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이런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좀 더 나은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최소한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불평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나빠져 간다. 이 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는 걸까? 이 문제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는 바로 정치권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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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질적인 문제가 방치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의 약자를 대변할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는 있더라도 소수이거나 그들을 대변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못하거나, 또는 당선되더라도 아주 소수에 불과하여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은 왜 자신을 대변할 정치적 대표자를 갖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의 선거제도와 정치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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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가운데 대기업 노조는 대기업 노동자의 권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해당 산업 내 전체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노동자 간 지나친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즉, 노동자 또는 노조 간 연대 정신을 발휘하여 기존의 기업별 노조에서 벗어나서 산업별 노조(산별노조)를 건설해야 하고, 이를 통해 대기업 노조의 ‘귀족노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노갈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된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주는 경제원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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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총선 후 국회가 새로이 구성되면, 국회에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구성되어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대단히 형식적이다. 그 이유는 먼저 이 위원회의 참가자 대부분이 초선이나 재선의원이다. 그래서 위원회의 논의나 결정 사항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두 번째는 위원회에서 다루는 것이 상시 국회, 법안심사의 강화, 법사위 개선 등 대부분 지엽적인 내용이다. 그런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정치개혁을 위한 시급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리는 꼴이다. 그동안 새로운 회기마다 정개특위가 구성되어 개혁방안을 논의했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같은 문제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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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는 정당 체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가 어떤 선거제도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정당 시스템이 양당제나 다당제로 달라진다. 선거제도가 다수대표제일 때는 정당 체제가 주로 양당제이고, 비례대표제일 때는 대부분 다당제가 된다. 이를 흔히 ‘뒤베르제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뒤베르제(Duverger)는 1950~60년대 여러 편의 논문에서 그 같은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간 관계를 밝혀냈다. 이처럼 선거제도는 단순히 선거 결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당 체제를 포함하여 사실상 정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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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기존의 병립형에서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주장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그것은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는 이익집단이나 소수자 그룹의 대표자(기존의 비례대표)를 더 많이 국회로 보내자는 의미가 아니다. 거대 양당 사이의 승자 독식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이고, 또 마찬가지로 승자 독식의 피해자인 군소정당에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즉 군소정당이 지역구에서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의 적용으로 당선자를 내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얻은 득표만큼은 비례대표 당선자를 통해 의회 진출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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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의 당 대표,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 등 대다수 선거에서 꼭 네거티브가 등장하여 모두를 난처하게 만든다. 특히 대선 국면의 네거티브는 당내 경선에서부터 치열하다. 당내 경선에서 중요한 비공개 비밀이 폭로되기도 한다. 이처럼 정치적 경쟁이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진행되어 정치인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런 흑색선전은 일반 시민이나 유권자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정치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하게 한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공개적인 권력투쟁의 문제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선거에서는 매번 네거티브 전략이 사라지지 않고 등장한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반면에 독일은 그런 문제를 주로 막후에서 조정하여 정치인의 권위가 별로 손상되지 않는다. 독일 정치에서는 왜 네거티브 전략이 잘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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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거대 양당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당이 안정적으로 의회에 진입할 수 있다. 국민의 뜻에 따른 진정한 의미의 국민대표로 의회를 구성할 수 있고, 이는 안정적인 다당제를 가능케 한다. 이 다당제에서는 하나의 정당이 과반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거 후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군소정당도 정권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 이런 과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수정당의 정책이나 아젠다도 실현할 수 있다. 독일 내각제가 바로 이런 모습이다. 예를 들어 녹색당의 환경보호나 원전 중단 요구가 구체적으로 연방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고 시행될 수 있던 것은 바로 독일이 안정적 다당제이면서 내각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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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 면적,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현행 17개를 10개 정도로 줄이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 광역 단위 당 약 500만 명 정도의 인구로 나눌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시 단위로는 서울, 인천, 부산으로 나누고, 도 단위로는 경기, 충청, 전라, 경북, 경남, 강원, 제주다. 충청은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을 통합한 것이고, 전라는 광주, 전남, 전북을 합친 것이다. 경북은 대구를 포함한 것이고, 경남은 울산을 더한 것이다. 경북과 경남을 구분한 것은 충청 또는 전라와 비교하여 인구와 면적 면에서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강원은 인구는 작지만, 면적이 넓은 점을 감안한 것이고, 제주는 떨어진 섬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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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의 시작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바꿔 유권자의 지지만큼 군소정당도 의석을 갖게 되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인 다당제가 가능하다. 다당제에서는 거대 양당에 묻혀 잘 알 수 없었던 각 정당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 같은 안정된 다당제를 기반으로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정부형태를 바꿔야 한다. 내각제에서는 연정을 통해 군소정당도 정권에 참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게 될 것이다. 그 밖에도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와 정치를 개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처럼 권한과 권력을 분산하는. 즉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연방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 p.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