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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기념 파티

출간기념 파티

: 교유서가 10주년 기념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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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80g | 135*205*18mm
ISBN13 9791193710524
ISBN10 11937105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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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요즘은 소설 쓰는 사람이나 소설을 읽으니까. 수녕은 쓸쓸한 기분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요즘 붓과 물감으로 미술 하는 사람이 어딨나. 요즘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는 사람이 어딨나. 모두 지난 세기의 유물이야. 이런저런 트집을 잡다가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끼리끼리 모이는 거지.
---「출간기념 파티」중에서

책장을 주워 남자에게 내밀었다. 흠, 하고 책장을 받아 든 남자는 옆에 준비된 풀을 발라 벽에 붙였다. 풀을 바르기 전 잠깐 손을 멈추는 걸 보았다. 양면에 활자가 가득 인쇄된 책장의 어느 면이 뒷면이 되어야 마땅한가, 같은 별것 아니지만 진지한 고민이 느껴졌다.
---「소년들은 자라서 어디로 가나」중에서

나는 나미의 책이 집에 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뒤졌다. 책 먼지를 양껏 들이마신 후 나는 나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혐오를 느꼈다.
---「이것은 소설인가」중에서

애나는 시집일 거라 확신했다. 방에 그걸 가져다놓고 잠들기 전에 한 번씩 꺼내 보았다. 언젠가 한글을 알게 되면 읽기도 하고 외우기도 해야지. 월급을 받아 갈피 사이사이 돈을 끼우며, 어쩌면 그리움에 관한 시일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애나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아니 그런 것이길 바랐다. 그런데 이건 그런 게 아니다. 이런 걸 책이라 불러도 되는 걸까.
---「설탕공장이 있던 자리」중에서

잘못된 약속. 남자는 그 약속 때문에 일이 꼬여갈 때마다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건 착각일 뿐이었다. 하지 말았어야 할 약속이 고약한 우연과 겹칠 때 인생은 우리에게 혹독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걸 그는 알지 못한 것이다.
---「우스운 사랑들」중에서

들어주고 받아주고, 쓸어 담아야 할 것들은 스스로 알아서 하면서도 저녁마다, 밤마다 쌓이는 외로움이 아픔인지 고통인지 몰라 헤매며 우리는 각자의 하루를 털어놓고 있었다.
---「편지의 시절」중에서

사람들은 느리고 무거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느리고 무거운 시간 속에 파묻혀, 느리고 무겁게 책을 읽었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립 도서관의 이면」중에서

혼자는 태어나도 혼자는 죽을 수 없겠구나 싶었다. 버려진 삶을 구하는 이들은 있어도 버려진 죽음을 맡으려는 이들은 없어 보였다. 가족이란 건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죽음을 돕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정식 레시피―이별하는 밥」중에서

걸음을 뗄 때마다 물러나는 지평선에 다가가는 심정으로 평을 바라보며, 병은 처음으로 마음이라는 부위의 위치를 감각했다. 숨이 턱 막힐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꼈다.
---「ㅂ의 유실」중에서

저는 당신이 마음에 듭니다. 당신이 저를 바라보는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진지하게 해보려는 사람은 반드시 저를 찾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오직 저만이 줄 수 있는 충만함이 그리웠을 겁니다. 환영합니다. 당신에게 제가 품고 있는 무수히 많은 키(key)를 내어드리겠습니다. 만족스러운 순간도 남겨드리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비밀이」중에서

시간에 대해 말하자면 무력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수현이 존재했던 시간과 가까워질 수 없다. 그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어떤 가능들에 대해 떠올리는 순간조차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까.
---「시간유영담」중에서

“얼음 세상은 너무 싫어. 따뜻한 세상이 올 거야. 언젠가 언젠가 그날이 올 때까지, 꽁꽁 얼지 말고 버텨요. 우리 모두 그때까지 반드시 버텨요.”
---「도서관의 괴물」중에서

남자는 옹녀와 관계를 가지면 당연히 죽었고, 피부 접촉만 있어도 죽었고, 심지어 옷자락을 스치기만 해도 죽었다.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남자가 죽어 반경 120킬로미터 안에 성인 남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변강쇠가 해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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