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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에 꽃범이 산다
중고도서

창경궁에 꽃범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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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76g | 165*225*8mm
ISBN13 9788965914525
ISBN10 8965914523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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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륵, 촥!”
마침내 뭔가 쑥 빠져나왔다. 어른 주먹만 한 검은 덩어리였다. 점박이의 첫인상은 그랬다. 거뭇거뭇한 덩어리. 하얀 눈 위에 놓인 거뭇한 덩어리, 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어미는 몸을 돌려 새끼를 핥아 주었다. 어미 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새끼는 무사한 듯했다. 어미는 무척 급해 보였다. 마치 급히 어디 가야 할 것처럼.
--- p. 11

은규는 새끼 표범에게 무얼 해 줘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막 태어난 새끼를 핏덩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이걸 안아 주어야 할지 놔둬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요.”
“너무 애쓰지 마라. 어미가 없는 새끼 맹수는 살아남기 힘든 법이야. 정 붙기 전에 내려놓는 게 좋아.”
히구치가 일부러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네.” 하고 놔둘 은규가 아니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제가 돌볼게요. 그냥 죽으라고 둘 순 없잖아요.”
히구치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 p. 18

히구치는 앞으로 벌어질 일 몇 가지를 알려 주었다.
“이제 곧 제 어미만큼 자랄 거다. 그 전에 표범사에 집어 넣을 거야.”
“그렇게 금방이요?”
“그래. 그 후엔 지금처럼 어루만지고 껴안는 걸 그만해야 해. 이제 이빨도 날카로워져서 언제 덤빌지 모르니까.”
은규는 마음속에 구멍이 생기는 것 같았다.
--- p. 39

동물원 총책임자인 사토가 직원들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직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누구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고, 누구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힌 표정이었다. 히구치의 얼굴도 보였는데 평소와 달랐다. 무슨 일이 있긴 한데 애써 감추려는 표정이었다.
‘하긴 사토가 사무실에 등장했다면 꽤 중요한 일일 거야. 대체 무슨 일이지?’
--- p. 53

아버지는 은규를 붙잡아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버지가 이불 채 꼭 끌어안는 바람에 은규는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몇 번을 그렇게 몸부림치다 결국 아버지에게 안겨 울고 말았다. 방 밖에 아직 히구치가 서 있었다. 창문에 어린 히구치의 그림자가 길게 떠는 게 보였다. 아버지가 한숨지으며 말했다.
“정말 긴긴 밤이 되겠구나.”
--- p. 69

어느 정도 오른 것 같았다. 미리 점찍어 둔 바위 둔덕이 보였다. 나무가 드문드문하고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은 곳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궁 전체가 한눈에 보였다. 달빛을 받아 환하게 드러난 창경궁은 말로만 듣던 그 옛날의 지엄한 모습이었다.
--- p. 108

조선 표범은 몸통의 무늬가 매화꽃 같다고 해서 ‘꽃범’이라고 불렸다. 봉오리가 꽃으로 활짝 피듯 무늬가 벌어지면 다 큰 어른 표범이 되었다는 표시다. 은규는 점박이를 꼭 껴안았다.
“매화꽃이 활짝 피면 꼭 다시 만나자.”
--- p.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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