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우리는 하루 종일 가난한 사람들과 나환자들 속에서 슬픈 모습을 하고 계신 예수와 접촉하고, 날이 저물면 성소에서 기도로 그분과 다시 접촉합니다.
-마더 데레사
이 책을 품고 우리말로 옮기면서 나는 ‘마더 데레사야말로 우리 시대에 에로스의 화신으로 살다간 분’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마더 데레사는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몸을 씻어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그리스도를 만지고 있다고 굳게 믿었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더 데레사는 현대세계에서 그리스도와 가장 뜨거운 에로스를 나눈 장본인이 아닐까 싶다.
에로스의 상실로 괴로워하는 시대에 마더 데레사는 진정한 에로스를 회복하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에로스를 살다 가신 분이다. 그녀는 빵 한 조각뿐 아니라 사랑에 굶주린 가난한 사람들, 버림받았다는 느낌으로 울먹이는 사람들, 외로이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의 고통을 절절이 느끼고, 그들의 눈물과 상처를 닦아주고, 그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예수를 만지는 것이라고 굳게 믿은 에로스의 화신이다.
그녀의 하루일과와 생애를 굴린 바퀴는 접촉이라는 바퀴였다. “우리는 하루 종일 가난한 사람들과 나환자들 속에서 슬픈 모습을 하고 계신 예수와 접촉하고, 날이 저물면 성소에서 기도로 그분과 다시 접촉합니다.”
접촉이야말로 에로스의 회복에 꼭 필요한 창조적 수단이다. 그녀는 우리가 접촉을 통해서만 영적인 무감각증을 벗어날 수 있고, 접촉을 통해서만 우리가 우주 안에서 혼자가 아니며 잠들어 있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더 데레사는 에로스의 회복은 먼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곳이 가정이든, 일터이든, 이웃이든, 사회이든 간에 그 가장 가까운 곳에서 먼저 에로스를 회복하라고 당부한다. 아무쪼록 에로스를 구현하는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린 그녀의 글을 통해 우리 모두 가까이 다가가고, 어루만지고, 깊이 느끼고, 돌보고, 친밀한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가는 곳마다 치유와 구원, 웃음과 기쁨, 축제와 환희를 몰고 다니는 에로틱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