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심을 확보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유기물이다. 무조건 유기물만 주면 땅심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생유기물을 사용하면 땅속에 발효가 일어나 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를 미리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 뒤에 사용해야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퇴비 중에는 정상적으로 완전 발효시킨 것을 찾기가 힘들다. 상당수가 원료에 가까운 덜 부숙된 미숙퇴비이다. 흔히 알갱이(pellet)로 만들어 사용하는 유박 역시 생유기물로, 땅심을 살리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16쪽
땅심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땅심은 건강한 농작물을 생산하고, 농작물의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땅(흙)의 힘을 말한다. 토양 미생물이 조화를 이루고, 작물이 양분을 골고루 흡수할 수 있으며, 작물의 뿌리가 땅속 깊이 넓게 퍼져 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는 땅을 가리켜 땅심이 좋다고 한다. 즉, 땅심이 좋은 흙이란 토양의 물리화학적 조건(물, 공기, 양분, 온도, 빛, 유해인자가 없는 미생물)이 잘 갖추어진 흙을 가리킨다. -21쪽
퇴비에도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잘 발효된 퇴비에는 토양 속 병원균을 잡아먹는 유익한 미생물이 많이 발생하여 이 퇴비를 토양에 주면 점점 좋아진다. 반면에 썩은 퇴비를 주면 그 안에 병원균이 많아서 오히려 땅이 나빠지는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잘 발효된 퇴비는 후숙 단계에서 하얀 눈 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유익한 방선균류이다. ……이러한 토양에서 자란 농작물은 병에 걸리지 않고 생육도 좋으며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이런 농산물을 먹으면 곧 천연 항생물질을 먹는 셈이 된다. 이것이 바로 퇴비농법, 순환농법, 유기농법의 원리이며, 유기농산물을 먹으면 건강에 좋은 이유이다. -34쪽
원료에 따라서 토양 속 부식량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김장철에 많이 나오는 배추와 무 쓰레기를 대형 트럭으로 하나 가득 실어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리어카 한 대 분량의 톱밥으로 퇴비를 만든다면 어느 쪽의 퇴비가 많을까? 정답은 톱밥이다. 토양 속에서 배추와 무 쓰레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남지 않는다. 대부분 그 이유를 수분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답이다. 톱밥에도 건조된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20~50%의 수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54쪽
여기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데, 바로 미생물과 영양제에 관한 부분이다. 미생물과 영양제만 사용해도 분명히 2~3년 동안은 농사가 잘된다. 미생물과 영양분이 부족한 흙에 영양제와 미생물을 보충해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오랫동안 농사를 계속 잘 지을 수는 없다. 현재 한국의 농토는 적정치의 절반도 안 되는 토양 유기물(약 2% 정도)을 함유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미생물과 영양제만 사용하면, 영양분이 미생물의 먹이로 빠르게 소모되면서 토양 유기물 함량이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앞에서 설명한 토양 유기물의 기능 가운데 보비력과 보수력이 급격히 떨어져 땅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땅심도 점점 나빠진다. 우리의 몸에 비유한다면, 체력은 보강하지 않고 자꾸 ‘비아그라’만 먹으며 재미를 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허약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65쪽
40~50년 전 농가마다 집 마당에 ‘입춘대길(???’이란 글자와 함께 ‘소지황금출(????)’이라는 글귀를 써서 붙였다. 이는 마당을 쓸고 농사에서 얻은 폐기물을 잘 모아 질 좋은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잘 지으면 소득(황금)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글귀는 바로 퇴비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옛 농서에서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퇴비 만드는 일을 농사의 근본으로 생각해 가장 힘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98쪽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