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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하고 싶었지만

: 50년생 이순희의 육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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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76g | 145*210*15mm
ISBN13 9791191383492
ISBN10 1191383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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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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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아, 아주 경한 정도입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별문제 아닌 듯 가볍게 말씀하셨다.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 주면 많이 좋아집니다. 언어 장애나 다른 장애는 없는 것 같지만, 지능은 지금 진찰이 되지 않으니 네다섯 살이 되면 그때 검사하세요.”
분명히 하늘이 캄캄해질 정도로 놀라야 하는데 그저 멍하니 형수만 바라보았다.
--- pp.32~33

짧은 보조화를 신기는 데 거의 30분이 걸렸다. 3년 동안 겨우 적응해서 그만 신으면 좋으련만 또다시 시작이다. 더구나 긴 보조화라 벨트가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무릎에도 벨트를 묶고, 허벅지도 묶고, 발목도 묶고, 마치 물건을 묶는 느낌으로 다 묶어야 했다. 내 아이의 다리와 발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물론 묶을 때의 어려움이야 어찌 말로 표현하겠는가. 아이는 움직이고 싶고 엄마는 고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가슴이 터지고 손이 부르르 떨리는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 p.91

담임 선생님의 남다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사정과 부탁과 요구를 담아 말했다. 어쩌면 전적으로 ‘요구’가 될 수 있음에도 뻔뻔하게 부탁했다.
“아이한테 몸이 불편한 동생이 있다고 반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분위기라면 엄마로서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담임 선생님께 그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 대신 공부 못하는 것쯤, 그 외의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습니다.”
이 얼마나 당돌한 요구인가. 이렇게 맹목적인 요구를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내 성격이 대단하다.
--- pp.165~166

어설프게 비뚤어진 방문을 열면서 “아이고, 어찌 오노?”라고 하셔야 할 엄마가 부엌에도 뒷간에도 없었다. 방문을 열어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헌 옷을 벗어 두고 가신 흔적이 있었다. 어디 나들이를 가신 듯했다.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마루에 털썩 앉아 감말랭이를 몇 개 주워 먹고 한숨을 쉬었다. 한가득 감말랭이에서 엄마 냄새가 물씬 나 일순간 섭섭해졌다. 국거리를 씻어서 냉장고에 넣고, 밥 한술 찾아 먹고, 앞 밭에서 배추 한 포기 뽑아 가방에 넣고 시계를 보니 2시였다. 엄마는 돌아오시지 않았다. 큼직하게 몇 자 써 두고 방문을 닫았다. 형수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각이었다. 어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겠는가.
--- pp.213~214

학원에서 두 번 정도 꽂아 보고 지도받고 집으로 와서는 열 번 정도 고쳐서 꽂아 본다. 그러다 보면 꽃의 키가 작아지고 꽃잎에 멍이 들었다. 그래도 싫지 않고 짜증이 안 났다. 보다 못한 형수가 외쳤다.
“엄마, 이제 그만 꽂아라. 또 만지나? 그만해도 예쁜데.”
아이들의 이 말을 얼마나 기대했는가. 시간만 있다면 얼마든지 꽂고 또 꽂고 싶었다.
--- p.214

여기저기 아는 곳에 전화했다. 수화기를 놓는 순간에는 이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듯한 외로움이 들었다. 자존심도 다 잃은 것 같았다.
“돈 좀 빌려줘.”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순간순간 견딜 수 없는 수치심이 들어 눈 감고, 귀 막고 조용히 살고 싶었다. 담요 한 장을 깔고 덮어 새우잠에 들었다. 손까지 떨리는 서러움에다 허기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통곡했다.
--- p.232

역장이 묻는다.
“누구 기다리세요?”
“네, 내 아들 기다려요. 서울에서 학교 다니거든요. 목발 짚고 다니는 내 아들이요.”
왜 그리도 목청 높여 옆에 있는 사람 전부 다 듣게끔 말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저쪽에서 내 아들 형수가 절뚝절뚝 걸어왔다.
“엄마.”
“아들아.”
동시에 맞닿아 안으면서, 옆 사람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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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설움에 절망하거나 쉬이 포기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녀는 그 어떠한 참혹한 상황에서도 웃음과 미소와 논리로 모든 것을 밀고 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일기장에 그런 멋진 모습은 없다. 일기장은 어머니 대신 울고 분노했다. 내 장애에 대한 짜증과 지겨움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점철되어 있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짜릿짜릿한 쾌감을 줄 것이다. 어떤 현실에도 다시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 또 현장에 뛰어드는 신기한 에너지를 받을 것이다.
-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
그 시절에 병원에서 배워서 가정에서 행한 물리치료, 작업치료, 그리고 아이의 행동과 발달을 돕기 위해 쏟아부은 애정 어린 어머니의 노력에 말 그대로 가슴이 저렸습니다. 재활치료나 보조기 착용은 정답이 없습니다. 몸의 성장과 같은 발달의 변화나 진학과 같은 일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해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다양하게 시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간입니다. 그 수많은 시도는 나중에 민수(형수의 형)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아들의 또래들을 포용하는 행동으로 피어납니다. 얼마나 위대하던지요.
- 지석연 (작업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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