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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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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소설

백수린 등저 / 이승희 등편 | 창비교육 | 2023년 04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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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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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66g | 148*210*14mm
ISBN13 9791165702137
ISBN10 116570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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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해지에게는 나 말고도 오래된 친구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게는 해지가 바깥세상의 전부였다. 내 얼굴 위로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던 칼날. 그 순간 나는 아주 짧은 찰나라도 눈썹 모양이 망가지거나 상처가 나면 어떻게 하나, 따위의 걱정을 하지 않았다. 사랑에 굶주린 어린아이처럼, 맹목적으로, 나는 해지를 믿었다.
---「백수린_고요한 사건」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친구들이 생기고 나서야 나는 내가 무진장 외로웠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외로웠는지도 몰랐었다. 내게 그것은 거창하게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는 ‘평소의 상태’였으니까.
---「이유리_치즈 달과 비스코티」중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 있었고 그것에 기대었다. 누군가를 짓밟으며 무엇을 손에 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따에게서 온 편지들을 읽었다. 우따가 보낸 편지는 언제나 같은 문장으로 끝났다.
더 나은 무엇이 되자. 그때 만나자.
---「강석희_우따」중에서

서울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몸이 나른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찰싹 들러붙어 살아가야 할 곳이었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 굳은 몸을 풀려고 크게 기지개를 켰다. 안도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나는 안도했다. 나는 반장을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그제야 고향을 좀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겼다.
---「김지연_굴 드라이브」중에서

나는 철없이 도아의 품에 안겨 울었다. 울음이 소리의 전부였던 시절까지 포함해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것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온몸을 쥐어짜 내듯 울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는다. 그때의 감각은 오래되어 흐려졌다. 단지 도아가 했던 말만이 내게 오래 남았다.
네가 울어서 내가 울어야 할 양이 사라졌어.
---「천선란_그림자놀이」중에서

이수영의 관심은, 그녀의 유일한 관심은 한비였다. 그녀의 모든 시는 사실상 한비를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한비를 사랑하게 된 것인가? 아니면 집착인가, 질투인가, 그저 오해인가? 이수영의 열렬한 애정에 대해 한비는 언제나 거리감을 유지했다. 그녀는 이수영을 피하는가, 혹은 불편해하는가? 아무리 봐도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녀 또한 이수영을 좋아했다. 그녀는 이수영이 귀엽고, 똑똑하며, 또 재능이 있는, 착하고, 매력 있고, 멋지고 또 멋진…… 문제는 수영에 대한 한비의 생각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산만했다. 그것이 그녀의 고질적인 문제, 동시에 이수영을 들끓게 만드는 매력이었다. 그녀는 항상 이리저리 기분 좋게, 사람들 속을 흔들려 다녔다.
---「김사과_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중에서

창업하면 완전 대박 나실걸요? 그건 제가 장담해요. 백 프로!
백 프로씩이나?
실력이 있으니까요.
그런 게 가능할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선은 웃었다.
---「김혜진_축복을 비는 마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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