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배달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자꾸 신경 쓰이는 집이 있지 않아요?”
사케를 핥듯이 천천히 홀짝거리며 킷카와가 말을 꺼냈다.
“신경 쓰이는 집?”
“왜, 거의 비슷한 우편물만 잔뜩 오는 집이나…….”
“아아! 있어, 있어. 결혼 정보 회사 우편물이 매일 오는 사람도 있었어.”
“저기, 모치. 그거 혹시…… 4가 사는 시모다 씨?”
“그래, 그런 이름이었을 거야. 요즘도 그 사람한테 그런 우편물 무더기로 오냐?”
“응. 뭐, 오긴 오는데…….”
모치마루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시모다 씨 말이야. 내가 배달할 때부터 계속 그렇게 결혼하려고 애를 쓰던데, 아직도 못 했구나……. 「저희 결혼했습니다」 같은 문구하고 사진이 떡하니 붙은 엽서를 배달할 때마다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나네.”
“모치. 아마 그거 잘못 안 걸 거야.”
“뭐?”
“시모다 씨 집에 무사시카와라는 결혼 정보 회사 봉투에 든 우편물이 엄청나게 오긴 하는데, 보내는 사람이 다 달라. 남자 이름으로 보낸 것도 있고, 여자 이름으로 보낸 것도 있더라고. 남자, 여자 양쪽 다 연락이 오는 게 이상하잖아?”
“응? 그래? 담당자가 둘인가?”
“담당자 이름 치고는 이상해, 우편물이 올 때마다 이름이 다르거든. 시모다 씨, 아마 결혼 정보 회사 상담원인 게 아닐까? 회원 데이터를 남녀 양쪽에서 받아서 매칭하는 직업도 있단 소릴 들은 적이 있거든. 감사 인사로 추정되는 편지가 온 적도 있고. 결혼 정보 회사하고 사무적인 연락으로 추정되는 우편물도 있었으니까, 십중팔구……. 게다가 시모다 씨 본인은 벌써 결혼한 것 같던데? 가족 대상 여행 상품 홍보물 같은 것도 오더라. 가끔 가족끼리 여행을 갈 정도로 사이는 좋은가 봐, 아마도.”
모치마루는 방긋방긋 웃는 토우코의 얼굴을 보며 감탄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그렇네. 난 전혀 눈치 못 챘는데. 그런데 토우코, 너 여전히 이상한 거 엄청 잘 본다? 매의 눈이야. 난 보내는 사람 같은 거 아무리 봐도 기억 안 나던데.”
“그런가? 나도 모르게 읽어 보게 되고, 자꾸 눈에 들어오니까 외워지던데…….”
“그것도 재능이야.”
- 본문 27p 중에서 -
“뭐라고?”
모치마루는 수화기에 대고 되물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 그, 그러니까…… 죽었어요…….
“지, 진짜로?”
- 살해당했대요. 경찰이 왔어요. 형…… 저, 이제 어떻게 해요…….
“카즈키, 진정해. 진정하고 자세하게 얘기 좀 해 봐.”
- 저, 저도……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 편지는 분명 살인 사건의 전조였던 거예요……. 죽기 싫어요…… 저 죽기 싫다고요! 형…… 살려 주세요.
도무지 얘기가 되질 않는다. 카즈키는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세입자, 정말로 살해당한 거야? 사고나 병사 같은 게 아니라?”
- 틀림없는 살인이에요…….
“경찰이 그렇게 말해?”
- 말 안 해 줘도 알아요!
“야, 카즈키.”
- 현장…… 피 웅덩이 위에 둥둥 떠 있었어요! 눈알이!
모치마루는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 오도카니 떠 있었다고요! 뭉개진 눈알이요! 무슨 계란 프라이처럼!
원룸 마룻바닥에 안구가 굴러다니는 광경을 상상하니 온몸에 한기가 들며 오들오들 떨렸다.
- 살려 주세요! 형, 저 좀 살려 주세요!
거의 절규하듯 부르짖는 카즈키의 목소리를 들으며 모치마루는 망연자실해서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비정상적인 사태였다. 현실 세계에서 만날 리가 없는 광기였다.
- 본문 178p 중에서 -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