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 속에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을까?
소설 《모비 딕Moby Dick》에서 작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믿을 만하고 쓸모 있는 용기는 닥쳐오는 위협을 올바로 판단하는 순간에 솟구친다.” 두려움이야말로 이를 가능하게 한다. 두려움은 마치 메시지 전달자처럼 우리에게 지시를 보낸다. 신중하게 움직여라. 미친 듯이 달려라, 멈춰라, 혹은 계속 가라. 새로운 도전을 하라. 적절한 두려움은 이처럼 자연스러우며 지극히 무해하다. (중략)
당신 안에 숨어 있는 용기를 찾고 싶다면 두려움과 불안을 깡그리 없애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이런 감정들을 제대로 인식하려 노력해보는 것이 어떤가. 두려울 때는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라. 두려움이 내게 무엇을 말하는가? 내 감정 속에 어떤 메시지가 숨어 있을까? 퇴사를 결정하거나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나는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행여 나 자신을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처음에는 겁부터 날지도 모른다. 분명 실수도 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견디면 점점 두려움을 해석하는 나름의 기술이 생긴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실수이다. 열린 마음으로 두려움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자. 바로 그 순간부터 당신 마음속에 강인하고 믿을 만한 용기가 자라날 것이다. --- p.24~26
너무 사소하거나 너무 엄청나거나
4년 전 내 왼쪽 몸에 마비가 오면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CT촬영, 혈액검사, MRI 촬영을 연속해서 진행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일기장에 절박한 심정을 쏟아냈다. “하느님, 제발 도와주세요. 저는 너무나 무기력하여 이 두려움을, 이 병을 견딜 자신이 없어요. 도와주세요…….” 그 후 세 차례 경미한 뇌졸중을 겪고 난 뒤에야 나는 내 안의 가장 큰 두려움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나는 내 몸이 전처럼 좋아질 수 없을까 봐 두렵다. 이 두려움은 마치 개가 뼈다귀를 물어뜯는 것처럼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나는 신중하게 행동량을 계산해 움직여야 하며, 쉽게 지치고, 쉽게 불안에 사로잡힌다. 마치 달걀 껍데기처럼 연약해진 기분이다. 이런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에는 건강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새로이 다잡아야 한다. 최상의 상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믿자. 나는 여전히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연습장과 펜 하나를 준비하자.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고, 크레용과 도화지 한 장도 좋다. 재료는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이제 당신만의 단어 혹은 그림으로 두려움을 표현하고 길들여라. 심리학자들을 이런 과정을 ‘외재화externalization’라고 일컫는다. 내면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두려움과 당신 사이에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다. 당신 자신과 두려움을 동일시하는 대신, 두려움을 종이 위에 쓰고 입 밖으로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지금 나에게는 이런 두려움이 있다.” --- p.34~35
완벽한 ‘동그라미’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컴퍼스로 그린 동그라미처럼 완벽해지길 원합니다. 하지만 완벽이란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쪽이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완벽하지요.” 어느 승려 분이 내게 해주신 말씀이다. 정말 그렇다. 그러나 완벽주의에 빠진 이들은 언제나 깔끔하게 그려진 동그라미가 되길 바란다. 최근 나는 이를 절실히 깨달았다. 지난 4월, 메릴린과 함께 일주일간 집중적으로 이 책의 집필 작업을 하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메릴린이 덴버에서 내가 있는 호놀룰루로 오기 바로 며칠 전, 나는 그녀에게 당장이라도 전화해 비행기 표를 취소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지독히 견디기 힘든 갱년기 증상에 시달렸다. 불면증과 두근거림, 불안, 전신 열감, 피로, 집중력 저하까지……. 절망적이었다. 친구이자 동료인 메릴린에게 완벽한 삶과는 거리가 먼, 이토록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줄 엄두가 안 났다.(중략)
마침내 다가온 일주일간, 나는 약간 떨리고 삐걱거리는 상태였지만 메릴린과 함께 편안하고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성찰과 지식을 더하여 전보다 풍부한 글을 써내려갔다. 그제야 지나칠 정도로 완벽해지고 싶었던 내 상태가 도리어 평정심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진심 어린 생각을 표현하고 고민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만이 이에 대한 해결책이란 사실 역시 깨달았다. --- p.53~55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더 불안한 당신에게
