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란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지, 그 자리에 있던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평소 어떤 생각과 심정으로 국정에 임했는지, 우리가 들어서 아는 대통령의 말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과 고뇌의 시간을 거쳤는지 알게 되었다는 분들과, 이후로는 대통령의 취임사와 연설문을 허투루 듣지 않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두 대통령이 어떤 분이었는지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면서 우리나라에 그 두 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고맙고, 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나 또한 그렇다.
---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펴내며」 중에서
기업에서 사장의 연설문 작성을 맡은 직원이 있다고 하자. 그가 의식해야 할 대상은 누구누구일까? 첫째, 사장. 둘째, 연설을 듣는 직원들. 셋째, 이 연설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사 기자. 마지막으로 언론 기사를 보는 고객, 주주, 직원 가족이 될 것이다. 이렇게 기업 연설문 하나에도 그 대상은 많다. 이들 각각에 대한 연구는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디 말과 글뿐이겠는가. 어린아이와 사진을 찍을 때 다리를 크게 벌려 키를 맞추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 속에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답이 있다.
--- 「4. ‘인민’이란 표현이 어때서요? 독자와 교감하라」 중에서
대통령들에게 독서는 글쓰기의 원천이었다. 두 대통령 모두 밑줄을 긋고 메모해가며 책을 읽었다. 주로 글쓰기와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되는 부분에 밑줄이 그어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독서의 완결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영감을 정책에 반영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책으로 집대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 「6. 청와대 리더십비서관이라는 자리 글쓰기의 원천은 독서」 중에서
소위 ‘3김시대’에 기자들이 “YS의 말은 아무리 받아 적어도 나중엔 기사 쓸 것이 없는 반면, DJ의 말은 그대로 기사가 된다”고 할 정도로 김대중 대통령의 말과 연설문은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갖추었다.
--- 「12. 글쓰기는 결국 얼개 짜기에 달렸다 글의 구조를 만드는 법」 중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늘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하는 한 단어,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예를 들어, 인사 청탁은 안 된다는 단호함을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로,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는 “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라는 말로 함축했다. 이 말은 부동산업자의 농간과 투기세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독자나 청중은 긴 글이나 장황한 말 속에서 한 단어, 한 문장만 기억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지론이다. 글을 쓸 때는 바로 그 문장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주제문이라고 부르는 이 한 문장을 노 대통령은 ‘표어’라고도 했고, ‘카피’, ‘명제’라고도 했다. 바로 이 표어, 카피, 명제를 놓고 늘 고심했다.
--- 「20. 봉하에서의 대통령 퇴임 연설 짧은 말의 위력」 중에서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말과 글에서도 칭찬은 많을수록 좋다. 특히 연설문에서 그렇다. 두 대통령은 칭찬에 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늘 칭찬할 거리를 챙겨 연설문에 넣었다. 칭찬해야 할 사람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도 많은 신경을 썼다. 어찌 보면 대통령이란 자리는 칭찬하는 자리다. 노고를 치하하고, 어려운 사람을 격려하고, 선행에 감사하는 일, 이 모든 게 칭찬이다.
--- 「35. 수정 없이 진행된 만델라를 위한 만찬 연설문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중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글쓰기는 자기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힘든 일이지만 글 쓰는 일에 큰 의미를 두었다. 글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려고 했다. 재임 중에는 가칭 ‘글 모임’을 만들어 직접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청와대 안에서 글을 좀 쓴다는 사람의 모임이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글로 써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글을 남김으로써 역사의 평가를 받고자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회고록에서 글 쓰는 것을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글을 쓸 수 없을 때 희망도 끊어졌다.
--- 「39. 김대중 대통령이 종이를 반으로 접을 때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다」 중에서
글만 잘 쓰는 사람, 생각만 많은 사람들은 많았다. 하지만 생각도 있으면서 그것을 글로 옮길 수 있고, 그 글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글이 글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글은 실천과 함께 가야 한다. 나는 그게 가능한, 흔치 않은 두 분과 만났다. 정말 분에 넘치는 영광이었다.
--- 「이야기 열: “가문의 영광입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