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도 사기꾼에게 속을까요?
답은 ‘그럴 수 있다.’입니다. 아무리 훈련된 전문가라도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사기꾼들은 사람의 심리를 읽고 조작하는 기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기 사건 전문 심리학자인 스테이시 우드(Stacey Wood, PhD.) 박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심리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 사기가 발생했습니다. 사기꾼들은 타인을 돕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과 수치심 때문에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심리학자들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심리 전문가임에도 피해자들은 그 상황에서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무기력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는 심리 조작의 위험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심리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죠.
여러분이 매일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어떤가요? 모두 진실할 리는 없죠. 사람은 선의든 악의든 자기 마음을 쉽사리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렇게 속내를 숨긴 채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려는 이들도 있죠. 안타깝게도 잘 속는 사람들은 그런 사기꾼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고 눈치 없는 사람들은 그들의 심리 조작으로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pp.4-5, 「프롤로그」 중에서
첫 번째 단계는, 라포 형성 단계입니다.
라포는 상호신뢰를 의미합니다. 단지 친해지는 것이 아니죠.
신뢰에 주목해야 합니다. 상담가를 신뢰하려면 상담가의 권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보통의 상담가는 일단 내담자가 제 발로 찾아왔기 때문에 일정한 권위가 확보되어 있습니다. 때로는 자격증이나 학위가 그 권위를 뒷받침하기도 하죠. 오랜 경험이나 입소문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일상 대화에서의 상담은 그런 권위가 쉽게 확보되지 않을 수 있겠죠. 그럴 때는 친밀함이 권위의 빈자리를 채워줍니다. 더 친밀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으로 신뢰가 확보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의 말을 잘 듣는다거나 친절하고 신뢰가 가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 등이죠.
그리고 상대의 생각을 한정 짓는 프레임 안으로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좀 더 빨리 라포를 쌓을 수도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프레임은 평소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매장에 들어가서 점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보죠. “매장 분위기가 정말 밝네요. 일하시는 분들 인상도 정말 좋으시고요.”
이 말을 들은 점원은 아무래도 이 말을 한 손님에게 좀 더 친절히 대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회사생활이나 연인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특히 가족이나 연인은 대부분 강한 라포가 형성이 된 관계이기 때문에 더 잘 먹힙니다.
--- pp.46-47, 「CHAPTER 2. 상담가는 어떻게 상대의 속마음을 읽고 변화하게 할까? 2-2. 단계별 상담 익히기」 중에서
정리하자면 이 기술은 다음의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 데이터 수집 단계 = 라포 형성
2. 분석 단계 = 기준선 잡기
3. 심리 평가 단계 = 단서 모으고 가설 세우기
4. 종합 단계 = 확증 얻고 심문하기
이는 앞에서 봤던 눈치와도 유사하고, 이후 소개할 다른 기술과도 유사한 프로세스입니다. 그럼 단계별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사례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① 정보를 수집하고 유추하는 사례 : 형사 A
한 형사가 범죄 현장 분석을 마치고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피의자는 왼손잡이고, 절름발이다. 280mm 사이즈 신발을 신고 있었다. 흡연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 폭력 전과가 있고 복수하려는 동기가 있다.”
어떤 근거로 이렇게 추론할 수 있었을까요?
왼손잡이 : 상처의 각도나 무기의 위치
절름발이 : 부상, 선천적 상태 또는 발자국으로 본 걸음 습관
280mm 사이즈 신발 : 발자국 또는 다른 흔적들의 모양
흡연자 : 담배 잔여물이나 냄새
생산직 : 용의자의 옷이나 도구의 유형
폭력 전과 : 범죄의 심각성과 방법, 주저한 흔적 등
복수하려는 동기 : 범행 방식, 피해자의 과거 등
이처럼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 많은 정보를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프로파일링은 일상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생이나 업무 등 어떤 경험이 많은 사람 중에는 이런 프로파일을 아주 섬세하고 날카롭게 해내시는 분들이 있죠. 작은 행동을 보고 성격을 유추해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다시 닫지 않는 것을 보고 세심하지 않은 성격임을 판단하거나, 밝게 웃어도 그 웃음이 금방 사라지는 것을 보고 긴장한 상태나 예민한 정도를 파악하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상대의 결핍이나 인정 욕구까지 유추해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편견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들은 그것이 편견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근거들을 수집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현명하지는 않죠. 그래서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편견으로 오해받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내린 어떤 판단이 편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항상 현재의 판단이 하나의 가설이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객관적인 근거를 수집해야 합니다.
--- pp.120-123, 「CHAPTER 3. 프로파일러는 어떻게 상대의 거짓을 간파할까? 3-1. 프로파일링의 기법들」 중에서
- 영업 및 고객 서비스 : 영업 전문가는 프로파일러의 기술과 유사한 방식으로 고객 행동과 동기를 이해하고 각 고객에게 맞는 접근 방식을 생각해 전략적으로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사원은 심리적 프로파일링을 사용해 고객이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접근 방식에 더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지, 또는 보다 사실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접근 방식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도 손님이 매장에 들어올 때의 시선 마주침 등의 태도와 질문하는 내용들을 토대로 손님이 혼자서 제품을 고르는 것을 선호할지 대화를 나누며 골라주는 것을 선호할지 판단할 수 있겠죠.
