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후 석 달 동안 나는 ‘875’라고 불리는 모르핀 대용 약제, 팔피움을 매일 처방받아야 할 정도로 불쾌한 통증의 포로로 지냈다. 석 달 뒤에는 약물 중독 증세가 심해져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입원 기간은 짧았지만 그동안 일기를 썼는데, 며칠 전 나는 그 일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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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려는 마음이 시작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정말 고통스러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처럼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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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은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게 반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다시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내 신경을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울 속의 나에게 불안한 미소를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틀림없이 1958년의 어느 행인이 정신분열로 이렇게 천천히 추락하는 걸 막아줄 것이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렇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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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면 내게 애스턴을 몰 힘이 생길까? 포르트 마요 교차로를 속력을 좀더 내서 달릴 힘이……. 도로와 광장들이 모두 그립다. 돌진하는 그 검은 보닛, 믿음직스럽고 정겨운 그 소리, 약간 길쭉한 재규어, 약간 묵직한 애스턴. 너희 때문에 죽을 뻔하고 나니 너희가 죽도록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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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한 가지를 더 짚어두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내가 평범한 생각에 그러듯이 죽음에 대한 생각에 조금씩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이 병이 낫지 않는다면 염두에 둘 하나의 흔한 해결책처럼. 나를 두렵게도 하고 혐오스럽게도 하지만 죽음은 일상적인 생각이 되었고, 만약의 경우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슬픈 일이지만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내 몸을 오래 속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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