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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묻은 보석
중고도서

뺨에 묻은 보석

: 읽고 쓰고 떠나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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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34g | 135*215*12mm
ISBN13 9788960906778
ISBN10 896090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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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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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가가 한곳을 향해 나란히 서 있는 건, 똑같이 근엄한 표정을 짓는 건 끔찍한 일이다.
--- p.41

예술이란 약탈하고 포섭되고 뒤섞이는 탁류 속에서 느리게 자라나는 꽃이다. 향취를 감상하는 건 우아한 작업이나, 당신은 결코 그 꽃 고유의 냄새만을 골라 취하지는 못한다.
--- p.62~63

젖은 땅을 삽으로 파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조그마한 종이 박스에 담고는 쌀, 백 원짜리 동전과 함께 묻었다. 그때까지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터라 나는 더욱 죄책감을 느꼈다. 이 가난한 친구들에게 내가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무얼 해줄 수 있지? 나 역시 그들만큼 가난한 터라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녀석들을 소재로 소설 한 편 쓴 게 전부였다.
--- p.73

우리는 많은 길을 함께 걸었다. 우리는 조용히 걷는 법이 없었다. 작은 소리로 끝없이 얘기를 나누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잊었다. 이제 나는 그걸 영원히 알 수 없다. 외할머니가 이 세상에 안 계시기 때문이다.
--- p.83

특정 지역의 아름다움은 종종 겉으로 드러난 풍광보다는 그 풍광을 배경처럼 거느린 추억으로 인해 우리 안에 각인된다. 그리고 추억은 깊고 친밀한 감정의 교류 없이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게는 외할머니가 곧 춘천이었다. 그분과 함께한 시간을 제외하면 나에게 춘천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 삶의 지도에서 그 자리는 뻥 뚫리게 될 것이며, 다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을 것이다.
--- p.87

우리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그 비정함을 모른다. 이 무지는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한데, 덕분에 뺨에 묻은 보석을 놔두고서 기꺼이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 p.91

삶은 스스로 풍요로워지기 위해 일정한 작별을 요구한다.
--- p.91

작별한 시간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대신 그렇게 켜를 이루어 옆에 눕는다.
--- p.92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한번 생각해본다. 존재끼리의 교감이란 여유를 두고 차근차근 모여 강물을 이루는 이슬비가 아니라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어느 찰나의 순간에 허옇게 의식에 새겨지는 벼락같은 거라고.
--- p.116

하지만 조금의 오해도 없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좋든 싫든,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두께의 콩깍지를 통하지 않고서는 참으로 농밀한 사랑스러움과 마주칠 수 없다.
--- p.129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오해며 환상임을 깨닫는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어차피 우리는 자기 가족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하등한 존재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사랑이란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무턱대고 느끼는 것이다.
--- p.129~130

물론 우리는 모두 비슷하다. 같다고 말할 수도 있을 만큼 비슷하다. 하지만 각각이 치명적으로 다르다. 닮음과 다름의 그 절묘한 비율로 인해 우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 p.135

우리는 매번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온다. 하지만 여행 전의 시간과 돌아온 시간이 다르듯 돌아온 우리는 떠날 때의 우리가 아니며, 돌아온 곳도 떠날 때의 그곳이 아니다. 우리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여행을 매일 치러내며 살고 있다.
--- p.150

천재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대한다. 우주란 늘 우리의 이성 밖에서 운행하며 애초에 설명 불가능한 것이기에, 천재들은 주절주절 설명하고 도식화하려 애쓰는 대신 그들이 내밀하게 겪은 우주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 p.178

이것은 우리 세계를 모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세계를 품고 있는 이야기다. 기억에 없는 과거를 수렴하고, 아득한 미래를 앞서 표절한다
--- p.199

모든 좋은 글은 살아서 스스로 변신한다.
--- p.200

뜨거운 바닥에 등을 지지는 행복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목말라 하는 건 매 순간의 적절한 온기다. 그리고 그러한 따뜻함은 대책 없이 꽃 피고 새 우는 저급한 낙관에서 튀어나오지 않는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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