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은 난해한 학술서나 전문적인 철학책이 아닙니다. 제목이 알려주듯 일상과 삶의 태도에 관한 유익하고 실용적인 안내서입니다. 치밀한 논증과 문헌적 전거, 혹은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독자에게 과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친절하게 초대하는 미덕을 가진 책입니다. 그렇다고 달달한 위로나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경구들을 모아놓은 책은 아닙니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달변으로 담아놓은 책도 아닙니다. 저자 미하엘 보르트 교수는 인생의 본질을 바라보려 애쓰고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길을 차분히 생각하도록 초대합니다. 일상을 관찰하는 눈을 밝게 하고 내면의 감정이 말하는 것을 더 잘 경청하며,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좀 더 깊이 숙고할 수 있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 「옮긴이의 말 ― 자신만의 ‘삶의 기술’을 들여다보는 시작점」 중에서
부모와 화해하는 것은 실제로 부모와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로 의존적인 관계이므로,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주체성은 매우 제한된 정도만 영향력을 미친다. 주체적 삶을 살지 못하면 부모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고,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아가기 힘들게 하는 내적 역동성이 생기는 것이다. 별 탈 없이 부모와 무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해서 이러한 역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 p.18, 「부모를 실망시키고 자유로 가는 길」 중에서
이상향을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간과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좋은 결심들이 데려가는 ‘지옥’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할 때 스스로에 대해 내리게 되는 판단, 자기 자신 안에서 만나는 부정적 자아상 등을 의미한다. 결국에는 이제 좋아지기는 결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기분만 쌓여갈 뿐이고, 자신은 결심한 바를 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는 자괴감만 커진다.
--- p.37, 「자기 자신 알아가기」 중에서
실망과 대결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더 나의 한계를 잘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이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들을 대면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상대할 때, 훨씬 더 많은 공감을 하면서 다정다감해지고 너그러워진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평가하기를 멈추었을 때,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 역시 그만둘 수 있다.
--- p.41, 「자기 자신 알아가기」 중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결심들로 포장되어 있다. 원칙적으로는 분명 추구할 가치가 있으나, 객관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 p.45, 「자기 자신 알아가기」 중에서
갈망과 필요는 인간존재의 결핍성과 의존성을 보여주며 우리를 상처받게 한다. 그러나 갈망을 의식하며 감지하는 만큼, 우리는 자신의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는 내면의 모범을 인식할 수 있다.
--- p.46, 「진정한 갈망으로 가는 길」 중에서
실망은 우리에게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는데, 실망을 통해 우리의 심장이 진실로 어디에서 뛰는지, 우리가 정말로 어떤 가치를 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p.74, 「실망은 진정한 나를 알게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중에서
조화롭고 고유한 삶으로 향하는 길을 가는 데 있어 실망은 우리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내가 나를 착각하고 있으면서 고유하고 진정성 있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75~76, 「실망은 진정한 나를 알게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중에서
자기 안의 내밀한 실재와 화해하면 다른 사람과도 화해할 수 있다.최상의 경우라면 여기에서 진실한 화해에 기초한 새로운 관계가 싹튼다. 나는 더 이상 어떤 상황이나 사람으로 인해 내 인생 안에 나도 미처 깨닫지 못한 부정적 기분이 생겨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80,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힘」 중에서
“화해한 마음으로 싸운다.” 정말 그렇다. 인생에 있어 싸울 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달리 말하자면, 갈등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압박과 화와 분노, 또는 내 안의 폭력성을 주체하지 못해서, 갈등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를 표출하고 후련해지고 싶어서 갈등 상황에 발을 들이는 것이 아니다. 갈등에 뛰어드는 것은 사실에 근거해볼 때 이러한 갈등을 감수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갈등을 화해한 마음으로 견지해간다.
--- p.91, 「씩씩하게 상처받을 수 있는 힘」 중에서
나는 자신이 자녀들의 좋은 친구라고 자부심에 차서 말하는 부모들을 종종 보았지만, 부모가 좋은 친구 역할을 하는 것을 편안해하는 자녀들은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역할 부여는 사실 자녀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심지어 자녀를 통제하고 관계의 안정성을 지키기를 원하는 부모의 필요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자녀와 부모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좋은 친구 같은 관계는 아니다.
--- p.110, 「사과는 너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중에서
“사과는 나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녀들이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들은 때때로 자신에게서 결코 좋아할 수 없었던 부모의 특징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한 번쯤은 부모의 걱정과 약점을 거울로 삼아 자신이 거절하고 심지어 싸우기까지 했던 부모들의 특징들이 자신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또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꼭 필요하다.
--- p.112~113, 「사과는 너무에서 먼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 중에서
진정 어린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과 고유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여러분은 자신과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들에서 화해를 이루어낸 사람들을 알 것이다.
--- p.141, 「새로운 관계의 시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