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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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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149*216*20mm
ISBN13 9791193710647
ISBN10 119371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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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본인은 세세한 뉘앙스를 전하기 위해 한자로 쓸 수 있는 말도 일부러 히라가나나 가타카나를 선택하여 표기하는 등 시각적 표현의 궁리까지 매일매일 하고 있습니다.
--- p.6

중국인들은 ‘소리[音]’를 근거로 한자를 만들려는 경향이 큽니다. 한편 일본인들은 ‘의미(意味)’를 중시하여 한자를 만들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는 중국과 일본 한자에서 볼 수 있는 큰 차이점입니다.
--- p.19

이처럼 표기에 다양성이 있는 것이 일본어의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게다가 쓸데없이 다양성을 가진 것은 아니며 실제로 일본인들은 이를 구분해가며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둘러봐도 두 종류 또는 세 종류의 표기법을 갖고 있으면서 이들을 잘 구분하여 쓰는 언어를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 p.96

일본어 문장에는 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 로마자가 섞여 있는데, 일본인들은 이를 위화감 없이 읽습니다. 생각해보면 쓰는 이 입장에서는 히라가나만으로 쓰는 것이 편합니다. 어려운 한자를 쓰거나 컴퓨터에서 글자를 선택하며 입력하느라 시간을 뺏길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용 파악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문자를 구분해서 쓰는 이유는 뉘앙스까지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읽는 이가 읽기 쉽고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하려는 것으로, 상대에 대한 일종의 배려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표기법에서 때로 이러한 일본인들의 세세한 배려와 다정함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 p.111~112

‘ひのき(편백나무)’에는 ‘檜’와 ‘?’가 있습니다. 온천여관에서 볼 수 있는 편백나무 온천 ‘ひのき風呂’는 어느 쪽이 어울릴까요? 여기에는 어려운 글자 ‘檜’ 쪽이 좋다는 사람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습니다. 어떤 기분 따위를 자아내는 뉘앙스가 달라 운치를 더하는 ‘檜風呂’ 쪽에서 목욕하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 p.136

일본 한자는 음독에도 다양성이 있습니다. ‘行(갈 행)’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行’은 ‘ギョウ’ 또는 ‘コウ’ 또는 ‘アン’이라고도 읽습니다. ‘行?(あんどん, 사방등)’의 경우 ‘アン’이라 읽지요.
--- p.138

음독에는 ‘관용음(慣用音)’이라 불리는 또다른 읽는 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輸出(ゆしゅつ, 수출)의 ‘輸’입니다. 이 글자는 본래 ‘シュ’라고 읽습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sh?(수)’라고 읽습니다. 그러나 후쿠자와 유키치(福?諭吉)의 ‘諭’와 닮았고 특히 한자 오른쪽 방 부분이 같아서 ‘ユ’라고 읽을 거라는 유추가 생겨난 후 이것이 확산되었습니다. 틀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쪽이 널리 퍼지고 정착되어 더이상 돌아갈 수 없게 돼버렸는데, 이러한 읽기를 ‘관용음’이라 부르며 이 역시 의외로 많습니다.
--- p.139

같은 한자권에 속하며 공통된 점도 적지 않은 이웃 국가이니 서로 상대 나라의 정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깊게 이해하면 좋으리라 생각하는데, 한자를 이해하는 것은 이를 위한 커다란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 p.159

‘谷(골짜기 곡)’이라는 한자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도쿄의 거리 ‘?谷’는 ‘しぶや(시부야)’라고 읽지요. 그러나 간사이지방에서는 이 한자를 ‘しぶたに(시부타니)’라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78

‘中島’도 동서에서 발음이 나뉘는 경향이 있는 한자입니다. 가수 나카지마 미유키(中島みゆき)는 ‘なかじま’라고 읽습니다만, 가수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는 ‘なかしま’라고 읽습니다. 나카지마 미유키는 홋카이도 출신이고, 나카시마 미카는 가고시마 출신입니다. 서일본에서는 소리가 탁하면 지저분하다는 감각이 비교적 강한 듯합니다. 성씨 ‘山崎’를 ‘やまざき’라 읽는 것과 ‘やまさき’라 읽는 것에서도 동서에 따른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 p.180

재미있는 말을 하거나 좋은 말을 한 사람을 칭찬할 때 ‘にくいね’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전에도 두번째 뜻으로 나옵니다. 그런 ‘にくいね’를 표기할 때 ‘憎いね’로 하면 아무래도 느낌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설이나 CM 등에서는 한자를 피해서 ‘ニクイね’처럼 가타카나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 p.191

한자의 본가인 중국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보기에는 의외일 정도로 한자를 무미건조하게 대합니다. 오히려 한자를 받아들인 일본인 쪽이 의미와 뉘앙스, 마음, 애정과도 같은 집착을 갖고 한자를 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미 한자는 일본인의 피가 되고 살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본인의 마음과 깊게 연결된 고유 일본어를 훈독하여 한자와 연결시켜 사용한 것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 p.19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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