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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

: 수면부터 생체 리듬, 팬데믹, 신약 개발까지, 생명을 해독하는 수리생물학의 세계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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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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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128*190*20mm
ISBN13 9788962624953
ISBN10 896262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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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피타고라스 정리, 근의 공식, 미적분이라는 말을 들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가? 생멸을 반복하는 생명과는 다른, 시공간을 초월한 만고불변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 제목부터 아름다운 이 책은 수학이 삶을 이해하는 데, 살아가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일깨운다. - 손민규 자연과학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끊임없이 변하는 생명 시스템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학 이론인 미적분학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을 10여 년간 공부하며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비로소 그 최종 단계로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 이른바 ‘수포자’를 줄이려면 미적분학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매년 나올 만큼 수많은 학생들이 미적분학으로 고통받기도 하지요. 미적분학을 엄밀하게 배우려면 수열, 극한, 급수 등 수학의 다양한 개념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수학을 몰라도 미적분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생명과학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p.25~26

이번 장에서는 이 문제를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하나는 우리의 직관을 이용한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어떤 현상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수학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수리 모델링(mathematical modeling)’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미적분학을 바탕으로 수리 모델링을 하는 방법, 즉 생명과학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도록 수학으로 번역하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수식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이라서 다소 어려울 수는 있지만, 이 장의 수학 내용들만 이해하면 다음 장에서 다루어지는 다양한 의생명과학 문제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 풀 수 있습니다.
--- p.38~39

사람뿐만 아니라 박테리아부터 곤충, 식물, 동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명체가 이러한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생명체들은 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일주기 리듬을 유지하는 것일까요? 처음에는 단순히 지구의 자전으로 생기는 낮과 밤을 따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였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체를 낮과 밤이 없는 깜깜한 환경에 두어도 몇 주간 일주기 리듬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식물들이 햇빛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받기 위해 낮 동안 잎을 위로 올리는데, 이러한 잎의 주기적인 움직임은 깜깜한 방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리고 깜깜한 환경에서도 쥐는 약 23.7시간마다, 사람은 약 24.2시간마다 깨어나고 잠들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생명 시스템이 주변 환경과 무관하게 시간을 알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데,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바로 이 장치와 그것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수여되었습니다.
--- p.63~65

2007년, 화이자는 생체 시계를 조정하는 신약 후보 물질인 PF-670462를 발견했습니다. 이것을 먹으면 생체 시계의 조정 버튼이 움직여 생체 시계가 몇 시간 지연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에는 독특한 성질이 있었습니다. 하루 중 언제 먹는지에 따라 효과가 3배 이상 차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6시에 먹으면 효과가 가장 약해서 시계가 약 1시간 뒤로 밀렸고, 오후 6시에 먹으면 효과가 가장 강해서 시계가 약 3시간 뒤로 밀렸지요. 이 약이 타깃으로 하는 생체 시계가 하루 종일 변하기 때문에 약을 언제 복용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 것입니다.

또한 깜깜한 환경보다 낮과 밤이 있는 실제 환경에서 약효가 더 떨어졌습니다. 약으로 조정된 생체 시계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빛 정보를 받아들였을 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약으로 생체 시계를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복용하지 않으면 생체 시계는 원상태로 복구되었습니다. 빛에 의해 효과가 달라지는 약이라니, 참 신기합니다. 자연스럽게, 낮이 긴 여름에 먹는지 짧은 겨울에 먹는지에 따라 약의 효과도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평소 빛에 얼마나 노출되는지에 따라서도(늦은 밤 스마트폰을 얼마나 들여다보는지에 따라서도), 약효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되었지요.

요컨대 하루 중 약을 언제 먹는지에 따라, 그리고 복용자가 빛에 얼마나 노출되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복잡한 조건에서 약의 효과를 실험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화이자에서는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화이자에서 대니얼 포저 교수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이유도 수리 모델을 이용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수리 모델을 이용해 약의 효과를 실험하는 일은 컴퓨터 전기료만 지불하면 되니까요.
--- p.119~120

주은연 교수님과 최수정 교수님은 이 문제를 오랜 시간 연구했는데, 2018년 여름 주은연 교수님이 저에게 처음 연락한 이유도 바로 주간 졸림증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교대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수면을 몇 주간 스마트 워치로 추적했는데 결과가 예상과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평균 수면 시간이 길어지거나 수면 효율과 같은 여러 수면 지표가 좋아지면 당연히 교대 근무 중의 졸림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 5.1와 같이 삼성서울병원의 교대 근무 간호사들의 평균 수면 시간과 주간 졸림 정도를 그려보았더니, 평균 수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졸림 정도가 감소한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더 조사해 보니, 해외 연구에서도 교대 근무자의 주간 졸림 정도를 수십 개의 수면 지표로 예측하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풀리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알면 일단 관심이 생깁니다. 수학이 그 미스터리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 p.149~150

