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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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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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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354g | 128*188*19mm
ISBN13 9791191043297
ISBN10 119104329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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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일을 모두 잊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와, 웃음이라고는 없는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아온 소년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 소년의 거짓 고백과,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라’는 소녀의 조건부 승낙으로 시작된 이 특별한 연애는 또 다른 내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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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사귀어도 되지만 조건이 세 개 있어.”
설마 고백을 받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눈앞에서 그 애가 손가락을 하나씩 들며 사귀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놀라 할 말을 잃었다.
--- p.13

“히노, 사진은 왜 찍는 건데?”
히노가 스마트폰으로 나와 와타야의 뒷모습을 찍고 있었다. 내가 따지자 히노는 장난치다가 들킨 초등학생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가미야, 그렇게 멋대가리 없는 소리는 하는 거 아니야. 남자친구 사진을 찍는데 무슨 의미가 필요해?”
그렇게 말하는 와타야는 나와 히노가 유사 연애 관계라는 사실을 모른다.
--- p.54

강한 바람이 불어와 눈을 떴다. 옆에서 그 애가 긴 머리를 붙들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속에 뭔가 말하려 했다. 연애를 거짓으로 할 수 없게 된 나 자신을 깨달았다.
“널 좋아해도 될까.”
그렇게 물었을 때는 이미 바람이 그쳐 있었다. 지금을 다 말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지금 이 순간을 생각했다. 그래. 좋아하는구나. 말로 하고는 실감했다. 나는 너를…….
히노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나를 돌아봤다.
“안 돼.” 그 애가 말했다.
--- pp.84~85

“우리 아버지가 그러더라. 잘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게 훨씬 쉽지 않다고. 그러니까 가미야 넌 남들이 말하는 잘난 사람보다 훨씬 훌륭해. 이런 말은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고생하는데도 비뚤어지지 않았어. 이것도 아버지가 한 말인데, 고생한 사람은 대개 비굴해지거나 성격이 나빠진대. 그런데 넌 다정하거든. 아주 많이. 아주아주 많이.”
그 말이 어제 헤어질 때 히노가 한 말과 겹쳤다.
‘역시 넌 참 다정한 사람이구나.’
--- p.117

그렇다면 내일의 히노가 조금이라도 일상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히노가 쓰는 일기를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주자. 그것을 읽고 내일의 히노들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 있도록. 새롭고 즐거운 일상을 시작하자. 그게 바로 희망일 것이다. 안 그래, 히노?
--- p.128

그중 한 동영상을 재생했다. 월요일 날짜다. 내 환성이 들리고 영상은 흔들렸다. 석양빛 풍경이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일기에 쓰인 대로 둘이 자전거를 타며 찍었을 것이다. 페달을 밟는 남자친구님이 카메라를 잠깐 돌아봤다. 내가 뭐라 말했다. 당사자가 아니라도 즐거움이 느껴졌다. 더없이 단순하고 바보스러운 동영상이다. 나는 그 동영상을 몇 번씩 반복해서 봤다. 삐뚤빼뚤 서툴게 만든 추억에 미소가 지어졌다.
--- pp.152~153

기묘하게도 모르는 사람일 그 애를 보고 마음이 약간 간질거렸다. 축적되지 않는 정보와 남을지도 모르는 어떤 것. 정서와 마음. 혹시 나는 그 애를 좋아하기 시작한 걸까. 아무리. 설마 그럴 리 없어. 아니, 하지만……. 쇼핑 중에 꼼짝 않고 쳐다봤더니 남자친구님은 난처한 듯 미소를 지었다.
--- p.212

누구나 그렇다.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인간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와 나는 내내 도망만 쳤지만 나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그저 빛을 잃었던 것뿐이다. 히노에게서 빛을 받은 지금의 나는 알 수 있다.
--- pp.244~245

‘좋아한다’는 감각에 기인하는 말이다. 오기로 곁에 있어 준다든지 논리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을 때, 나중에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건 좋아한다는 직감과는 거리가 있다. 인간은 ‘어떠어떠하니까 좋아한다’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근거가 없는, 진정한 의미로 감각에 기인하는 감정이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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