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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42g | 138*188*12mm
ISBN13 9791191973143
ISBN10 119197314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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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찌는 다섯 개 모두 초록색이다. 팔찌는 내가 장애가 있음을 드러내는 유일한 표지였다. 나는 팔찌를 차는 게 정말 싫었다. 내 팔찌를 본 사람들은 얼른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과 마주친 예외적인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도 사람들의 반응을 알고 있었다. 나는 특별히 예민한 감각이 없었다. 이건 결함이라기보다는 내가 다르다는 첫 번째 표지였다. 아주 긴 목록의 맨 앞에 있는.
--- p.12

나는 윙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윙 증후군은 평생 내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신경심리학적 장애다. 세상에 나와 같은 진단명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살면서 지금까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예전에 만나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내 자신도 내가 지긋지긋하게 싫었기 때문에 현실에서 나와 똑같은 누군가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릴 때 윙 증후군을 진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나는 윌리엄과 일란성 쌍둥이라 엄마 아빠는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고, 내 증상을 일찍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상’인 아기는 웃지 않는다. 윌리엄도 일상에서 느끼는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엄청 많이 웃었고, 쉼 없이 옹알이를 했고, 쉴 새 없이 소리를 지르며 내가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렸다. 사람들에게 매달렸고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마다 부산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나를 보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개, 공, 심지어 알록달록한 막대사탕까지. 그래 봤자 시간 낭비였는데도 나는 늘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 p.20~21

우리 반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우리는 형편없는 아이들이었다. 매년 평가를 다시 받아 몇몇은 자기 길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나처럼 ‘구제불능’ 판정을 받은 아이들은 남아서 아주 기본적인 것을 배웠다. 우리는 모든 과목을 배우지만 거의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중국어를 포함해 열다섯 개 언어를 배웠다. 하지만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는 실력이 형편없었다. 나는 직각 삼각형의 빗변을 계산할 줄 알지만 암산으로 할 수는 없었다. 졸업하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불을 보듯 뻔했다. 복잡한 일을 해야 하는 곳에서 나를 고용할 리가 없다. 나는 결국 자신의 흥미와는 아무 관련 없는 단순한 일이나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것 역시 ‘구제불능’이다. 내 인생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 인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 p.35

앤드류 박사의 이론이 틀렸고, 에틸 수은이 몸속에서 아주 빠르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엄마 아빠는 몰랐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닥치는 대로 온갖 종류의 백신을 나에게 맞혔다. 어떤 날에는 팔과 엉덩이가 바늘 자국으로 뒤덮일 만큼 많은 주사를 맞아야 했다. 어떤 백신은 오히려 나를 심하게 앓게 만들었다. 나는 정기적으로 며칠씩 열이 심하게 나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 했다. 어떤 백신은 맞고 나서 근육에 마비가 오기도 했다. 세 시간 동안 팔을 움직일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이건 고문이나 다를 게 없었다. 고문과 다른 점은 나를 학대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확신에 빠져 있고, 나를 위해서 한 일이라는 것뿐이었다. 케시 선생님이 어린이 보호 담당 부서에 연락하겠다고 엄마 아빠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이러면 어린 아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긴다고 설득해서 겨우 그 일을 멈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어떻게든 나를 치료하고 싶어 했다. 선생님은 나를 치료한다는 건 사람을 물병으로 바꾸려는 것만큼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 p. 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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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픽션과 심리소설의 중간쯤에 있는 이 소설은 독자들이 새로운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 Sophie L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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