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거품 안에서 사는 쪽이 더 좋았다.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 내 삶, 가족, 경력을 안전하게 싸고 있던 거품이었다. 그것은 이번 일처럼 난감한 일들을 막아 주어 내가 너무 충격적인 장면, 심란한 상황을 접하지 않게 해주었다. 아주 드물게 그런 일들이 거품을 뚫고 들어오면, 나는 채널을 돌리거나 신문을 다른 면으로 넘기거나 수표를 발행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가난한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p.20
“저는 요한복음을 자주 읽어요. 하나님이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신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올라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주님,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저는 몰랐나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알았다. 세상의 가난과 고통을 모르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먹을 것과 깨끗한 물이 없어서 매일 죽어 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에이즈와 그로 인해 남겨지는 고아들에 대해 알면서도 그 사실을 남의 일로만 여긴 채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p.24
하나님은 인간들이 선택할 법한 사람을 결코 뽑지 않으신다. 그분은 어부, 세리, 반란자 무리를 제자로 삼으셨다. 그리스도인을 가장 극심하게 박해했던 바울을 골라 이방인의 사도로 삼으셨고 신약성경의 대부분을 쓰게 하셨다. ……하나님은 이런 일들에 정말 유머 감각을 발휘하시는 듯하다. 그렇다면 고급 식기류를 팔던 사람을 불러 가난한 자들을 돕게 하는 일이라고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p.75
보편 교회에 속한 우리가 지상명령the Great Commission에 참으로 헌신한다면, 먼저 ‘중대한 불이행the Great Omission’을 개선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먼저 그리스도의 사랑을 교회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교회들을 포함한 온 교회에 보여 주지 못한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결코 제대로 보여 줄 수 없을 것이다.--- p.286
그렇게 해서 믿음과 행위 간의 일종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오늘날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행위’ 지지자들은 영혼 구원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가난한 자들을 보살피고 불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맞서 싸우는 행위를 강조했다. 반면 ‘오직 믿음’ 지지자들은 이런 견해가 세속적이라고 여겼다. 그들은 세상이 하나님의 속량하시는 은혜, 오직 믿음으로 얻는 구원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노력에만 집중했다. ……복음이 이렇게 분열되면서 양측 모두 반쪽짜리 복음, 구멍 난 복음만을 갖게 되었고 각기 자신의 반쪽에 만족했다. 그러나 온전한 복음이 축소되면서 양 진영 모두 예수께서 선포하신 좋은 소식과 그 엄청난 능력이 그림자만 남게 되었다.--- p.302
한번 상상해 보라. 20억의 그리스도인들이 이 복음, 온전한 복음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여 하나님의 퍼즐 안에 자신의 조각을 채워 넣어 하나님의 놀라운 비전을 완성할 때 찾아올 회복되고 구원받은 세상을. 그분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이루어진 세상을. 연민의 군대가 세상 구석구석에 주둔하여 큰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해내는 모습을 그려 보라. 그 변화를 상상해 보라.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을까? 그들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이들이 섬기는 하나님은 누구신가?
--- p.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