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중국 산동성 청하현이고, 때는 북송 휘종 정화 3년(1113년)부터다. 이야기의 기본은 수호전에서 비롯되는데, 저자 소소생은 수호전에 잠시 등장하는 서문경과 반금련의 에피소드에 착안해서 무려 100화의 내용으로 거의 120만 자가 되는 장편을 탄생시킨다.
『금병매』라는 작품명은 남자 주인공 서문경의 여러 여인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리한 여인인 반금련, 이병아, 춘매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것이다. 천하의 바람둥이 서문경은 우연히 반금련에게 반해 그녀의 남편 무대를 독살하고 첩으로 삼아 마음껏 애정행각을 벌인다. 물론 서문경의 집에는 본부인 오월랑 및 여러 여인이 첩으로 있었으나, 서문경은 반금련을 맞은 이후에도 호시탐탐 새로운 여인을 찾는다. 새로 밀통하여 부인으로 맞이한 이병아는 재물도 늘려주고 벼슬도 하게 해주며 아들까지 낳아주지만, 반금련의 질투로 이병아와 아들은 일찌감치 세상을 뜬다. 춘매는 반금련의 시중을 들던 하녀지만 그 행실이 당돌하여 반금련과 한패를 이룬다.
우연한 기회에 서문경은 호승에게서 춘약(春藥)을 얻어 음행(淫行)을 더욱 활발하게 즐기는데, 어느 날 반금련이 술에 취한 서문경에게 춘약을 과다하게 복용시킴으로써 이 희대의 바람둥이는 결국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다. 서문경이 죽은 후에 서문가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집안의 주인이 된 오월랑은 반금련과 춘매를 팔아버리고, 이에 반금련은 귀양길에서 돌아온 시동생의 손에 무참히 죽임을 당한다. 반면 춘매는 오히려 승승장구하여 수비부에 시집가서 부귀를 누리지만, 결국 그녀 또한 과도한 음욕으로 생을 마감한다. 오월랑은 서문경이 죽던 해에 태어난 아들인 효가를 15세 되던 해에 ‘명오(明悟)’라는 이름으로 출가시키고, 하인이었던 대안을 양자로 삼아 서문경의 후사를 잇게 하고 자신은 70세까지 장수한다.
『금병매』는 서문경이 살아 활동하던 1화부터 79화까지와, 서문경이 죽고 난 후인 80화부터 100화까지의 두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서문경의 생시에는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죽고 난 후는 오월랑과 춘매가 중심이다. 사실 소설 속에서 성 묘사의 문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거의 1~2퍼센트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금병매』가 “음란한 책 중의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그 묘사의 대담성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