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웃음을 잃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억지로 웃는 사람. 귀찮고 민망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단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최선을 다해 배려했으나, 무심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 그래서 또 사과하는 사람. 아, 지긋지긋한 인생. 그녀는 변화를 원한다. 이 모든 게 다 뒤집히기를 바란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 그 순간, 도파민이 폭발한다. 억눌려 있던 그녀의 잿빛 마음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끝내주게 웃는다. 그리고 나도 웃었다. 근래 이렇게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듯, 탐욕스럽게 읽어 내려간 소설이 또 있었던가. 날렵하고 노련한 문장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플롯. 무시무시하고 저돌적인 기세. 대담한 인물 설정과 날카로운 시선. 감탄을 거듭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충격적인 결말에 도달해 있었다. 쾌감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내가 쥐고 있는 건 오렌지일까, 빵칼일까. 아니, 내 손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까. 웃음이 나온다. 진심으로. 청예 작가 덕분이다.
- 강화길 (소설가)
삶은 힘들고, 불편과 불만과 불쾌로 가득 차도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건 ‘평범’이다. 그 평범함을 참지 못한 개인은 유별나고 나쁜 사람으로 인식된다.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거기에 대한 항의를 세상에 던진다.
“시발 새끼.” 그 항의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피곤하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유쾌한 필체로 유려하게 쓰여가는 이야기가 공감을 넘어 그것을 마치 내 얘기라고 받아들이게 한다. 소설 속의 ‘나’는 드디어 진짜의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모든 세상이 ‘네!’를 외쳐야 마땅하다고 강요할 때 ‘아니!’라는 소리를 내지르는 주인공을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다른 사람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는 이 세상이 과연 맞냐고 독자에게 따져 묻는다. 하지만 평범을 넘어 본능의 갈망을 좇아 사회의 중앙선을 침범하면 그것이 바로 금기라는 점까지 놓치지 않고 말하는 작품이다. 죄책감 없이 행해지는 본능이야말로 인간의 진면모라고 말하는 거짓은 소름 끼친다. 읽는 내내 너무 공감이 갔다. 문장이 재미있고 시원해서 히죽거리며 웃었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한다. 오늘 하루, 쳇바퀴 속에서 똑같이 달린 자신의 모습에 지친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정해연 (소설가)
표지의 상큼한 색깔과 얇은 볼륨으로 즐겁게 읽기 시작했던 책이 점점 무거워졌다.
- 독자 서평단 후기 (@book_readingwhale)
물론, 이렇게 터프하고 단호한 이야기를 예상하지는 않았다. 오렌지는 상큼하고 빵칼은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으니까. 아, 그래서 오히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걸지도. 걱정 말고 탑승하셔도 좋습니다. 다소 안전한 편입니다.
- 독자 서평단 후기 (@kim_zero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