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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안녕
중고도서

뜨겁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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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82g | 138*200*30mm
ISBN13 9788963707327
ISBN10 896370732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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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grace books   평점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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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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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그렇듯, 고단하고 막막했다. 너무 분주해서 누가 죽고 살든 상관 않는 도시에서 넓고 깨끗하게 구획되는 거리는 좁다랗고 아무렇지도 않고 후줄하고 또 정다운 골목을 쾌속으로 말살하고, 그 골목 안에서 마주치던 수많은 사람들을 감쪽같이 증발시켰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사랑하는 여러분, 애틋하게 하나하나 떠올리며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기억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러나,나는 기억하기 위하여 태어났다. 그러므로 이 기억이 죄다 휘발되기 전에, 글씨를 쓴다. 이 모든 비속하고 정답고 지겨운 것들을, 하찮고 애절하고 시시하고 또 시시해서 끝도 없이 사랑스럽고 그리운 것들을.---‘열며, 굿바이 투 러브’ 중에서

그 바쁜 와중에도 마음 붙일 곳 없어 줄곧 연애를 그치지 않고 해댔지만 생활이 그랬듯이 연애 역시 번번이 거칠었고 연인을 갈아탈수록 마음은 수척해지기만 했으며 사랑도 애인도 이쪽으로 쳐들어오는 파도를 막아줄 수는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바보고, 바보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바보처럼 살 때가 있다. 그때는 그 바보 같은 상태를 그냥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머저리 같은 자신을 참아내는 수밖에 없다. 나도, 같이 사는 언니도, 옆집 여자도 그 집 아들도 다 견뎌야만 하는 게 이놈의 인생이지…… 그러다가 바로 길 건너에서 황당한 일이 터졌다. 살인사건이었다. ---‘어떤 장례 행렬’ 중에서

그날 밤도 비가 왔다. 얄궂게도 또 누군가가 하수구에 고무장갑을 빠뜨렸는지 구정물이 어김없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나와 내 골방을 노리고 쳐들어왔다. 나는 언제나 가까이 준비되어 있는 양동이를 들고 준비 자세를 취한 채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그래, 와라. 뭐든 오라지. 와보라지. 어디 한번 와보라지. 설령 그게 하수구 물이든 빗물이든 똥물이든, 남보다도 못한 애인이든, 내 아르바이트 비 떼어먹은 양심 없는 클라이언트든. 와봐라, 오너라, 세상아. 와서 마음대로 두들겨 패라, 인생이든 세상이든 누군가든. 나를 때려눕혀 엉망진창으로 나자빠진다 해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안 무섭다. ---‘우리는 모두 삶의 투사’ 중에서

왜 이렇게 외로운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무치게 외로웠다. 애인이 있고 없고 그딴 문제가 아니었다. 그나마 검둥이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이 개를 버린 사람은 왜 버렸을까. 늘 웃는 얼굴의 이 착한 개를 왜 버렸을까. 나는 착하지는 않지만,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였다. 몇 년 지나고서야 살아 있어서 외로웠다는 것을, 살아 있는 것들은 다 그렇게 간혹 서글프고 간혹 외롭다는 것을 알 것도 말 것도 같았다. ---‘히스클리프, 아니 검둥이’ 중에서

도대체 왜 그렇게 청승을 떨면서 울었을까, 주책맞기는. 쓸데없는 울화가 부끄러워서 울었나. 만날 회사 다니기 싫어 죽겠다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입 함부로 놀린 스스로가 창피해서 울었나. 그 비석이 너무 애틋해서 울었나. 무시하고 있었던 생명이란 것, 목숨이란 것의 무게가 갑자기 너무 엄중하게 다가와서 울었나. 실은 그 모두 다일 것이다. 그래서 더 쪽팔려서 운 게 틀림없다. 그래도 쪽팔린 줄은 알았던 것이다. 이 젊디젊은 남자애는 바로 여기서 생을 고귀하게 맺었는데 아회사 가기 싫어서 확 죽어버리고 싶어, 하는 식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면서 이 작고 귀한 성지를 훼손해왔다는 것이. 그리고 알고 있었다. 그런 성지는 이곳만이 아니라는 것. 매일매일 싸우면서 사는 귀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원욱씨, 나 잘할게요’ 중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시절, 어떻게 시간이라는 것이 그토록 천국이면서 동시에 그처럼 지옥일 수가 있는지, 나는 거기서 많이도 마셨고 많이도 웃었고 많이도 사랑했지. 이제 사장님이 말아주는 술 기운 없이 진짜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 감정에 술을 섞지 말고 진짜 울 일에 울고 진짜 웃을 일에 웃고 기뻐할 일에 기뻐하고 슬퍼할 일에 슬퍼해야 한다.
---‘16mm에 얽힌 길고 긴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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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은 가난했기 때문에 거처를 여기저기 옮겨야 했고, 그런 반(半)떠돌이의 삶 덕분에 서울의 이모저모를, 이 거대도시의 그늘과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가난은, 더구나 서울 같은 거대도시에서의 가난은 찬양할 만한 것이 못된다. 가난은 흔히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어그러뜨리고, 약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서글픈 풍경을 만든다. 그러나 김현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하는 그 가난 속에서도 따뜻하고 고결한 마음씨를 어기차게 간직한 어떤 이웃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가난이 모든 사람을 누추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뜨겁게 안녕』은 도신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기록이랄 수 있다. 그 힘없는 영혼들을 기록하는 김현진의 영혼은 힘차다.
고종석 (저널리스트)
김현진은 이 책을 보내오면 지난 10년간 서울에서 울고 웃었던 기억이라고 했다. 화려하지 않은 서울의 거리와 골목에서 사람들과 뜨겁게 울고 웃었던 김현진의 기억들을 넘겨보며, 도시에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기진한 영혼들을 다시금 생각했다. 살고자 하는 도시의 영혼들은 얼마나 애잔하고 강직하고 사랑스러운가. 책장을 덮으며 앞으로의 서울,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는 도시 서울을 꿈꾼다. 뜨겁게 안녕, 이것은 헤어짐이 아니라 만날 때의 인사다.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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