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는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것이 여간 설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무지개를 타고 다닌다니! 새미는 과연 정의를 찾아 미카엘라 요정의 눈가리개를 풀어 주고 오즈의 마을 갈등도 해결할 수 있을까?
--- p.33
이데아 빌리지에서 통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 철학은 좋아하지만 수학은 싫었고, 젤리며 사탕이며 먹고 싶은 것이 많은데 금욕적이어야 한다니! “지혜로운 통치자가 되려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네요!” “암 그렇지!” “제가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 p.45
“무섭지 않으세요? 호랑이가 나타날지 모르는데.” “나는 내 행위의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단다. 내 마음의 소리에 따라 결정을 하지. 내 마음이 내게 속삭였단다. 이 상황에서 누구나 다 그랬을 보편타당한 기준에서 행동하라고. 난 내 마음이 하라는 대로 따랐을 뿐이야.” ‘와우!’ 감탄했다. 에티켓 빌리지에 가면 이런 동물들만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 p.62
새미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적어도 정의는 함께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쇼핑몰 빌리지의 상식은 달랐다. 돈에 따른 차별이 오히려 정의라고 한다. 자신은 요정의 돈이라도 있으니 왔지 가난한 오즈의 마을 친구들은 여기 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내가 부모를 선택한 것도 아닌데…. 이것이 정의일까? 부모님은 열심히 일하는데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일까?
--- p.97
“그곳에서는 정의를 찾았니?” “아직이요. 기린 선생님이 눈가리개를 쓰면 자신이 처한 조건을 잊게 되고 그 상태에서 선택을 하면 정의에 도달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 눈가리개를 써 봤는데도 솔직히 제 자신의 조건이 잊어지지 않더라고요. 제가 순수하지 못한가 봐요.” 거위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지혜로운 소녀야, 자책하지 마라. 그런 마법의 눈가리개는 이 세상에 없단다.”
--- p.109~110
각자가 주장하는 정의(Justice)가 존재한다. 여러 이념과 정당들의 정의는 서로 다르다. 따라서 정의들(justices)이 존재한다. 수많은 정의들 중에서 진정한 정의는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정의를 이야기한 주요 철학자와 이론가를 찾아 나선다. 이들의 정의관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강점과 함께 취약점도 보여준다. 그 일을 호기심 많은 다람쥐 소녀(무지개 소녀) 새미가 한다.
--- p.178
이 책의 목적이 더 있다면, 정의를 교양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로 이해하기를 기대한다. 정의는 삶의 좌표이다. 삶의 좌표 없이는 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를 성찰하고, 행동하는 삶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p.181~182
반면 인간을 공감에 기반한 공평한 관찰자로 이해한 그의 『도덕감정론』은 오늘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애덤 스미스 바로 알기’를 위해 『도덕감정론』의 인간론에 기반해서 『국부론』을 읽을 것을 권한다.
--- p.203
정의는 인정투쟁이다. 인간이 무엇인지, 인간다움의 조건이 무엇인지, 인간다운 관계가 무엇인지를 놓고 끊임없이 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묻고 토론하고, 정의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이는 게오르크 헤겔(George Wile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의 정반합의 변증법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 p.228~229
다람쥐 소녀 새미는 ‘정의로운 정의’를 만날 수 있을까? 호기심 많은 소녀 새미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정의를 찾아 길을 떠난다. ‘구빈원 동물들은 행복할 권리가 없는 것일까?’, ‘내 돈으로 산 워터플레이 프리패스 입장권은 정의로운가?’, ‘편견을 없애는 베일이 현실 세계에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플라톤, 이마누엘 칸트, 애덤 스미스, 아마르티아 센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철학자들의 다양한 정의를 만나며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정의로운 공동체, 공정사회, 자유로운 개인을 향한 열망은 높아지지만, 정의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갖기는 갈수록 어렵다. 새미와 함께하는 여정에서 나만의 정의를 찾아보면 어떨까?
---「뒤표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