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 나는 버스에 앉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마크란 애를 잘 알지도 못하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걔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이제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들떠서는, 바보같이. 집에 가면 노래나 새로 하나 지어야겠다. 작사를 할 때면 항상 마음이 평온해지니까. 이번에는 남자나 사랑, 마음의 고통과는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주제를 골라야지. 그러고 보니 학기 초에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나라들에 대해 배웠었다. 그 때 루시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노래를 하나 쓸 거라고 했었지? 버스 안에 앉아 있는 동안,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에겐 우리가 있잖아. 너, 나, 네스타. 우리가 바로 선택권을 쥔 사람들이야. 자기 스스로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할 뿐이야. 그리고 자신을 잃어버리겠지."
이건 루시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루시가 희미하게 미소를 띠었다.
"네 말이 맞아. 남자가 뭐라고, 그치? 있어도 불편하고, 없어도 불편하니 말야."
"틀렸어. 남자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거야. 이제부턴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거야."

이 책은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루시의 절친한 친구 이지의 이야기다. 이지는 멋지고 쾌활하고 똑똑하다. 이지는 두 친구들은 물론, 엄마나 학교 선생님들에게서도 '넌 정말 특이해.'라는 말을 듣는 아이다. 채식주의자인데다가 별자리 운세나 수정 같은 신비주의를 신봉하고, 다른 아이들이 얌전하게 시나 에세이를 쓰는 동안, 수업 시간에 랩 송을 쓰고 과감히 질문을 던진다.
그런 이지가 루시, 네스타와 함께 쇼핑을 하러 갔다가 그 곳에서 마크라는 남자 애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그 아이에게 연락처를 알려 준다. 하늘을 날아오를 듯한 기분!
마크는 완벽하다. 게다가 이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왜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선 전화를 안 하는 걸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지는 별자리 운세에 매달려 시간을 보낸다.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마크가 전화를 할지도 모르니까. 루시가 토니 때문에 고민할 때 냉정한 충고를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아는 것도 많고, 누구보다 어른스럽던 '멋진' 이지가 남자 애 하나 때문에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재치를 잃어 가자, 이지의 친구들인 루시와 네스타는 현실에 눈을 뜨게 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있는 법……. 거기다 스스로 만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진짜 괜찮은 남자 애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남자 따윈 필요 없어.'라고 주장하던 이지가 마크의 일거수일투족에 안절부절못한다. 이지는 과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친구들의 소중함을 다시 알게 되고 이성 친구를 대하는 법도 달라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