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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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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 들녘 | 2010년 04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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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4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432g | 128*188*30mm
ISBN13 9788975278570
ISBN10 897527857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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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grace books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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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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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홈즈 전 미국 연방대법관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 사람은 재직기간 동안 연방대법원 자료실에 파격적인 소수의견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놨습니다. 한때는 그가 정신병자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자 그가 내놓은 소수의견들의 대부분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주류적 입장이 되었습니다.”
“박재호 씨에게 소수의견은 별 의미가 없을 텐데요.”
“어차피 이 국가배상청구소송은 여론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하는 거잖아요? 저는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거예요. 소수의견을 판결로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 조건은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지요. 국민의 법감정에 기반한 강력한 여론의 지지, 유능한 변호사, 그리고 시대의 변화.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갖췄죠. 제가 기각된 스물네 건의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목록을 작성해봤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맞춰 보세요.”(……)
“그들 중 현재까지도 남아서 재직 중인 대법관은 딱 한 명입니다. 천인환 대법관. 유력하게 다음 대법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죠. 기각된 부작위 국가배상 사건에 소수의견을 자주 썼더군요. 시대가 바뀐 거예요. 이제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가 된 겁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달이 해가 되는 때. 늙은 나무의 그늘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때. 나는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찔러대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다. --- pp.104-105

주민이 대석을 바라보고 물었다.
“저나 윤 변호사님은 형법을 전공했으니 손해배상 사안의 실제에 대해서는 장 변호사님이 더 잘 아시겠지요. 만약 장 변호사님이 이 사건을 맡는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말을 듣고 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 ‘어떻게 할 건지’보다는 ‘이 사건을 맡는다면’을 고민했을 것이다.
“단지 여론을 환기하려는 목적이라면 청구배상액은 크게 의미가 없지요. 청구금액이 너무 크면 판사에게 심적 부담만 안겨줄 겁니다. 판사가 청구를 인용한다 해도 철거민들의 농성 자체가 불법했기 때문에 배상금은 어차피 상당액 과실상계될 테죠. 저라면 100원을 청구하겠네요.”
주민이 탄성을 냈다.
“대단히 멋진 아이디어예요.”
동의한다. 진심으로, 멋진 아이디어였다. 이 전략은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1달러 소송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법정의 시위이다. 이것은 정의의 청구이며, 이것은 소송을 탐욕으로 깎아내리는 자들에게 내리는 묵언이다. 마음이 기울어도 배상의 형평을 저울질해야 하는 판사와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헤매는 언론 모두에게 호소력을 가질 혜안이었다. --- p.106

“국가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국가의 손을 잡아본 적 있습니까? 아니면 국가의 심장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두 변호사님은 국가란 적과 싸우시나 봅니다. 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적이요. 적의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을 때 증오는 발산되기 마련이지. 한때 사람들은 그렇게 마녀를 잡지 않았소? (…)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하든 국가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든 상관없소. 하지만 내 약속하되, 박재호 씨는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될 거요. 아들의 목숨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100원보다는 훨씬 큰 금액이 될 테니.”
(…)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어갔다.
“국가는 실체가 아니라고요? 해부당할 차례를 기다리는 실험용 개구리처럼 겁을 잔뜩 집어먹고 서둘러 검사님께 지원요청을 한 사람은 누굽니까? 정말 실체가 없는 존재입니까?” --- pp.171-173

“뒤통수를 각목으로 때리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예견 가능합니다. 경찰은 그래서 헬멧을 씁니다. 근데 왜 하필 피해자 김희택이 헬멧을 벗은 때를 노려서 때렸을까요?”
박재호는 발언권을 얻기도 전에 외쳤다. “죽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 제 자식을 구해야 했단 말입니다. 그냥 손에 잡힌 것을 막 휘둘렀을 뿐이라고요.”
“왜 하필 헬멧을 벗은 피해자의 뒤통수였죠? 헬멧을 쓴 다른 경찰을 때리거나, 다리나 옆구리를 때려도 되지 않았나요? 각목이 우연히 머리에 맞았단 말인가요?”
“저는 정신이 없었단 말입니다. 그 전경이 왜 헬멧을 벗어 들고 있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박재호는 울먹이려 했다. 검사는 차가운 눈빛으로 박재호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난 깨달았다. 잡혔다.
“정신이 없었다면서요? 그런데 피해자 김희택 씨가 헬멧을 벗어서 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단 거네요? 머리를 노려 때린 행동이 정당방위라는 겁니까?”
박재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나에게 중얼거렸다. 이런 바보. 병신 같은 놈. 나가 죽어.
헬멧.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대책을 세워놨어야 했는데.
--- pp.28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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