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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머물고 싶던 아름다운 시절
사라진 나의 고향 집│처음 학교라는 곳을 가다│자연이 놀이터였던 시절│자연 속 참 먹을거리│지금은 볼 수 없어 가끔 그리운 것들│자연 학교에서 배웠다 2부 그대 자신이 등불이 되라 내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았다│긴 방랑의 시간│집 콤플렉스│책과 음악에 마음을 놓다│내가 변하니 세상도 변했다 공부에 대한 몇 가지 생각 3부 사람들 속에서 진짜 나를 찾다 어머니, 그 따뜻한 이름│한평생 풍류객이었던 아버지│그해 겨울의 합창교향곡│식자우환의 교훈│욕쟁이 박심청 할머니│가수 지망생이던 막내삼촌│기억 속 아련히 남은 사람들 |
辛正一
비록 아버지는 정규학교를 보내주지 않았지만 나는 아버지 덕분에 어느 산에 가든지 먹어도 될 약초와 먹어서는 안 될 약초를 구분하는 법을 익혔다. 나는 자연 학교에서 세상을 배웠다. --- p.20
내 삶의 화두는 길, 강, 그리고 책이다. 사진 한 장 남기기 힘들었던 가난한 어린 시절, 우주 속에 내던져진 고아로,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살던 작은 소년이 택한 삶의 방법은 걷고 읽는 것 말고는 없었다. --- p.98 반짝이는 별빛 사이를 한 무리의 구름이 지나가고, 그 밤도 덩달아 어디론가 흘러가고, 그때 한줄기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가며 속삭이는 것 같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길은 어딘가로 이어질 거야.” --- p.124 ‘누구를 만나느냐’가 ‘어디에 사느냐’보다 더 중요하고 ‘꿈을 놓아버리고 사느냐’ 아니면 ‘꿈을 간직하고 사느냐’에 따라 인간은 무한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을, 회진면의 한 포구에서 옛 친구를 만나고 술 한 잔 마신 뒤 방파제에서 노래를 부를 때 불현듯 깨달았다. --- p.264 |
“그는 왜 끝없이 걸어야 했을까?”
우리나라 도보여행의 1인자, 옛길 걷기 운동가 온 산천을 누비고 다니는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인생 독학기! 이 나라 산천이 내겐 학교이자 연구실이자 도서관이다! 우리땅 걷기 전도사 신정일. 온 산천 아름다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우리땅 걷기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그는 요즘도 한 달에 3~4번은 자신이 운영하는 ‘우리땅 걷기’의 회원들과 이 나라 구석구석을 답사하러 다닌다. 춥든지 말든지 시도 때도 없이 걷기를 20여 년. 그는 어느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의 1세대가 되었다. 그런데 문득 이 사내, 어쩌다 이렇게 하염없이 걷고 또 걷게 되었을까? 이 책은 저자의 열아홉 살 때까지의 일들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로 그의 삶의 화두인 길, 강,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남다른 추억들을 스냅사진처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남들이 갖고 있는데 안 갖고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어린시절 사진이 없다. 사진 한 장 남길 수 없을 만큼 가난했기에 그 흔한 돌사진조차 없다. 게다가 남들은 정규교육을 받으며 중· 고등학교 졸업장을 땄지만 그는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대신 그는 온 산천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배웠고 덕분에 먹어도 될 약초와 먹으면 안 되는 약초를 그 누구보다도 잘 구분한다. 그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한 이력도 있다. 지금껏 『한국사의 천재들』『다시 쓰는 택리지』등을 비롯하여 40여 권의 책을 썼다. 또한 우리나라 산 400여 곳을 올랐고, 8대강을 몇 번이나 걸었다. 이 땅 구석구석을 누비며 옛사람들이 남긴 흔적과 자연이 내뱉는 신음소리를 충실히 전달해온 신정일. 그의 지난날이 문득 궁금해진다. 잊고 싶은 지난날을 나는 이제 기꺼이 사랑하련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머물고 싶던 아름다운 시절’에서는 어린 시절 자연과 벗 삼아 놀았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다. 지금이야 별의별 장난감이 많지만 저자가 살던 시절만 해도 자연이 놀이터였다. 새, 뱀 무서울 게 없이 종횡무진하며 온 산천에서 뛰놀았다. 산삼 하나를 마을 사람 누군가가 발견하면 다음날 산삼을 발견한 그 산에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땅을 팠던 일, 일 년에 한두 번씩 공터에 천막을 친 가설극장이 들어오면 검표하는 사람 몰래 영화를 보던 일들은 지금은 잘 볼 수 없어 더 그리운 기억들이다. 2부 ‘그대 자신이 등불이 되라’에서는 인간 신정일의 이방인같이 겉돌기만 했던 유년시절에 대한 혼돈의 기록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노름으로 인해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열네 살에 가출, 열다섯 살에 절에 출가를 한다. 우주 속에 내던져진 고아였던, 세상의 아웃사이더였던 한 소년이 삶을 택한 방법은 책과 함께 우리나라의 온 산천을 느리게 걷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사는 법을 터득한다. 3부는 저자에게 영향을 줬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욕쟁이였지만 호박죽을 맛있게 끓여주시던 할머니, 한평생 풍류객이었던 아버지, 가수 지망생이었던 막내삼촌 등 기억 속 아련히 남은 이웃,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그중 대구 시내를 정처없이 돌다가 만난 구두 닦는 청년들과의 일화가 흥미롭다. 끝없이 방황하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대구까지 도착한 그는 우연히 구두 닦는 청년들을 만난다. 청년들은 그를 나쁜 길로 빠지게 하지 않고 한 가지 충고를 해줬다. “고생을 더하는 것이 좋을 끼다. 대구에서 고향까지 걸어가봐라. 시간은 걸릴 끼다. 그러나 큰 체험이 될 끼다.” 아픈 그대여, 이제 그대 자신의 등불이 되라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날 ‘걷기’라는 행위만큼 아날로그적인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그는 길에서 걸으며 이 세상을 배웠다고 말한다. “어떤 길을 걷고 어떤 풍경을 만나더라도 길을 걷는다는 건 내 두발을 움직여야 합니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한발짝도 건너 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길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같이 걷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위를 매기거나 경쟁하지 않습니다.” -저자 인터뷰 중에서 왜 그가 그토록 끝없이 걸어야 했는지 그의 지난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살아낸 것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으니 사회가 정해놓은 경쟁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그대 자신이 스스로 등불이 되라고 말한다. 또한 운명보다 강한 것이 있다면 그건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기라며 잊고 싶은 지난날을 이제 기꺼이 사랑하고 껴안으라고 한다. 인간 신정일의 아프게 아름다운 인생 독학기!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으로 지난날의 잊고 있던 기억을 조심스럽게 복원해낸 그의 삶은 어쩌면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