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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 타인에게 수없이 수명을 선고하는 일(남궁인)
프롤로그 - 암 그리고 암의 괴로움 들어가는 말 - 마지막에서 처음으로 1. 오마르 삶의 고귀함이란 이런 데 있다 2. 퍼 모래 더미와 암 3. 레이디 N. 장전된 총 4. 키티 C. 천천히 아물지 않는 상처가 어디에 있을까? 5. JC 자연의 경이로움을 겪으면 자연에 친숙해진다 6. 앤드루 솔직함은 선택이었을까? 7. 하비 죽음이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도 되쏘아 본다 암, 그 후 - 슬픔에게 언어를 에필로그 - 벌써 새벽이 왔다 |
저아즈라 라자
Azra Raza
역진영인
감수남궁인
서른 살에는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서른 살 이후에 내가 대단한 발견을 하거나 연구 논문을 썼다거나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나는 수천 명의 암 환자를 만났고 많은 환자의 죽음을 겪었다. 내가 다루는 이 질병은 대체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래서 위로의 말도 꾸며낸 것처럼 들리고, 학계에서 개인적 성과를 거두어도 당치 않아 보인다. 가 일하는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반면 내 생각은 변했다.
--- p.21 암을 한 가지 질병으로 다루는 건 마치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하나의 나라로 다루는 것과 같다. 심지어 한 환자에게 생긴 암이라 해도, 발병 부위가 다르거나 시간차를 두고 생긴 암은 같은 질병이 아니다. 사납고 자기중심적인 이 질병은, 분열할 때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강해지고 똑똑해지며 더 위험해지는 법을 배운다. 분자 단위 지성의 완벽한 예다. 주변 환경을 지각하고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일 줄 안다. --- p.28 암은 시간이 갈수록 더 힘차게 분열하는 법을 배운다. 새로운 공간을 침범하고, 관련 유전자 발현을 켜고 끄기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환경에 더 잘 어울리려고 하며, 씨앗(암세포)과 토양(암이 자리 잡은 미세환경)의 협동을 최대한 이용한다. 우리는 암의 변신을 직접 목격한다. 치료를 해서 한 부위의 종양이 물러나면, 다른 부위에서 신선한 병소가 새로운 유전자형을 지니고 생겨나는 것이다. 환자에게 쓴 치료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롭게 선택된 유전자형이다. 마치 미니 프랑켄슈타인처럼, 암은 신체라는 기계에서 유령처럼 출몰하여 제 창조자를 파괴하려고 덤빈다. --- p.28 암은 내밀한 개인적 차원에서 심각한 비극이고 환자의 가족들을 비탄에 빠뜨리며, 재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타격을 주고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선택 가능한 최고의 방법으로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가? 현재 쓰고 있는 가혹한 조치 가운데 일부는 다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환자를 죽이는 것이 암인지 아니면 치료법인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쓰는 해결책이 좋기는 한 것일까? 둘 중 어느 이 더 나쁠까? 누군가 적절히 지적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화학요법, 면역요법, 줄기세포 이식을 사용하는 일은, 개의 벼룩을 제거하겠다며 개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일과 같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을 최선의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는가? --- p.32 종양전문의들은 실험 약물과 화학방사선요법으로 오마르를 치료하여, 적어도 반응의 가능성을 제공했다고 믿었다. 가능성이 얼마나 되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그가 받은 약은 결국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가 받은 조언 또한 문제였다. 우리가 그에게 해준 조언이 현실적이지 않고 솔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든 간에 삶을 즐기라고 권하는 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화학요법을 한 차례 받을 때마다 뒤집어지는 속과 목에 잔뜩 생기는 벌건 종기를 견디고 역겨운 무맛의 액체를 먹으며 사는 대신 말이다. --- p.57 이 책에서 나는 암의 괴로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비밀처럼 숨기는 암의 내밀한 모습들을 처음부터 순서대로 써나가고자 했다. 우리 사회와 과학이 견딜 수 없이 느린 진전 말고 양자 도약처럼 근본적인 변혁을 이루고자 할 때 그 원동력은 공감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암 환자의 깊은 고통만이 빠른 시간 내에 극적인 변화를 이룰 때 필요한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종양학 분야는 마치 말썽쟁이 같은 어리석은 고집을 부리고 있으며 공감만이 이 고집을 깰 수 있다. 미래는 최후의 암세포를 쫓는 게 아니라, 첫 번째 암세포를 알리는 극초기 표지자를 밝혀내어 암을 예방하는 길에 있다. 나는 1984년부터 이 이야기를 해왔고, 누군가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까지 계속 말할 것이다. --- p.387 |
첫 번째 세포란 무엇인가?
