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렇고 너무 고통스러운 문상이었다. 평생 이토록 괴로운 문상은 일찍이 없었다.
사죄하러 간 문상이었기 때문이다.
고인은 올해 서른세 살 된 젊은 주부였다.
그 주부를 아카마쓰운송 소속 트레일러가 치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트레일러에서 빠진 타이어가 인도를 걷고 있던 주부를 정통으로 덮친 것이었다.
주부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오늘 하루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너무나 안타까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주부의 죽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카마쓰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정 속 주부는 환하게 웃으며 먼 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카마쓰의 눈에는 그것이 저 멀리 있는 꿈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보였다.
주부의 이름은 유기 다에코였다.
틀림없이 이 사람은 아카마쓰에게는 없는 꿈을 지니고 있었으리라.
다에코가 사고를 당했을 때 손잡고 함께 걷던 자그마한 사내아이는 넘어질 때 생긴 찰과상 정도만 입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큰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그 아이가 빈소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카마쓰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지독한 회한에 시달렸다.
아카마쓰운송이 일으킨 타이어 이탈사고는 행복했던 엄마와 아들의 꿈을 눈 깜빡할 사이에 박살 낸 셈이다.
그 트레일러의 이름이 뷰티풀 드리머였다.
아주 큰 자동차 제조회사인 호프자동차가 만드는 대형 트레일러다.
“뭐가 뷰티풀 드리머라는 거야.”
딴에는 속으로 중얼거린 셈인데 주위에 있던 다른 승객이 멍하니 아카마쓰를 바라보았다.
아마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뷰티풀 드리머가 가져다준 것은 꿈은 꿈이라도 인생 최악의 악몽이었다.
--- p.16~17
“저어, 아카마쓰 사장.”
히라모토가 아카마쓰의 말을 끊었다.
“사실 두 번째 용건은 바로 그 앞으로의 문제인데, 사실 우리 중역 지시라서. 한동안 아카마쓰운송에 배송 의뢰를 보류하게 되었어.”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과장님,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아, 그냥 지금 한 말 그대로야. 한동안 우리 쪽에서는 일을 맡기지 못할 거로 생각해줘. 그런 표정 짓지 말고. 나도 좋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뭐, 워낙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거 신문에 잔뜩 났잖아? 그렇게 되면 우리도 입장이 곤란해.”
“잠깐만요, 과장님.”
아카마쓰는 얼른 반론을 펼쳤다.
“그 사고에 대해서는 아직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우리 잘못이라고 판정 난 게 아니에요.”
“정비 불량 아닌가, 아카마쓰 사장?”
귀찮은 이야기를 할 때 늘 나오는 버릇처럼 히라모토는 눈을 깜빡거리며 화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런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아.”
“우리 회사는 정비 불량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윗분께 그렇게 전해주시겠습니까? 오해라고요. 지금 사가미 쪽에서 일을 끊으면 저희는 정말 힘들어집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애원했다.
사가미머시너리와 거래가 끊어진다면 큰일이다.
매출이 줄어드는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사가미에서 주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산 차량은 아직도 빚이 남아 있고 확보한 인력도 남아돌게 된다. 설사 손해를 각오하고 트럭을 매각하고 인력을 줄여도 그 비용을 생각하면 회사 경영에 큰 구멍이 난다.
히라모토는 쌀쌀맞게 시선을 피하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딱딱하게 말했다.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 p.50~51
사흘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일찌감치 출근한 아카마쓰가 마스다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할 무렵 느닷없이 사무실로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고호쿠경찰서의 다카하타와 요시다 형사였다.
다카하타가 아카마쓰를 똑바로 바라보며 손을 슬쩍 들었다. 아카마쓰는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찾아온 게 아니다. 어느새 사무실 밖에 나타난 낯선 남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아카마쓰도 퍼뜩 깨달았다.
직원들도 일손을 멈추고 지켜보는 가운데 다카하타가 곧장 걸어와 서류를 내밀었다.
수색영장이었다.
빠른 말투로 수색영장 발부 이유를 읽는 다카하타의 옆에서 요시다 형사가 “모두 움직이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직원들의 겁먹은 시선이 아카마쓰에게 쏟아졌다. 아카마쓰는 목소리를 짜내 “이게 뭡니까?” 하고 간신히 물었다.
“호프자동차의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장님. 사고 원인은 운송회사, 즉 이 회사의 정비 불량이라는 결론입니다.”
“그럴 리가……!”
아카마쓰는 깜짝 놀랐다. 그때 책상 위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걸 흘끔 본 다카하타가 전화를 집어 아카마쓰에게 건넸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지난번에 말씀하신 건인데요.”
가벼움을 넘어 경솔하게까지 들리는 마스다의 목소리였다.
“여러모로 손을 다 써보았는데 조사 중이라고만 하지 잘 모르겠답니다.”
“됐네, 이제. 결과를 알았으니까.”
“예? 아니, 사장님. 그게 무슨…….”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그냥 끊은 아카마쓰는 다카하타를 노려보았다.
“수색은 마음대로 하시오. 다만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우린 잘못이 없다는 점은 미리 말해두겠소.”
흥, 하고 콧방귀를 뀐 다카하타는 뒤에 대기하고 있던 20명쯤 되는 수사관들에게 슬쩍 신호를 보냈다.
형사들이 흩어졌다. 아카마쓰운송은 이렇게 창업 이후 최대 위기에 맞닥뜨렸다.
--- p.69~71
“그런데 말입니다, 다친 운전기사가 이 기사에는 나오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기사에 나오지 않은 사실?”
아카마쓰가 묻자 미야시로는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냈다.
“분명히 규정 속도를 초과하기는 했어도 그리 심하게 빨리 몰지는 않았답니다. 그런데 커브를 돌다가 타이어가 빠졌다는 거죠.”
아카마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미야시로는 그런 아카마쓰를 보며 반응을 기다렸다.
“그래서, 경찰은 어떻게?”
“조사했다고 합니다. 사고 차량 타이어는 분명히 빠진 상태였는데 그게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빠진 건지 사고 뒤에 빠진 건지가 문제여서. 사고 전에 빠졌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뭔가 원인이 있겠죠.”
그 원인을 찾는 작업이 바로 지금 아카마쓰가 하는 일이다.
“그래서? 결론이 나왔나요?”
“예.”
전무의 표정이 흐려졌다.
“정비 불량으로 나왔답니다.”
정비 불량……. 그 말은 무거운 돌을 매달아 바다에 던져버린 간판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아카마쓰의 마음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카마쓰가 실망해 얼굴을 찌푸리는데 미야시로가 한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그건 호프자동차가 조사한 결과라고 합니다, 사장님.”
“호프자동차? 그럼 그 사고 차량이 호프자동차 트럭이었어요?”
미야시로는 가만히 아카마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그 운송회사에 연락해 상황을 알아보는 게 어떨까요?”
--- p.8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