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는 남에게가 아닌 나 자신에게 먼저 착해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착하다는 말을 보통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부모 말씀, 선생님 말씀, 나이 많은 사람의 말을 잘 들을 경우 “참 착하다”라고 많이 듣지 않는가? 이제는 생각을 고쳐보자. 착하다는 표현은 ‘내’ 마음속 말을 잘 듣는 나에게 하자. 그리고 이제는 타인을 칭찬할 때 ‘착하다’ 대신 “저 사람은 얼굴도 아름다운데 마음도 아름다워” 같은 식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언젠가 나는 딸아이를 등교시키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는 착하다는 말이 그렇게 좋게 들리지는 않아. 어릴 적 늘 타인의 말에 따라야만, 남이 하라는 대로 해야만 착하다는 소리를 들었거든. 이제는 그 ‘착하다’는 표현은 엄마 자신에게만 할 거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읽고 내 마음에서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나는 내 마음의 말을 따라 현실에 적용하는 삶을 살 거야. 그럴 때 착하다고 할래.
근데 수진아, 엄마 친구 중에 ○○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얼굴도 아름다운데 마음도 아름다운 거 있지?”
“하긴 엄마가 우리에게도 착하다는 표현은 잘 안 했던 거 같아. 엄마! 그럼 나는 내 친한 친구 ○○한테, ‘너는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예뻐’라고 표현할래.”
그렇다. ‘나’에게 먼저 착해져야 비로소 내가 아프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다.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도 알고 살아갈 수 있다. ‘나’를 이해하고 알기 위해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적어보자. 앞서 말한 대로 펜을 잡고 쓰는 기록은 ‘내’ 생각을 나만의 답으로 도출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나는 늘 이 과정을 강조한다.
--- pp.28~29
지하철역 안. 명상 모임 사람들과 밤 10시 정각에 함께 온라인으로 만나 명상을 하고자 한 바로 그 시간. 나는 서울에서 일정이 있어 볼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온라인에 공유된 명상 영상으로 가이드에 따라 차분히 명상을 했다. 명상을 마친 후 눈을 뜨고 청안해지는 나를 만났다. 사람들이 그렇게 붐비는 시간, 지나는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나는 명상을 온전히 해냈다. 그리고 느꼈다.
‘내 마음만 준비되고 집중만 할 수 있으면 장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구나.’
그 뒤로 나는 서울에서 볼일이 있으면 늘 이어폰을 준비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서 있을 때에도, 지하철에 타서 이동할 때도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자리 지키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야만 명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만 리셋이 된다면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다. 휴식 타임은 어디서든 가질 수 있고, 휴식의 창구는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다. 단 1분이라도 괜찮다. 집중만 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면 명상은 거창한 의식이 아니라 소소한 생활이 된다. 그러므로 휴식 타이밍을 만드는 데 너무 겁먹지 말자. 용기를 내자.
-- pp.116~117
어느 날, 아이들과 둘러앉아 토론을 했다. 삶에 있어 진짜 성공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삼십대 후반, 아이들은 각각 열세 살, 열한 살, 아홉 살이다. 그 아이들 입에서 말하는 성공이 궁금했다.
첫째 딸이 말했다.
“엄마! 내 경우엔 진정으로 느끼는 행복, 기쁨 같아. 줄넘기 대결에서 최후 2명 안에 들었을 때, 택배가 오기를 기다릴 때, 먹고 싶은 음식을 시키고 올 때까지 기다릴 때 그런 감정을 느껴.”
이번엔 둘째 딸이다.
“나 자신을 믿고 잘 해냈을 때야. 줄넘기 오래 버티기를 했는데, 긴장하지 않고 나를 믿고 중간에 실수하더라도 ‘끝까지 해내자’ 하고 확신했을 때는 1등도 하고 잘 해냈어. 그런데 긴장이 들어간 순간 실력 발휘가 잘 안 됐어.”
막내인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태권도에서 승급심사 통과했을 때, 학교에서 달리기 1등해서 우리 팀이 승리했을 때야.”
아이들은 아직 대회나 겨루기에서의 승리, 높은 등수에서 성취하는 뿌듯함을 성공으로 정의하는 듯했다. 여기서 나는 배운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그 안에서, 자신이 의미를 둔 성공 안에서 스스로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아이들은 대회나 겨루기에서 지더라도, 높은 등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점검하고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게 전했다. 기특했다.
--- pp.168~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