부가 가장 쉽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뇌에 적절하지 않은 지식 전달 방식”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앎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적절히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4부: 유전자에 관한 명상
4부에서는 여자와 남자 또는 암컷과 수컷에 대해 다룬다. 자연계가 무성생식에서 유성생식으로 전환하면서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유전자가 섞이면서 ‘해로운 벌레들의 퇴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의 농도 차이가 남녀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뇌의 작동방식의 차이와 남녀의 능력 차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밝혀진다. 미술사를 전공하는 남자 대학생 중 숫총각이 20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생물학도는 72퍼센트, 수학도는 무려 83퍼센트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바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이 섹스만큼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했을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도파민은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즉, “지성인이란 섹스보다 재미있는 일을 발견한 사람이다”라는 올더스 헉슬리의 말은 과학적으로 매우 참이다. 결국 배움은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할뿐 아니라,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록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