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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喝
중고도서

할 喝

: 최인호 장편소설

최인호 | 여백 | 2013년 05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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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40g | 142*205*30mm
ISBN13 9788958662075
ISBN10 8958662077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이지헌북스   평점4점
  •  2013년판. 띠지없고 약간색바램외 본문양호함
  •  특이사항 : 2013년판. 띠지없고 약간색바램외 본문양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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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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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없는 길』을 통해 경허를 만나게 되었던 인연으로 열반 100주년을 맞아 경허의 법제자들을 다시 한 번 살려 봄으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아랫물이 맑으면 윗물도 맑다’는 진리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가만히 열어보는 심정으로 밝혀보았다. 하오니 조용히 들어와 제자들에게 때리고 “할喝” 하는 경허의 여전한 고함 소리를 엿들으셨으면 한다. ---「머리글」에서

스승 경허는 저 썩어가는 육체를 지닌 여인을 열흘 동안이나 곁에 두고 살을 맞대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제정신이 아닌 미친 저 여인을 열흘 동안 밥을 먹여주고 함께 다정히 말을 나누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코가 떨어져 나가고 눈썹이 없고 입마저 헐어버린 나병에 걸린 여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그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하여 단정히 빗겨주곤 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동냥질하며 이 동리에서 저 동리로 떠돌아다니는 거렁뱅이 여인이 눈에 덮여 죽어가게 되자 그 여인을 업고 방 안에 들여다가 체온으로 녹여 살려주었다. 너는 그러할 수 있겠는가. 스승 경허는 고름이 흘러내리는 여인의 몸을 혀로 핥았으며 오물로 뒤범벅되어 있는 여인의 몸을 서로 맞대어 살을 나누었다. 너는 또한 그러할 수 있겠는가.
네 눈에는 그 여인의 거렁뱅이로서의 모습과, 환자로서의 모습과, 그 뼈와 살이 썩어가는 모습과,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고름이 흘러내리는 모습과, 미친 여인으로서의 행색과 그 숨소리와, 견딜 수 없는 악취만이 보이고, 들리고, 냄새 맡아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너는 그 여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스승 경허는 그 여인을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본 것이다. 네가 본 것이 다만 하나의 형상과 색에 불과하다면 스승 경허는 그 여인에게서 법신을 본 것이다---「너는 그러할 수 있는가」, 경허

이 오막살이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갯마루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수월은 그 오막살이에서 홀로 지내면서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면 예불을 마치고 짚신을 수십 켤레 삼아 집 앞 처마에 매달아놓곤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월은 수십 명이 먹을 밥을 미리 해놓고 그것을 일일이 밥그릇에 담아 부엌에 가지런히 놓아두곤 했다.
토굴 앞에는 맑은 물이 샘솟는 샘터가 하나 있어 고개를 넘는 길손들이 발을 멈추고 물 한잔 떠먹으며 쉬어가곤 했는데 마침내 날이 밝아 고개를 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수월은 말없이 샘터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쉬고 있는 길손을 불러다가 그의 발에서 다 떨어진 짚신을 자기 손으로 벗겨내고 처마에 걸린 자기가 삼은 짚신 중에서 길손의 발에 맞을 만한 짚신을 골라 신겨주곤 했다. 그리고는 그를 부엌으로 데려가 밥 한 그릇을 먹고서 고개를 넘어갈 것을 권유하곤 했다. 길손이 부엌으로 들어서면 수월은 간단한 찬거리가 담긴 밥상을 차려주고 자신은 뜨락에서 하루 종일 장작을 패곤 했다.---「숨을수록 향기는 더욱 짙게 번지니」, 수월

헌병대장은 마침내 천하의 명검을 볼 수 있다는 흥분으로 혜월의 뒤를 따라 섬돌 계단을 걸어 축대 위까지 올라갔는데, 갑자기 앞서 걷던 혜월이 돌아서면서 그의 뺨을 후려쳐 축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무방비 상태로 당한 헌병대장은 그대로 섬돌 아래로 비명을 지르면서 굴러 떨어졌다. 졸지에 수모를 당한 헌병대장은 벌떡 일어서서 허리에 찬 칼을 빼들어 혜월을 베려고 했다. 그러나 먼저 혜월이 다가가 넘어진 헌병대장을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이 내가 갖고 있는 당신이 보고 싶어 하던 천하의 명검이오. 내가 당신을 때려 계단 아래로 떨어뜨린 손은 당신을 죽이는 칼이며, 당신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운 손은 당신을 살리는 칼이오.”---「사람을 죽이는 칼, 사람을 살리는 칼」, 혜월

최후설을 마친 만공은 1946년 병술년 10월 12일, 시자들을 보고 물을 떠오라고 일렀다. 시자들이 목욕물을 떠오자 스스로 몸을 씻어 자신이 평생토록 입고 가던 육신의 옷을 씻어 내렸다. 목욕을 하고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단좌한 후 거울을 가져오라고 했다. 시자가 거울을 가져오자 만공은 물끄러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더니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와 내가 이제 이별할 인연이 되었나보구려. 그럼 잘 있게나.”
그러고 나서 만공은 문득 입적했다.
---「자네와 내가 이별할 인연이 되었구려」, 만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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