가정환경이나 사건 사고의 영향으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더라도 우리는 다시 평온함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런 시도를 할 때에도 큰 난관이 눈앞을 가로막곤 한다. 평온함이 평범한 것 혹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평온한 상태에 익숙하지 않다. 열병처럼 온몸에 맥박 치던 불안감이 사라지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몰라 걱정한다. 평온한 상태가 되면 도리어 죽은 듯이 무기력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중략)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은 치워버릴 수 있다. 대신 그 자리에 두려움을 대면하고 감지하는 단계를 채워넣으면 된다. 이를테면 초조해지려는 순간 웅크리며 숨지 않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막연해 보이던 불안의 정체가 파악된 후에는 두려움을 향해 이렇게 말해보자. “난 내 마음속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 두려움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낼 것이다. 계속해서 두려움을 인지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그것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다.” --- p.128~129
사소한 한 가지 이유가 삶을 이끈다
다른 이를 도와주면서 도리어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한 여성은 휴양지에 놀러갔다가 여섯 살짜리 아들이 물에 빠져 세상을 떠나는 참담한 사고를 겪었다. 이후 그녀는 시민 단체에서 사람들에게 물놀이 안전 규칙을 교육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이 일을 하며 크나큰 위로를 얻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실의에 빠져 있던 할머니 역시 작은 계기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손자가 근처에 직장을 구해 함께 살기로 한 것이다. 손자는 약간의 생활비를 보태기로 했고, 대신 할머니는 손자가 지내는 동안 저녁식사를 챙겨주기로 했다.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바꾸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를 때도 있다. 하지만 내 안의 용기를 빼앗고 내 앞을 가로막는 것만 같은 두려움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일상에서 사소한 즐거움을 발견하고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삶의 기쁨과 의미가 조금씩조금씩 되돌아올 것이다.--- p.166~167
칭찬 받고 싶다는 욕심을 어떻게 내려놓을까?
우리는 자기만의 용기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걸림돌과 마주치게 된다. 바로 용기를 대번에, 그것도 완벽한 모양으로 찾아내려는 욕심이다. 단언컨대 용기를 내는 데에는 쉬운 공식이 없다. 난관이 닥칠 때마다 각 상황에 맞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과거에 용감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지금도 그때처럼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 써먹었던 방법이 지금은 소용없을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비로소 다시 용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다.(중략)
사람마다 발휘하는 용기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각자의 내면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중한 부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것만큼은 모두 똑같다. 세상이 정한 규칙 따위 신경 쓰지 말자. 칭찬받고 싶다는 허망한 욕심도 떨쳐버려라.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만의 용기가 지닌 색깔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제각기 어여쁜 색으로 빛날 것이다. --- p.183~185
당신에게 위로를 구하는 이를 외면하지 마라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기란 정말로 어렵다. 그러나 오로지 자기 상황에만 매몰되어 있지 않길 권한다.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통달하고 난 다음에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려움에 맞서면서 우리는 오히려 용기를 찾는 여정에 오르게 된다. 이때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면 더 큰 기운을 얻어 더 멀리 나아갈 수도 있다.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마침내 행동을 하려면 실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놀랍게도 우리 모두에게는 두려움에 짓눌려 있음에도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는 능력이 있다. 먼저 다가가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 나는 친구들과 함께 병으로 입원한 이웃을 찾아갔다. 임종을 앞둔 심각한 상태였기에 여럿이 함께 가도 괜찮을지 한참을 망설였다. 내가 과연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내게 닥친 일들조차 버거워하는 주제에……. 병실에 도착했지만 차마 아무 말도 못하고 누워 있는 이웃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의식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세라, 손이 차갑네요. 내 손 꼭 잡아요.” 내 손이 차가운 것은 사실 긴장과 두려움 탓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따뜻하게 손을 잡아준 덕분에, 도리어 나를 위로하며 말을 건네준 덕분에 내 마음에 용기가 생겨나는 것 같았다.
--- p.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