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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의 일장춘몽
중고도서

멧돼지의 일장춘몽

정해랑 | 해토 | 2023년 10월 2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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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130*205*20mm
ISBN13 9791198223357
ISBN10 119822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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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든다 웬갖 촛새가 날아든다 / 새 중에는 봉황새 참새 짭새 검새 촛새 / 그중에 으뜸이 검새 잡는 촛새라는데 /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둘째 이야기 / 옛날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란다 / 믿거나 말거나…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둘째 이야기」중에서

아 글씨 이 여자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거라
그것도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를 했다지
승지들 내시들 측근들이 다 걱정하는데
멧돼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것다
술 좋아하니 얼마나 꿍짝이 맞겠느냐
한가할 때 술 한잔하면 좋겠구나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여섯째 이야기」중에서

그 뒤 멧돼지는 어찌 되었을까
담 넘다 넘어지고 자빠져서
촛불 든 개 돼지들에게 붙잡혔다는 말도 있고
눈 감았다 떠 보니 멧돼지와 임금 중 어느 게 진짜더냐
모든 것이 삼복더위 낮잠에 꾼 꿈이었단 말도 있는데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열셋째 이야기
아주 먼 옛날 아주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란다
믿거나 말거나…
---「멧돼지의 일장춘몽, 그 열셋째 이야기」중에서

열세 편의 시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이러한 구조는 실현되지 못한 꿈을 마치 실현된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여기에 낮술에 취한 멧돼지가 유발하는 웃음이 더해져 자못 현실감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현실감 있는 잠깐의 착각이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정해랑의 시는 대상에 대한 풍자를 넘어 비참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고단한 마음을 달래는 힘이 있다.
---「발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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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랑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멧돼지의 일장춘몽』도 첫 번째 시집 『공주와 도둑들』처럼 그 대상이 박근혜 ‘공주’에서 윤석열 ‘멧돼지’로 바뀌었을 뿐 정치와 권력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여전히 섬세하고 날카롭다. 그리고 정교하다. 세월호 단식농성장 앞에서 일베가 폭식투쟁을 하더니, 이젠 그 ‘일베쓰레기’들이 장관과 대통령까지 점령한 나라로 변했다. 그들에겐 촛불이 예방주사였다. 유신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극우들의 광기에 맞선 이 유장한 서사시가 크게 돋보이는 것은 풍자와 야유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꿰뚫고 쓴 역설의 시이기 때문이다.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다. 그러므로 은근히 혁명적인 이 시집을 읽으며 거꾸로 ‘몽둥이 든 도둑놈’을 잡으러 가자.
- 이산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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