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와로 씨!'
맑고 낭랑한 목소리였다. -악기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처럼 어딘지 꾸민 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자극적이거나 성급한 기미라고는 전혀 없었다. 포와로가 소리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사람은 정중하게 악수를 청해 왔다. 그의 눈에는 어딘지 모르게 비범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누구라도 우연히 그와 눈길이 마주치기만 해도 그전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힐 것만 같았다.
'안녕하시오, 세이터나 씨.' 하고 포와로가 말을 건넸다.
--- p.9
배틀총경이 말했다.'단지 가정일뿐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군요.'
'가능성이 있는 것뿐만이 아니오. 틀림없이 그랬을 겁니다. 오늘 저녁에도 나는 탐스러운 미끼를 던져 보았지-첫번째 속임수를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한 사람이 진짜 덫에 걸린 겁니다. 내가 추측한 것이 사실이라면, 앤 메리디스 양은 절대로 그 비싼 스타킹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햇을거요. 나는 그네에게 뭣 좀 도와 달라고 부탁을 했소. 그리고는 그녀에게 미리 스타킹이 몇 켤레 있는지 모른다고 귀뜸을 해 주었지요. 나는 그 방에 그녀를 혼자 두고 나와 버렸어요-그런데 그 결과는 열 아홉 켤레 대신에 열일곱 켤레가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두 켤레는 앤 메리디스 양의 핸드백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지.'
--- p.260
배틀 총경은 서랍을 다시 닫았다. 비밀서랍도 샅샅이 뒤졌으며 수표장도 훑어보고, 지불되지 않은 청구서도 살펴 보았다 - 그 청구서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도 주의깊게 살펴 보았다 - 예금 통장도 세심학게 조사했고, 표지가 두툼한 공책도 살폈다. 아직 사용되지 않은 서류도 뒤졌다. 하지만 결과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다음으로 약을 보관하는 찬장을 조사했다. 로버츠 박사가 약을 도매로 거래하는 회사의 이름을 기록한 뒤, 수량을 검사하는 방법에 대해서 세심하게 살펴보고 나서 찬장을 닫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큰 책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박사 개인의 물건이 많았다.
--- p.101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당신이 저를 구해 주었군요-저를' 디스파드 소령이 그녀거 내민 손을 잡자,그녀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가 말했다'로다-'그들의 손은 굳게 뭉쳐 있었다. 갑자기 그의 눈에 환영이 떠올랐다-아프리카의 숲과 자기 곁에서 웃고 있는 모험심이 강한 로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 p.
"그런데 내가 만일 살인을 해야 된다면 -"
셰이터나 씨는 말을 하려다 멈췄다. 그 말은 모두의 주의를 끄는 효과를 발휘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나 같으면 아주 간단하게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사고란 건 어디에나 있거든요-총기 사고만 해도 그렇죠-또, 집안에서 벌어지는 사고도 있고요."
그러더니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나서 자기의 포도주 잔을 집어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어찌 이 많은 전문가들 앞에서 살인을 논하겠습니까?"
그가 술을 들이켰다. 등불이 그의 잔과 기름을 바른 수염과, 나폴레옹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눈썹이 있는 얼굴을 동시에 붉게 비추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올리버 부인이 말했다. "지금 20분이 넘었나요? 천사가 지나가는군요. 내 다리가 꼬였어요. 나쁜 천사가 지나가고 있나 봐요."
--- p.29
"그런데 내가 만일 살인을 해야 된다면 -"
셰이터나 씨는 말을 하려다 멈췄다. 그 말은 모두의 주의를 끄는 효과를 발휘했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나 같으면 아주 간단하게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사고란 건 어디에나 있거든요-총기 사고만 해도 그렇죠-또, 집안에서 벌어지는 사고도 있고요."
그러더니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나서 자기의 포도주 잔을 집어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어찌 이 많은 전문가들 앞에서 살인을 논하겠습니까?"
그가 술을 들이켰다. 등불이 그의 잔과 기름을 바른 수염과, 나폴레옹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눈썹이 있는 얼굴을 동시에 붉게 비추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올리버 부인이 말했다. "지금 20분이 넘었나요? 천사가 지나가는군요. 내 다리가 꼬였어요. 나쁜 천사가 지나가고 있나 봐요."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