예측에 따르면, 당시 시행 중이던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격상해 유지할 수 없다면 차라리 거리 두기를 당장 해제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2022년 2월에 발표되었는데, 결과 발표 전날까지도 많이 두려웠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자는 주장은 하기 쉬운데, 해제하자고 주장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예측이 잘못되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가 파국을 가져오면 어쩌나 하며 조마조마했습니다. 발표 후 기자들과 인터뷰하면서도 조심스럽다는 말을 반복했지요. 그런데 걱정과 달리, 발표에 대한 반응은 미적지근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것에 전 국민의 관심이 몰려 있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는 아예 관심 밖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장의 시작에서 이야기했듯이 오히려 논문이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구를 발표하고 2년이 지난 2023년에 일본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다행히 예측이 잘 들어맞았던 듯합니다. 그림 6.4의 그래프에서 보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고 확진자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한편 중증 환자 비율이 거의 0으로 크게 줄어 중증 환자 수도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면 중증 환자 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우리의 직관과 충돌하는 미적분학의 예측이 맞은 것이지요. 이 결과는 앞으로 새로이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한 방역 정책을 설계할 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적분의 또 다른 쓸모이지요.
--- p.191~192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자연은 복잡하지만, 그것을 기술하는 수식은 더없이 명료하다. 수학은 어렵지만, 그것을 연구해 온 수학자들의 노력은 한없이 흥미롭다. 이 책은 수학이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유용한 언어인지를 보여주는 수리생물학 입문서다. 마치 학창 시절 수학 선생님처럼, 책은 독자에게 수식 하나하나의 의미를 짚어주고, 일상의 사례를 들어주고, 해답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학창 시절의 골칫거리였던 미적분으로부터 출발해 미분방정식을 향해 단숨에 달려가더니, 그것이 자동차의 운동만이 아니라 우리 생체 리듬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익한 도구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하루 생체 리듬이 어떻게 형성되고, 수면과 각성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유전자 수준에서 생체 신호와 일주기 행동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수리생물학의 다양한 응용 사례를 저자인 김재경 교수의 최신 연구 성과로 설명한다는 데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촉망받는 수학자 김재경 교수는 자신이 연구해 온 수면 패턴과 일주기 리듬의 수학적 모델을 수리생물학의 예로 설명하면서 이를 탐구해 온 자신의 일상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우리는 생명 현상을 탐구하는 수학자의 삶을 엿보고, 그가 물리학자, 의사, 대학원생들과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은 어린 독자들이 수학자의 삶에 매료되어 ‘어린 김재경 후학‘의 꿈을 꾸어주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아울러, 수학은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그 너머 ‘자연과 생명을 번역하는 아름다운 언어’라는 사실을 부디 독자들이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전에 발견하길 희망해 본다.”
-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 융합인재학부 교수)
“이 책은 수학이 단순히 학문적 이론에 그치지 않고 생명과학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필수적인 도구로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저자는 미적분학이 신약 개발, 생체 리듬 분석, 전염병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국내에서 아직 낯선 ‘수리생물학’이라는 분야를 다루며, 독자들이 수학의 진정한 힘과 가치를 재발견하여 자연스럽게 수학을 좋아하는, 진정한 ‘수호자(數好者)’가 되도록 돕는다. 수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도구임을 깨닫게 하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수학이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귀중한 안내서다.”
- 권오남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2017년 7월, 대한수면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학술이사로서 강의실을 돌며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았다. 그때 한 젊은 수학자가 ‘일주기 리듬의 수학적 모델링과 컴퓨터 분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일주기 리듬은 나의 전공 가운데 하나인데, 이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접근 방식이 참 신선하고 놀라웠다. 대학 입시 이후로 수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임상의사로서 그 접근은 다소 낯설었지만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그 수학자는 생체 리듬과 수면 생리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박식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

당시 우리 수면의학 연구 팀은 교대 근무자의 수면 시간과 근무 중 졸림 정도의 관련성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적 모델링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김재경 교수에게 협력 연구를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최근 10년간 내린 가장 잘한 결정들 중 하나였다. 연구 1년 만에 「교대 근무자의 수면 품질을 분석하는 수학적 모델링」이라는 첫 성과를 발표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개인 맞춤형 수면-각성 패턴」, 「기계학습 기반의 간단한 설문지를 이용한 수면 장애 위험 예측 앱」, 「수리 모델을 이용한 멜라토닌 분비 시각 예측 및 효율적인 측정 프로토콜」 등 교대 근무자와 불면 환자들의 수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성과물을 얻고 있다.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은 김재경 교수의 지난 10여 년간의 수리생물학을 향한 애정, 열정, 그리고 도전 정신을 담고 있다. 특히, 수리생물학을 의생명학에 접목해 발전시킨 독보적인 성과를 장별로, 연도별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 책이 의생명학이나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새롭고 멋진 진로를 제시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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