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준은 옆에 앉아 있는 그에게 자외선 차단크림을 건네고 등을 돌렸다. “손이 안 닿아서 그런데 괜찮으면 좀 발라 줄래요?” 해준의 손에서 자외선 차단크림을 받아 든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베드에 엎드린 해준의 등에 서늘하고 부드러운 그의 손길이 와 닿았다. 자신의 몸에 닿는 낯선 손길에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자 해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였다. 그의 손이 후크에 닿는가 하더니 순식간에 비키니 상의가 옆으로 흘러내렸다. 해준은 화들짝 놀랐다. 헉! 무언가 항의의 말을 내뱉기도 전에 등에 닿는 차가운 크림과 그 크림을 펴 바르는 그의 손길에 해준은 그저 최대한 납작하게 선베드에 몸을 밀착시켰다. 무심한 듯 스쳐 가는 그의 손길이 어느 순간 더할 나위 없이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그의 손가락이 어깨에서부터 오목한 허리와 엉덩이의 모호한 경계에 이르기까지 척추를 따라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어루만지자 해준은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깨물었다. 그의 손이 닿는 곳마다 세포 하나하나가 바싹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허리선을 따라 골반까지 내려간 손이 잠시 배회하더니 다시 옆구리로 지나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그의 손바닥이 가볍게 갈비뼈를 쓸어 주는 동안 손가락 끝이 선베드에 채 닿지 않은 젖가슴의 굴곡을 둥글게 스쳐 갔다.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전율이 온몸을 관통하였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감각에 해준은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의 손길은 너무나도 뜨거워 마치 하늘의 태양이 그녀의 피부에 닿은 것 같았다. 안 돼! 제발……. 금방이라도 비명이 터져 나올 것처럼 창피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짜릿하면서도 은밀한 쾌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침내 이러다가 심장 마비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의 손이 떨어졌다. 순간 해준은 저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이 안도의 한숨인지 아쉬움의 한숨인지 솔직히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