‘이 고객은 40대 중반 남성. 항상 자료를 먼저 요청하고 질문은 시간이 흐른 후에 했던 그의 특성으로 보아 그는 매우 분석적이며 데이터와 논리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과도한 관심은 오히려 그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질문의 내용이 제품 이외의 사항도 있던 것으로 보아 개인적인 관계 구축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를 효과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 위주로 전달하는 것을 시작해야겠다. 조금씩 관계가 진전되면서 천천히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도록 애쓰면 장기적인 고객이 될 수 있겠다.’
--- pp.186-187, 「CHAPTER 3. 프로파일러는 어떻게 상대의 거짓을 간파할까? 3-4.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방법」 중에서
① 자신의 필드로 상대를 끌어내기
처음 대화가 시작되면 서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상대가 자신을 신뢰하도록 라포 형성에 집중하게 되겠죠. 프로파일러라면 자신이 프로파일러로서 훈련과 경험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상대에게 알릴 것입니다.
“매번 취조하다가 이젠 좀 취조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일상적인 경우에서는 다음처럼 응용해서 말할 수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다 보니 뭔가 답이 애매하면 확실히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명확하지 않으면 잘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더라고요.”
만약 상대가 콜드리딩을 쓰면서 부적절한 신뢰를 만들어내려고 할 때, ① 누구의 목적에 맞는 라포가 형성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고, ② 자신의 확증편향적인 잘못된 신뢰를 내려놓고, ③ 나의 이미지에 맞는 라포를 형성하도록 애써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면, 상대가 형성하려는 상대 중심의 라포에만 빠지지 않는 것으로 최소한의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선의로 콜드리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의도를 판단하고 끌려가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상대의 의도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가 미약한 근거로 어떤 결론을 내리고 나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하거나 생각의 변화를 끌어내려고 한다면 그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유도 질문입니다. 특정한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단계적으로 하는 질문들입니다. 더블 바인드나 미묘한 문장들이 여기에 포함되겠죠.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의 질문 외에도 다른 관점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상대가 질문했다고 해서 그에 대한 답을 하는 데에만 집중하면, 원래 자신의 이성적 사고를 잃게 됩니다. 특히나 콜드리딩은 주관적인 해석이 많이 개입될 수 있는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관점을 잘 유지하면서 질문의 맹점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가 칭찬이나 공포스러운 말을 통해 섣불리 현혹하려고 시도하거나 모호한 말로 예측하려 할 때 확실하게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히 상대가 시도하는 악의적인 콜드리딩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죠.
--- pp.280-282, 「CHAPTER 4. 콜드리더는 어떻게 상대의 신뢰를 얻어낼까? 4-3. 악의적인 콜드리딩에 당하지 않는 법」 중에서
이렇게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대화하면 상대를 흔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를 주도한 입장이거나 상대가 몰입한 상황이 아니라면, 오히려 멀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패턴을 깨는 것은 강력한 기술이지만 양날의 검입니다. 과하면 최면 효과는커녕 상대의 몰입을 깨고 관계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상대의 사고에 과부하를 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자주 활용하면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이 되거나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활용에 신중해야 합니다. 평소 라포를 잘 쌓은 상태에서 확실한 순간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에서의 ‘패턴 인터럽트’ 요령은 예상치 못한 것이되, 바로 대답하기는 어려우면서 대답하려고 애쓸 정도는 되는 주제로 균형을 잘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패턴을 깨고 끝내지 말고, 순간 당황한 상대를 안심시켜주면서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쪽으로 말을 해야 합니다. 상대가 스스로 생각을 멈추고 여러분의 말에 따르도록 말이죠.
--- pp.329-330, 「CHAPTER 5. 최면가는 어떻게 상대의 무의식에 말을 걸까? 5-2. 단계별 최면 익히기」 중에서
위의 모든 기술은 라포를 형성하고 상대의 생각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전략적인 마인드로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이었죠.
그래서 이 4개의 기술을 연습하게 되면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입니다. 순간의 감정에 매몰되어 상처뿐인 승리에 후회할 일은 없앨 수 있죠. 나에게 좋은 것을 얻고 그것을 위해 작은 전투는 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이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병사의 관점이었다면, 이젠 전략가의 관점이 되는 것이죠.
이 4개의 기술은 모두 섞어서 활용할수록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의 더 깊은 생각을 읽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들을 익힘으로써 이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려는 이들의 의도를 초기에 알아챌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알고 있으니 그만하라고 경고할 수도 있고 관계를 끊을 수도 있겠죠. 아니면 상대가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어디까지 시도하는지 확인해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지가 늘어나게 됩니다. 선택지가 있다는 것은 곧 끌려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 pp.352-353, 「CHAPTER 6. 4개의 기술, 어떻게 써야 할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