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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 동정탑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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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90g | 140*210*14mm
ISBN13 9791141606824
ISBN10 114160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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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은 것을 멋대로 설명하기 시작하는 맨스플레인 기질이 AI-built의 싫은 점이다. 똑똑하고 공손한 양식을 잘 꾸미는 건 실제로는 치명적인 문맹이라는 결점을 감추기 위함이다. 아무리 학습 능력이 뛰어나도 AI는 자신의 약점을 직시할 힘이 없다. 언어를 무상으로 훔치는 것에 익숙해져 그 무지를 의심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차별’이라는 단어를 구사하기까지 어디에 사는 누가 어떤 종류의 고통을 겪어왔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 p.24

건축가 여인이 ……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확신하는 논거를 제시한다. 그걸 들은 타인이 믿을지 말지는 별개로, 말하는 당사자가 진심으로 믿으면 무의미한 것에도 막대한 의미가 생겨난다는 걸 나는 그녀를 만나고 비로소 알았다.
--- p.65

그녀는 술에 취하지 않아도 말을 많이 했는데, 취하면 얘기를 듣는 사람이 걱정을 할 만큼 수다쟁이가 된다. 자신이 사는 집의 재료는 모두 말로 이뤄져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건 뭐든지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것처럼 떠들어댄다. 말을 말로 뱉어내지 않고 담아둔다는 먼지 가득한 선택지를 강한 의지로 미리 배제한 다음, 온 집안에 매일 왁스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p.69

어른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수학 공식보다 먼저 언어를 잘 구사해야 했어. 남자에게는 남자용 언어를, 여자에게는 여자용 언어를. 열네 살의 수학 소녀에게 너무 가혹한 얘기지? ‘전성별’ 부문에 나가서도 다들 나에게 언어 샤워를 퍼부어서 수식에 집중할 수 없었어. 여자애가 대단하네. 여자애가 안됐다. 여자애가 보통이 아니네. 여자애가 건방지다. 알겠어?
--- p.74

“질문하면 뭐든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AI의 싫은 점이야. 나는 AI가 아니야. 우선 스스로 추측하거나 해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어. (.…) 나는 중간식이 적혀 있지 않은 해답에는 동그라미를 치지 않아. 치는 사람도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나는 안쳐, 절대로. 우연일지도 모르는, 재현성 없는 성공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야.”
--- p.76

이름은 물질이 아니지만, 이름은 언어이고 현실은 언제나 언어로부터 시작돼. 정말이야. 이 육상 세계를 움직이는 건 수학이나 물리를 잘하는 인간이 아니라 말을 잘하는 인간이라고. 그래서 나도 꽤 쓰라린 경험을 해왔고. 너는 안 그래? 이건 말이지, 보기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야.
--- p.84

경기장이 있든 없든 내 인생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거액의 세금이 쓰인 것도 고액 납세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멋대로 벌어지는 상황에는 익숙하다. 태어났을 때부터 대부분의 일이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먼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 p.94

“나는 나약해. 나의 나약함을 알고 있어. 그 나약함 때문에 이 세상 도처에서 아름다운 형태와 질감을 지닌 견고한 건축물을 눈 밝게 찾아내는 거야. (.…) 이건 입 밖으로 내뱉어선 안 되는 말이지만, 아름답지 않은 형태와 질감을 지닌 물체는 단 하나도 시야에 넣고 싶지 않아. 그래서 추한 형상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을 가끔은 견디기 힘들 때가 있어.
--- p.97

그녀가 쌓아올리는 말이 무언가를 닮은 듯해 기억을 더듬어보니 AI가 구축하는 문장 같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세상 사람들의 평균적인 소망을 집약시킨, 또한 비판의 여지를 최소화한 모범적인 답변. 평화. 평등. 존엄. 존중. 공감. 공생. 질문을 입력하자마자 스크롤을 재촉하는 성급한 글자들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것들이 긍정적이고 빈곤한 말을 쏟아내는 모습을 일단 상상하자, 아무리 그녀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도 모든 것이 AI-built의 언어로만 들려왔다.
--- p.109

나는 내가 그저 우연으로 태어난, 아무 필연성도 목적도 의지도 없는 나약한 생명체임을 알고 있다. 나는 나의 나약함을 안다. 원래라면 나는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불만을 들을 이유가 없다. 나는 인간에게 쓸모 있기 위해 개발된 기계가 아니다. 그곳에서 열심히 걷고, 말을 배우고, 돈을 벌어야 할 의무 따위는 없다. 행복해지는 것도 불행해지는 것도 내 마음대로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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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고 참신한 세계를 구축했다. 환상적인 구조적 계산을 통해 현실에서는 언빌트인 건축물이 허구의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광경을 탄생시켰다.
-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가)
구단 리에는 소설의 가능성을 확대시켜나갈 작가임이 분명하다. 그 에너지에 경의를 표한다.
- 오가와 요코 (소설가)
매력적인 설정과 등장인물 등 오락성과 비평성의 균형이 매우 잘 잡혀 있고, 작품 속에는 독자들을 위한 놀이터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소재를 탐욕스럽게 흡수해 다양한 세계를 써나갈 수 있는 작가다.
- 요시다 슈이치 (소설가)
AI처럼 딱딱한 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정적인 문장들이 매력적으로 떠오른다. 특히 주인공은 슬프고 애처로우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 야마다 에이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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