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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세계최강입니다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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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96g | 135*195*20mm
ISBN13 9791166838910
ISBN10 1166838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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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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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 47분. 조금 있으면 걸신들, 아니 손님들이 개떼처럼 몰려올 시간이다. 튀김기에 간식류가 꽉 채워져 있는지 살폈다. 테이블도 한 번 더 닦아야 한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면 이곳으로 굶주린 짐승처럼 돌진해 들어오는 건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똑같다. 목적에 충실한가, 더 재잘대는가의 차이일 뿐. 넓지도 좁지도 않은 이 편의점은 하필 명운고와 가까이 있어 학생 손님들이 주 타깃이다. 그 덕에 같은 학교 학생인 나는 미성년이 술 담배 사는 걸 귀신같이 잡아내곤 한다.
--- pp.13-14

“공고 냈는데도 베이스랑 키보드가 비네.”
선생님 말대로 지금 두 포지션이 공석이었다.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만 바글바글한 요즘, 완전한 세션을 꾸리긴 쉽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는 악재가 겹쳤다. 한동안 밴드 분위기가 흉흉했다. 베이스 수찬이 탈퇴했을 때는 나도 같이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키보드 치던 지유가 여름방학 때 죽었다.
--- p.25

“야, 근데 우리 밴드 이름말이야.”
영훈은 거기까지만 듣고 벌써 픽 웃었다. 이어질 말이 “촌스럽지 않냐?”라는 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계최강.
우리 밴드 이름이었다. 볼 때마다, 들을 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려 죽겠다. 특히 공연 때 “안녕하세요. 우린 세계최강입니다!”라고 보컬이 첫인사 할 때 가장 그랬다. 2년째 활동하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 p.33

“그래. 요새 교과 동아리 인기 엄청난 거 알지? 학종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먹이를 잡는 전형이야. 너만 그게 필요한 게 아니라고. 나중에는 들어가고 싶어도 안 될 수 있으니 미리미리 준비해.”
상담은 그렇게 끝났다. 어째서 상담실 문을 나설 때 한숨부터 나왔는지 모르겠다. 의사가 희망이 아닌 현실적인 출구가 된 건 오래전부터였다. 그것만이 살길 같다. 내가 공부를 못했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성적으로 우월감을 가지거나 남에게 뻐긴 적은 맹세코 없다. 재규어는 이빨이 있고, 고슴도치는 가시가 있듯, 내겐 공부가 생존 수단일 뿐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 p.49

“사진 한번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작년에 문자 투표할 때 아민 씨 찍었거든요.”
“아, 네. 감사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도 않는 감사를 표했다. 이 사람이 정말 그랬는지, 아니면 지금 사진이나 한 장 건져 볼 생각에 꾸며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게 됐다. 나는 억지웃음을 띠며 그 사람과 포즈를 취하고 셀카를 반복해서 찍었다.
--- p.69

사실 재작년부터 주식과 코인 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나 역시 쥐꼬리만 한 급여와 지금 형편으로는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일백, 이백 수준이었는데 재미를 보면서 판을 키워 나갔다. 교사가 된 뒤로는 배팅이 천 단위 이상이 되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알트코인에도 손을 댔다. 분명 처음에는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손실이 1억에 가깝다.
--- p.102

“난 지금까지 네가 욕먹을 짓 하는 거 한 번도 못 봤다. 네가 고기문의 동생이란 이유로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별로인 거야.”
“…….”
“모두가 그러면 세상이 웃긴 거고.”
답답한 속이 조금은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수찬은 언제나 신기할 만큼 명쾌하다. 세상 사람들이 얘처럼 편견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통은 이런 애가 별종 취급을 받는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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