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 김 태희 (taengee@yes24.com)
세상에 아픔과 슬픔, 고통이 없다면 살아가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고통이 없다면 세상의 짐 이랄 것 없이 가볍게 한 평생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의 생이 길든 짧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젊든지 늙었든지 간에 자신이 걸어온 길이 평탄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기쁨의 시간도 있지만 후회스럽기도 하고, 지워져 버렸으면 하는 시간도 있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봤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제자리를 찾게 되지 않나 싶다.
이 책『연을 쫓는 아이』의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미르' 역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과거를 회상하며 그렇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지금 우리에겐 전쟁과 테러의 나라로 여기지는 아프가니스탄. 하지만 그 곳에도 연 날리기에 대한 행복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년 아미르와 하산과 같은 아이들이 있다. 바바의 집에서 그들은 함께 웃고 뛰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 행복한 시간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온 사건들, 그리고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던 아프가니스탄의 현실 속에서 어린 두 소년은 가슴 속 깊이 치명적인 상처를 지닌 채 헤어지게 된다.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는 시간조차 깰 수 없는 형제애가 존재하는 법'이라고 바바가 말했던 것처럼, 이 두 아이들은 아픔을 지닌 동시에 끊을 수 없는 사랑으로 이어져 있었다. 바바와 아미르, 하산 그리고 소랍. 이들의 질긴 인연은 아프가니스탄의 현재와 같은 슬픔과 고통, 상처로 얼룩져 있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작가로 자기 나라의 아픈 현실과 한 소년의 삶을 잘 조화시켰다. 결코 지워지지 않는 과거. 아미르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비참하게 찢기고 죽임 당한 하산과 러시아와 탈레반에 의해 짓밟힌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적 사건은 그렇게 한 소년의 힘겨운 성장기를 현실감있게 그려낸다. 하지만 하산의 아들 소랍을 통해 그 과거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찾아 가게 만들어준다. 하산을 구해주지 못한 열 세 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아미르. 그러던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하산의 아들 소랍을 구해내고,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어린 소랍을 안아준 그 순간, 그제서야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가 녹아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미르와 소랍이 파란 하늘에 연을 날리는 장면이 나온다. 아미르는 실 패를 꼭 잡은 소랍을 보면서 연을 쫓아 달려가던 하산과 자신을 지켜보던 바바를 떠올리고, 연은 또 다시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준다. 하산과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멀어지려 했지만 결국 과거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 아미르. 자신을 위해 연을 쫓아 달려가던 하산처럼 이제는 소랍을 위해 연을 쫓아 달려가는 아미르의 마지막 한 마디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