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에서는 심메마니, 약초꾼, 석이꾼, 송이꾼, 석청꾼, 초막 농사꾼, 독살 어부, 죽방렴 어부, 해녀, 소금꾼, 봉받이, 굴피집지기, 남사당 앞쇠 등 13가지의 業에 종사하는 '꾼'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어 『장이』에서는 숯장이, 대장장이, 왕골장이, 짚신장이, 짚풀장이, 베장이, 모시장이, 무명장이, 명주장이, 쪽물장이, 옹기장이, 부채장이, 엿할머니, 올챙이 국수장수 등 14가지 業에 종사하는 '장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두 권의 책에 모두 27가지의 '업'을 지켜온 32명의 토종지기가 실려 있는 셈이다. 좀더 의미를 두고 바라보아야 할 부분에서는 [곁들여보는 토종문화] 난을 별도로 구성하여 관련 토종문화의 이해를 돕도록 꾸며져 있다.
한글사전에도 나와있는 '시치미떼다"의 의미가 예로부터 전해져오는 봉받이(관련내용 『꾼』 200쪽)의 매사냥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시치미'(쇠뿔을 얇게 깎아 만들기도 했다)란 매의 꽁지에 매어 두는 꼬리표 같은 것으로, 여기에는 주소와 봉받이 이름 등을 적어 자신의 매임을 표시했다. 옛날 매사냥이 성행했을 무렵, 간혹 사냥을 나갔다가 매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때 남이 잃어버린 매를 받아 시치미를 떼고 자신의 시치미를 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따라서 하고도 안한 척, 알고도 모르는 척 할 때 마치 시치미를 떼어 임자를 모르게 하는 것과 같다 하여 '시치미 뗀다'고 하였다. 깎아지른 절벽을 장비도 없이 오로지 맨손으로 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위험천만한 미친짓을 30여 년 동안이나 해온 국내 유일의 석이꾼. 기형적으로 변형된 그의 손가락이 그의 삶의 고달픈 이력을 대신한다.
사라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그리워해야 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그 '그리운 병'에 들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삶을 한번쯤 보듬고, 껴안아 보자. 사실 거창한 역사유적이나 문화유산에는 친절한 안내문도 많고, 책도 많고, 그것을 찾아가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무형의 이 생활풍속은 지금 만나지 않으면 영영 만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면사를 기계로 뽑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일이 줄어든 후에도 계속 무명짜기를 해온 무명장이 백씨의 "이 편할라카는 세월에 누가 이거 하겠습니꺼. 돈도 안되지, 하기도 어렵지"(관련내용 『장이』 128쪽) 라는 말은 우리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