저자가 말하는 첫 번째 세포는, 암이 발생하기 전의 세포를 말한다. 그 세포를 찾아 암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다면 암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계는 마지막 세포만을 찾고 있다. 종양학자이자, 종양 전문의인 아즈라 박사는 증식의 속도를 예상하기 어려운 암이라는 세포가 손쓸 수 없이 퍼진 상황에서 치료에 착수하여, 마지막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치료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조기 검진이나 예방에서 더 나아간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이다. ‘첫 번째 세포’를 찾는다는 것은 악성 세포로 자라나기 전에 세포의 시작 단계에서 찾아내 박멸하는 방식이다. 현재의 마지막 세포를 찾아내는 치료의 고비용 구조를 고려해볼 때, 그 비용과 인력, 에너지를 첫 번째 세포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암 연구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라자 박사는 말한다. 마지막에서 처음으로 방향을 바꾸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배의 방향을 돌리는 것만으로 파도의 방향이 달라지고, 목표 지점이 달라지는 것처럼. 궁극적으로 저자는 ‘인간이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는 데’ 모든 치료의 목적이 있으며, 그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세포를 찾는 데 드는 가장 큰 비용은 바로 환자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환자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의사가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이다. 그는 과학계, 의학계에 꾸준히 암 연구의 방식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리고 이 책은 그가 28살부터 30년 가까이 주장해온 과학적, 의학적, 인간적인 주장의 결정판이다. 현재의 암 연구는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동물 연구가 아니라 인간 연구로의 전환 암 연구의 방향이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암 연구의 대상 또한 잘못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특히 비판하는 것은 동물 연구를 기반으로 한 암 연구들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인간의 치료에 대응할 수 없다고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암이라는 세포는 일단 한번 생기면, 개개인의 DNA적 특성에 따라, 그 증식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증식의 속도는 3개월, 누군가에게는 14년으로 예측할 수도 없다. 실제로 동물 연구가 인간에게 적용되었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난 사례는 암 연구의 50년 발전사를 볼 때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동물 연구의 성공 사례가 발표되었으나, 실제로 인간에게 적용되었을 때, 그것이 효과를 낸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인간이라는 변수는 예측 불가능하다. 동물 모델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환원주의자들의 오만일 뿐이다. 동물 연구로는 인간의 몸에서 생성되는 암 세포들의 추이를 설명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동물 연구를 그만두고 ‘인간 연구’에 몰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자 박사는 28살이던 1984년부터 ‘인간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환자들 DNA를 모아 연구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6만 개 가까운 샘플을 보유한 조직은행을 만들었다. 그의 환자들은 그의 생각에 동의했으며, 그가 떠나보낸 그 환자들의 헌신을 위해서라도 그는 이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환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의사의 인간적 고백 과학서이면서도 이 책의 특별한 지점은, 저자의 주장들이 직접 떠나보내야 했던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을 통해 뒷받침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장 제목 하나하나는 저자가 떠나보낸 환자들의 이름들이다. 그 이름 가운데는 마찬가지로 의사였던 저자의 남편도 있다. 각 장마다 마지막까지 암으로 고통받은 환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그 고통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마지막을 앞두고 고통과 용감하게 싸우는 인간을 바라보며 경외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 누구도 밝히지 않은 환자의 고백, 그들의 고통을 바라보며 현재의 암 연구의 현실을 한탄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이 책은 문학적인 어느 지점을 지난다. 과학적인 주장을 환자의 고통을 통해 표현해내고, 문학적 언어로 끝을 맺는 독특한 스펙트럼을 가진 책으로, 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 암으로 주변인을 떠나보낸 사람들, 의사들의 내밀한 고백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환자의 가족들,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슬픔에게 언어를. 암은 비단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의 인생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책에는 환자 가족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암을 선고받은 후부터 계속 선택의 상황에 직면한다. 어떤 치료를 선택해야 할지, 수술을 더 받아야 할지,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등. 저자는 환자의 가족들에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다. 그들은 환자가 조금이라도 고통스럽지 않았을 선택을 했기를 바란다. 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는 ‘의사에게 말했다면 반대했었을’ 몰래 떠난 여행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반대로 다시 하지 않았을 선택은 죽음 직전까지 7번의 수술을 받았던 것이라고 말한다. 수술을 하고 나서 언제나 그의 고통은 심해졌기에 아내는 조금이라도 남편이 덜 고통받으며 세상을 떠났으면 좋았을 것이라 후회한다. 어떤 가족은 죽음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투병하였기에 마지막 삶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다. 가족과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그에 따라 환자가 어떤 치료를 왜 선택하는지에 대해 더 빨리 공유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암이라는 주제는 죽음과 맞닿아 있기에, 이 책은 비단 암 연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죽음 앞에 인간의 모습에 감명받고, 남은 환자 가족들의 이야기에 가슴으로 공감한다. 그 또한 남편을 잃은 암 환우 가족의 한 명으로서, 그가 들은 환자들의 이야기는 곧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암 환자에게 처방약만큼이나 공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 순수한 과학적 설명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공감과 이해를 끌어낸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문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들려주는 책.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고통을 이길 수 있는 암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 [커커스 Kirkus] |
다가올 미래에 이 책이 암과 관련된 담론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 싯다르타 무케르지 (퓰리처상 수상자, 종양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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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통과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이를 누구보다 공감한 학자로서 그는 우리에게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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