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에 들어가야 떳떳하게 '대학생' 이라 말할 수 있는 사회, 나는 그런 체면치레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분위기에 반기를 걸고 싶었다.

"현재의 대학 입시는 합격자보다 탈락자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탈락자들이 4년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무작정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하지만, 정작 4년제 대학 졸업장만 있을 뿐 무능한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사실이 그랬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는 점점 산업사회에 맞게 변해가는데 그 산업의 일선에 공급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전문대학 자체를 꺼려하는 풍조는 전통적으로 문(文)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천시하던 사고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실질적인 공부보다는 간판을 위한 공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보다 더한 문제가 또 어디 있을까?

나의 강력한 건의로 전문대학 입시반이 개설되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때마침 전문대학의 취업률이 일반 대학보다 훨씬 높다는 통계까 매스컴을 타면서 사람들의 인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88년도부터는 대학 입시 제도가 또 한차례 바뀌었다. 그간의 선시험 후지원 방식에서 거꾸로 먼저 지원하고 나중에 시험보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때 전문대 입시도 크게 바뀌어서 시험 과목이 5과목으로 대폭 줄었다.

"전문대학 입시반을 끌고 가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내가 묻자 실질적인 교과과정을 이끌고가는 선생님들은 교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재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끌어모아 드디어 '전문대 입시 대비 5개 교과목 시리즈'를 발간하게 되었다.

또 일반 대학 지망생들이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문대 입시용 배치고사까지 실시하고, 전문대에 진학한 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전문대 입시 가이드를 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모험이나 다를바 없는 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