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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사망 100주년 기념 문학전집 간행에 부쳐
1부 2부 3부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저레프 톨스토이
Lev Nikolayevich Tolstoy,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오는 2010년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가 사망한 지 100주년 되는 해다. 그러나 그 동안 번역 소개된 작품들은 오늘날의 언어감각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평소 톨스토이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이 뜻을 모아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전 문학작품을 재번역하게 되었다. 아무쪼록 작가 톨스토이를 조명하는 이 작업이 러시아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잔잔한 기쁨을 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톨스토이 사망 100주년 기념 문학전집 간행에 부쳐’ 중에서(고일, 고려대 교수) |
『부활』은 톨스토이 사망 100주년을 기념하여 귄위있는 러시아어 원전을 바탕으로 원서가 지닌 문체와 느낌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기획, 발간 중인 톨스토이 문학전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장장 11년간에 걸쳐 집필한 끝에 완성한 이 작품은 톨스토이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로 보다 원숙해진 대작가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가 이룩한 문학적, 철학적 세계관의 분류(分流)가 오롯이 합치되는 대해(大海)와 같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톨스토이 3대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부활』에는 네흘류도프가 카츄샤에게 저지른 죄로 인해 그녀가 타락해가는 과정과 네흘류도프의 참회와 속죄로 두 사람이 영적, 정신적으로 부활하는 모습이 탁월한 심리 묘사를 통해 펼쳐진다. 또한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면면이 가장 잘 살아 있는 장편소설이라 할 수 있다. 『부활』 이전에 이미 『뤼체른. 네흘류도프 공작의 수기』 『청년 시절』 등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네흘류도프라는 인물은 톨스토이가 애착을 지녔던 인물로 곧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작품에서 간간이 등장했던 네흘류도프가 『부활』에서 장편소설의 주인공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소설에서 보이는 네흘류도프의 토지 개혁 장면은 과거 농민 생활 개선에 몰두했던 젊은 시절의 톨스토이를 연상케 한다. 이 소설에는 제정 러시아의 부패한 시대상과 귀족들의 허위의식, 토지 소유 문제, 수감자들의 비인도적인 대우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한 당시 러시아정교의 부패상을 비판한 탓에 톨스토이는 이 소설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파문을 당한다. 하지만 『부활』은 단지 특정한 과거의 시대상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비판하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톨스토이가 『부활』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이 모든 문제의 근간을 이루는 인간의 모순적인 양면성이며, 이것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모습만 달리 했을 뿐 끊임없이 목격되는 양태이다. 따라서 『부활』은 오늘날에도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미와 추, 숭고함과 속물적인 근성,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적인 면모를 모두 가지고 있는 네흘류도프는 바로 우리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가 그리고 싶어 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상호모순적인 모습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기준과 신념하에 선한 본성을 되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문제의 해결책은 소설 곳곳에서 보이는 네흘류도프의 독백과 명상 속에 녹아 있다. 아울러 『부활』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철학적 깊이만을 가진 딱딱하거나 고루한 작품이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딴생각에 여념이 없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은 자못 한 편의 풍자극처럼 희극적이며 러시아의 상류층과 하류층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뛰어난 묘사는 독자들에게 소설적인 읽는 재미도 선사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단죄하고 심판할 수 있는가 탐닉과 사랑, 죄와 용서, 사법제도의 부조리함과 인간성에 대한 신뢰, 인간이 가진 모순을 뛰어넘어 영혼의 부활을 꿈꾸는 톨스토이 문학의 결정판 『부활』은 단죄와 심판, 용서와 화해 등의 대립되는 요소가 사회적, 개인적 차원에서 타의적, 자의적으로 병행하여 일어나고 있는 독특한 소설이다. 카츄샤는 사회 제도가 만들어놓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타의에 의해 이 과정을 겪어 나가는 반면 네흘류도프는 개인적인 이해관계 하에서 비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자의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카츄샤는 상인의 독살사건이라는 재판 과정을 통해 비합리적인 단죄와 심판을 받게 되지만 후에 누명이 벗겨져 사면된다. 그에 비해 네흘류도프가 겪는 단죄와 심판은 눈에 띄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보다 내면적인 차원에서 전개된다. 카츄샤의 타락한 모습과 처음에 보이는 냉소적인 반응에 스스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 곧 네흘류도프가 겪는 단죄와 심판이며, 후에 카츄샤가 보이는 눈물은 그에 대한 용서와 화해의 표상이다. 소설에서 보이는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단죄와 심판은 그러나 판이한 결과를 낳는다. 이른바 사회질서 확립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단죄와 심판은 상당 부분 비합리성에 근거하고 있으며 교화는커녕 보다 큰 악으로 인간을 떨어뜨리는 백해무익한 반면, 한 개인의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내면에서 이뤄지는 단죄와 심판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영혼마저 구원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죗값을 치르게 된다. 이 같은 톨스토이의 시각은 오늘날에도 많은 화두를 던진다. 여러 명을 양심의 가책 없이 살인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과연 용서해야 하는가, 현재의 수감제도는 정말 불필요한 것인가, 3심제는 과연 완전무결한 제도인가 등 『부활』에서는 지금도 논란을 일으킬만한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한 톨스토이의 시각은 작가의 분신이자 대리인인 네흘류도프의 독백과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네흘류도프는 수감제도가 교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특권층에서 운영하는 제도이며, ‘격리’를 목적으로 할 뿐 인간성의 향상과 참회에는 전혀 득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제도임을 역설한다. 이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인간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하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기독교적인 사고방식에도 맥락이 닿아 있다. 『부활』은 이처럼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모순과 사회 제도의 모순 양쪽에 메스와 같은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들이대는 작품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현대의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