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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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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128*188*20mm
ISBN13 9791194293095
ISBN10 119429309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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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천국택배는 의뢰인이 지정하신 분께 유품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천국…… 택배? 유품?”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두 사람의 장례식을 맡았던 상조업체에서도 따로 설명을 들은 게 없었다. 설마한들 두 사람이 자신에게 택배를 보내려고 천국에서 운송장을 작성하지는 않았겠지. 멀뚱멀뚱 나나호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발이 달렸는지 탁자 아래를 확인해 볼 것도 없이 딱 봐도 실체를 가진 인간이 분명했다.
--- p.22

“제가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남겨진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부질없는 소리다.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않으니까.
“사람은 둘로 나눌 수 있어요. ‘죽은 사람’과 ‘아직 죽지 않은 사람’. 누구나 죽으면 강을 건넙니다. 하지만 아라가키 씨는 아직 강 저편으로 가지 않았어요. 오늘이라는 하루를 살고 계시죠.”
나나호시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또다시 두 손으로 택배 상자를 아라가키 쪽으로 밀었다. “틀림없이 지금 아라가키 씨에게 꼭 필요한 물건일 거예요.”
--- p.37

잡초를 제거하자 지금껏 흔적도 안 보였던 화단이 서서히 드러났다. 땅에서 작은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었다. 셋이 심었던 씨앗이 봄이 되자 일제히 싹을 틔운 것이다. 잡초가 우거지도록 내버려두고 물도 주지 않았건만 참으로 기특하기 짝이 없었다. 살다 보면 죽을 만큼 절박한 상황도 있지만, 그래도 봄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 p.56

“있잖아, 유.”
사이다에서 점멸하는 보라색과 파란색 불빛이 언뜻언뜻 비치는 눈동자로 자신을 보는 마호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예뻤다. 좀 더 익숙했더라면 가까이 끌어당겨 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머릿속으로 만 번 넘게 시뮬레이션했던 대로 이어졌겠지만, “왜?” 하고 묻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자 마호가 수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숨바꼭질, 안 할래?”
아니, 잠깐만. 지금 이 분위기에서 숨바꼭질이라고?
--- p.122

“죽음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강을 건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쪽으로 가버리면, 아무 말도 전할 수 없어요. 누구도 죽음을 되돌릴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마키노 씨가 따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셔도 되지만, 지금 직접 하시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저도 엄마의 모든 면이 좋았던 건 아니에요. 지금도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요. 그렇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다시는 안 보고 싶어’가 마지막 말이 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 p.263

사람이 죽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강을 건너 저세상으로 간다고 하지만, 때로는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영원히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거라고, 나나호시는 자신에게 다짐을 놓듯 되뇌었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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