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집안일을 했고,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점점 더 싫어하게 됐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결국 나는 진지한 태도로 ‘집안일하지 않을 방법’을 찾았고,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냈다. ‘집안일을 안 하면 된다!’ 너무도 간단명료하고 확실했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집안일을 대신해줄 누군가를 고용하는 일도, 집안일을 모른 체하고 지내는 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집안일을 싫어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
필요한 물건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 씨의 집은 아무리 정리해도 어수선한 우리 집과는 확연히 달라서, 구경하는 것만으로 개운해졌다. 식기의 수도 적어서, 모든 식기를 꺼내서 설거지한다 해도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집도 똑같이 물건을 줄이면 해야 할 집안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나는 당장!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그러니까 나는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 너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것이다.
---「프롤로그」중에서
그렇게 내 옷장은 엉망이 됐다. 쇼핑하는 기분을 내기 위해 아무 옷이나 사들여서, 옷이 없는 것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라도 하나 더 있는 게 낫다며 남겨둬서. 이런 옷장을 보며 내내 남 탓을 했다. 작은 옷장을 탓했고, 제자리에 정리되지 않은옷을 탓했다. 답답한 옷장을 바꿔볼 엄두도 못 내면서 입지 않을옷을 또 구입하고, 방치했으며,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새 옷을 샀다. 이제는 잘 안다. 엉망진창인 옷장은 누구도 아닌 100% 내 탓이었다는 것을. 또한 옷장을, 집을, 인생을 구할 사람은 나뿐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엉망인 옷장을 구해낼 것이다. …그런데 가능하기나 할까.
---「입을 옷이 없는 이유」중에서
문득, 내가 유튜브를 통해 진짜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이렇게 좋아요!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저 내 변화하는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걸까. 오랫동안 고민해보았고, 최근에서야 겨우 답을 찾았다. 나는 영상을 시청해주는 이들이 나처럼 뭔가를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공부로, 업무로, 집안일로 삶이 분명 무겁겠지만 물건을 비우거나, 짧은 글을 쓰거나, 연필이나 펜으로 종이 위에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거나,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유해보거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는 등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에서 작은 해방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사소한 즐거움으로 삶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미니멀리스트 유튜버가 되다」중에서
물건을 비우는 것도 습관이 되어서 물건이 쌓이려는 낌새만 보이면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며 물건들을 비워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살림은 잘 못한다. 생활에 필요한, 딱 그만큼만 해내려고 하니 ‘살림력’이 늘지는 않는다.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좋은 아내가 되려고 했던 것도, 멋진 주부로 존경받으려던 것도 아니니까. 단지 나를 감싸고 있는 나의 생활이 조금 더 단순해지고 간편해지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딱 그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바라던 대로 살아가게 됐다.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