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로탄은 갈색 오크의 거대한 바다를 상상했다. 각자 손에 무기를 들고 서로가 아닌 야수를 공격해 식량을 함께 나누고, 대지를 정복해 집과 마을을 만드는 오크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초록 잎으로 덮인 나무에는 과일이 가득하고, 땅 위에는 튼실하고 건강한 동물들이 뛰놀고, 강에는 신선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새로운 영토에서 그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면? 듀로탄은 충동적으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 땅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십시오.”
“듀로탄!”
가라드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그를 때렸다. 듀로탄은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소리를 지른 아버지의 시선은 주제넘은 아들이 아니라, 듀로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이방인을 향해 있었다.
“그래서 네가 우릴 구하러 왔다는 거냐?” 가라드가 물었다. “우리는 서리늑대다, 굴단. 우리에겐 네 도움이나 네 호드, 그저 약속에 불과한 네 땅이 필요하지 않아. 서리불꽃 마루는 기록이 남기 시작한 이래로 늘 서리늑대의 고향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린 전통을 존중한다.” 게야가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힘든 시기에도 우리의 본질을 저버리진 않아.”
“다른 자들은 징징대는 어린아이처럼 네게 달려갈지 몰라도 우리는 아니다. 남부에 거주하는 물렁한 자들보다는 훨씬 강인하게 태어났으니까.”
자신을 멸시하는 가라드의 말에도 굴단은 불쾌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슬픔에 가까운 표정으로 가라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호드에 합류하지 않은 오크 부족도 있다고 얘기했었지. 다들 내가 처음 찾아갔을 때는 아무 도움도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식량과 물, 집과 같이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서 모두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했지. 유목민이 되어 이 땅 저 땅을 떠돌다가 결국엔 고향 땅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고. 그자들은 이제 그저 오크의 흔적만 남은 존재가 되어, 불필요하게 고통받고 있다.”
“우린 ‘고통받지’ 않아.” 가라드가 말했다. “견뎌 낼 뿐.”
그는 살짝 뒤로 기대 앉으며, 크고 강인한 몸을 한껏 부풀렸다. 듀로탄은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았다.
교섭은 끝났다.
“우린 널 따르지 않겠다, 초록 오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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