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육체적으로 간절히 원하는 한 그 관계는 튼튼하고 제3의 인물이 관계상에 떠오르든 말든 상관이 없다. 매력적인 남성과 젊고 아름다운 여성은 언제나 나타나게 마련이다. ‘다른 여자’ 혹은 ‘다른 남자’가 관심권에 들어온다고 해도 이들이 항상 제3의 인물로서 관계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고정된 파트너관계가 닳아버리고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그래서 이들의 매력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졌을 때, 혹은 파트너관계가 균형을 잃었을 때만 관계 속에 제3의 인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천적인 2인 구조에 변화가 오거나, 깨어지게 되고 삼각구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제1장 사랑의 기하학」중에서
섹스가 주는 굉장한 쾌락과 만족감은 단지 한 명의 동반자를 얻기 위한 투쟁을 유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초기의 만족스러운 행복 도취 상태가 지나면, 계속 다른 성적 대상들에 대한 유혹이 따라붙는다. 투쟁하여 정복한 파트너라도 몇 년이 지나 익숙해지면 더 이상 지난날 그 시절처럼 간절히 원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일상에 밀려 성적 매력은 점점 소진된다. 리비도의 상실과 좀 더 강하고 새로운 성적 자극을 바라게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제2장 진화 그리고 불륜의 사랑」중에서
사랑에 빠진 상태는 진화생물학적으로 볼 때 짝짓기와 번식을 촉진한다. 2세가 태어나는 즉시 상대를 독점하는 데 근거를 둔 열정적인 갈망, 즉 열애 현상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사랑하던 두 사람이 이 사랑의 대상을 나누려 하지 않는 것이다. 제아무리 위대한 세기의 연인일지라도 가정을 이루면 결코 역사적 의미를 획득하지 못할 것이다. 가정적인 친숙한 일상이 사랑의 마력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제2장 진화 그리고 불륜의 사랑」중에서
물론 유부녀의 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다 빌붙어 사는 기생적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그들 거의 모든 내연남에게 적용될 수 있는 건 그렇게 쉽게 몇 년에 걸친 의존과 우울의 늪 속으로 빠져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체로 자신의 기대에 충실하다. 적막이 감도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위대한 사랑에 관해 꿈만 꾸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러나 그 사랑을 얻지 못하면, 과거의 것과 이별을 고하고 미래에 기회를 준다. “그녀에게 똑똑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어떤 일이 닥쳐와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고, 정식결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요. 그러나 만약 그녀가 전적으로 나를 인정하고, 궁극적으로 이혼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다시는 나를 만날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이죠. 우리 둘 사이는 자극적이고, 정말 재미있었죠. 그러나 나는 임시변통의 대역 노릇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미니크, 32)
---「제3장 축제에서 드라마로」중에서
제랄디네가 경험한 것처럼 신들린 듯 사로잡힌 사랑은 원래 강박증적 사랑이다. 강박증적으로 은밀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대안이 없다. 자신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야만 하고, 그를 통제해야만 하고, 그를 소유해야만 한다. 상대방은 물론이고 그 자신조차도 이러한 행동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강박증 환자가 자기 의지에 반해 하루에 300번씩 손을 씻고 그래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강박증적인 사람은 그의 열정에 사로잡혀 있다. 신들린 듯 사로잡힌 사랑의 강렬함에 비하면, 다른 형태의 사랑은 모두 평범하고 두리뭉실하게 느껴진다. 이런 로맨틱한 시각 때문에 이 파괴적인 열정의 어두운 면이 가려지는 것이다. 강박증은 사랑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무조건적인 열정처럼 보여도 그건 불행한 내연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심장질환 같은 질병에 해당하는 것이다.
---「제4장 엽기적으로 그늘진 사랑」중에서
종종 뱀의 유혹 수단인 ‘말’을 통해 사랑의 그늘진 제국으로 접어들기도 한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달콤한 말은 다른 사람에 대한 동경과 동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때의 유혹에 동요하게 되는 동기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지루함이기 때문에 한 번 불씨가 타오른 소망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달콤한 과일을 한입 깨물듯 마음껏 섹스를 즐기고 나면 남자든 여자든 유혹에 넘어간 쪽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모든 것이 다 달라질 거야’라는 지긋지긋한 이 말이 정말로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하기까지 1년간 그이와 사귀었죠. 그러나 우선 휴가가 끝난 다음에, 방학이 지난 다음에, 또 재교육 세미나가 끝난 뒤에, 하는 식으로 그는 언제나 나중에, 나중에만 말했어요.” (마야, 35)
---「제5장 그늘진 불륜의 제국」중에서
많은 내연녀가, 마지막 섹스가 모든 것을 다시 좋은 상태로 돌려놓을 거라는 환상에 젖어 있다. 괴롭겠지만, 판단 착오다. 옛 애인과의 섹스는 거의 예외 없이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다. 처음부터 그것을 겨냥했던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마술을 써서 이미 망가진 관계를 회복시키려 했다는 걸 한순간에 깨닫게 된다. 옛 애인과 나누는 섹스 저변엔 재결합에 대한 꿈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꿈이 깨질 경우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결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섹스를 통한 재결합 시도는 거의 언제나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옛 애인에 대한 추억’은 그냥 추억 자체로 덮어두는 게 현명하다.
---「제6장 불륜 청산을 어렵게 하는 10가지 함정」중에서
우리는 모두 정절을 동경하면서 내심 오직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다 바치고 또 그에게서 모든 걸 다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남성과 여성, 진보와 보수로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은 파괴되지 않는 안전한 상태를 갈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현실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불륜을 범했던 당신이 애인을 포기하고 난 뒤 상심에 빠졌을 때 다름 아닌 남편에게 위로받기를 바란다면 그건 뻔뻔한 요구다. 반대로 당신의 파트너가 또 다른 익숙한 관계를 위해 이제까지 당신과 맺었던 내연관계를 끝내려고 할 때, 배신당한 당신에겐 그에게 부모와 같은 사랑을 베풀 의무가 전혀 없다. 당황하지 말고 평상시처럼 매력적이고 멋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 비록 그것이 어려운 일인지는 알지만…….
---「제7장 불륜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10단계 조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