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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용할 고단함
중고도서

오늘도 일용할 고단함

: 때론 담담한 위로에, 더 눈물이 난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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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92g | 145*210*20mm
ISBN13 9791196205690
ISBN10 1196205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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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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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트럭에서 돈 만원 주고 꽃 한 다발 산 게 그렇게 큰 사치일까. 나에겐 왜 꽃을 이쁘게 꽂아 둘 화병 하나가 없는 걸까. 흔히 하는 말처럼, ‘먹지도 못하는 꽃’ 때문에 이러는 내가 웃긴 건가. 조금 전까지 그렇게 근사해 보이던 식탁 풍경이 말할 수 없이 초라하고 구질구질해 보였다. ---「꽃병 모험기」중에서

수다스럽고 말 많은 녀석은 미스터 브라운. 싸움할 때 끝장을 보는 녀석에겐 미스터 블론드. 우등생에게는 미스터 화이트. 뚱뚱한 녀석에겐 영화 속 뚱보처럼 나이스 가이. 말수가 적은 나에겐 미스터 블루. 그리고 두둑한 용돈으로 멋 내기 좋아하던 녀석에겐 미스터 핑크. 고등학교 땐 남들이 뭐라거나 말거나 닉네임을 불러 댔지만 기금은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다만, 다 같이 모여 술잔이 몇 번 오고 간 후, 하나둘씩 넥타이를 풀기 시작하면 치기 어린 그 시절로 돌아가 ‘미스터 블론드’ ‘미스터 핑크’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이 가면」중에서

연애 5년. 결혼한 지 11년. 애틋함은 휘발되고 설렘은 사라졌지만, 서로의 부재는 힘들어졌나 보다. “등 긁어 줄까?” 손톱을 버리고 온 남편이 묻는다. “손톱 깍아서 지금 긁으면 무지하게 시원할걸? 긁어 줘?” “그래. 함 해 봐.” 나는 가렵지도 않은 등을 내밀었다. ---「모든 시들어 가는 몸을 사랑해야지」중에서

소나기. 어이없는 공평함 덕에 저수지에도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 저수지 풍경을 보는 일이 자주 있지만,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여자는 헛웃음이 나온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족족 물결을 그리고 있는 수면을 보면, 썩어 가는 구정물이 당당한 자연인 양 흉내를 내는 거 같아 가소롭기까지 하다. 마음껏 비웃어 주고 싶은 기분이 들지만 여자는 저수지를 좋아한다. 저수지의 비릿한 풍경은 그녀가 사람한테서 느낄 수 없는 친근함과 편안함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경고 : 저수지 내 출입 금지」중에서

“쟨 누굴 닮아 저 모양이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친구들을 때려서 여자가 학교로 호출을 당했던 날, 남편은 집에 들어와서 아들을 힐끗 보더니 싸늘하게 내뱉었다. 그뿐이었지만 여자는 알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아들을 모두 여자 탓으로 생각한다는 걸 말이다. ---「아가야, 젖을 빨렴」중에서

그러지 않으려 했는데, 오늘도 난 가만히 멈춰 서서 당신의 발걸음을 세고 말았어요. 하나 둘 셋 넷.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당신은, 현관 앞에서 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네 걸음 만에 문을 열고 집을 나섭니다. 왜 당신은 꼭 현관 네 걸음 앞에서 멈추는 걸까? 문을 여는 소리. 위층에서 우리 집으로 내려오는 소리. 우리 집에서 다시 아래층으로 멀어지는 소리. 오늘도 난 당신을 소리로 배웅했습니다. 하지만 창문으로 가서 당신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표정 없는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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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미술관의 그림 한 점, 시의 한 대목, 일상의 대화 한 토막이지만, 작가 전희주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사색의 질료다. 오랫동안 라디오 부스에서 나와 함께 작업하는 동안, 그는 늘 무언가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더니 결국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통찰까지 던져 주곤 했다. 이 책에도 ‘사려 깊은 이야기꾼’인 그의 재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소를 머금고 책을 읽다가 끝내 길은 위로를 선물처럼 얻게 될 독자들의 행복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책에 담긴 그림들만큼이나 매력적인 글이다.
- 정재승 (뇌과학자, 『과학콘서트』, 『열두 발자국』 저자)
자고 일어나면 다시 시작된 우리의 고된 일상. 그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멈춰 서서 엉덩이 씰룩대며 춤 좀 추면 안 되나? 어쩌면 그 씰룩임 덕에 우리는, 내일의 계단이 조금은 덜 힘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이 책이, 이 책의 그림들이, 이 책의 이야기들이, 그런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나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 강세형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저자)
봄이 막 시작될 무렵, 전희주 작가가 갤러리에 찾아왔다. 함께 자리하고 있던 사진작가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그림과 이야기가 즐겁게 엮인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푸근한 옛 친구 같은 그림 한 점, 다정한 친구 같은 한 구절을 만나게 된다.
- 심혜인 (갤러리 룩스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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