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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도서 뉴턴의 무정한 세계
우리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과학사
정인경
돌베개 2014.12.08.
판매자
숙순이
판매자 평가 5 25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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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며] 과학은 왜 어려울까? 9

1 뉴턴의 무정한 세계

[1] 무정 17
우리는 과연 무식하다 17
도대체 우리에게 과학은 무엇이었나? 23
[2]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 28
제국주의자들의 멸시와 조롱 32
사회진화론을 읽다 36
[3] 근대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41
갈릴레오, 살아남은 자의 아픔 46
천문학의 혁명에서 역학의 혁명으로 56
[4] 우리는 뉴턴주의자다 62
프리즘을 든 고요한 얼굴의 뉴턴 64
사람은 사과와 함께 떨어지고 사과와 함께 일어섰다 68
과학과 계몽주의, 모든 것이 밝아졌다 76
우리는 과학주의에 부당하게 상처 입었다 80

2 다윈의 잔인한 표본실

[1] 표본실의 청개구리 89
오장을 빼앗긴 개구리는 진저리를 치며 89
번역, 의도적인 오역 92
[2]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98
인간이 되기를 성공적으로 이룬 원숭이 106
[3] 악마의 사도, 찰스 다윈 113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116
생명의 나무를 그리다 122
[4] 『종의 기원』, 종교와 철학을 뒤엎다 132
인간의 기원에 한 줄기 빛이 비칠 것이다 137
자연에는 목적이 없다 144

3 에디슨의 빛과 그림자

[1]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 155
전차 안에서 155
전기는 밥이나 물과 같은 필수품이다 160
[2] 노동자 과학자, 패러데이 166
힘의 선이 공간에 펼쳐져 있다 170
방정식으로 전자기파를 나타낸 맥스웰 174
[3] 에디슨은 발명왕인가, 사기꾼인가? 177
전자기학, 과학과 기술을 융합시키다 177
거대한 전기 기술시스템을 건설한 멘로파크의 귀재 182
전류전쟁과 전기의자 사형 186
[4] 공장의 기계는 우리의 피로 돌고
과학 연구는 다른 민족에게 맡기고 그 성과만 조선에 이식하겠는가! 201

4 아인슈타인의 휘어진 시공간

[1] 날개 213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213
건축무한육면각체 220
오감도 225
[2] 아인슈타인의 휘어진 시공간 230
원자를 눈으로 보기 230
빛줄기와 함께 달리기 234
E=mc²과 중력, 그리고 우주 237
불확정성 244
[3] 일본 노벨상의 주역, 유카와 248
일본의 물리학이 세계적 수준에 오르기까지 250
보이지 않는 것의 발견 259
[4]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264

[끝마치며] 우리는 왜 세계의 불평등에 분노하지 않는가! 272
주 276

저자 소개1

정인경

과학저술가,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수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한국과학사로 전공을 바꾸어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자이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적 토양에서 ‘과학 기술 하기’를 고민하며 청소년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좋은 과학책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에 <정인경의 과학 읽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교과서 『과학사』(씨마스)를 집필했다. 지은 책으로는 『과학을 읽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보스포루스 과학사』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96g | 150*215*11mm
ISBN13
9788971996324

책 속으로

증기기관차만큼 조선인에게 충격을 준 서양의 과학이 있었다. 바로 사회진화론이었다. 세계는 바야흐로 제국주의 시대였고 나약한 한민족은 제국주의 열강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었다.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잡아먹히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논리는 조선의 지식인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사회진화론이 조선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러일전쟁 전후였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이 체결되었고 대한제국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다. 한반도 곳곳에 무장한 일본 군인과 경찰이 활개치고 다녔다. 경부선 개통식 때처럼 일본인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폭력을 휘둘러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대한제국의 외교권과 재정권은 물론 철도, 우편, 무역, 해운, 통신 등 모든 근대화 사업까지 일본인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 p.36

진보·경쟁·적자생존의 사회진화론은 일본과 같이 제국주의의 길로 가는 데 합당한 논리였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확장을 정당화하는 침략자의 이데올로기였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과 중국의 지식인들은 사회진화론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진화론을 내면화하고 전쟁과 침략으로 얼룩진 일본의 근대화를 모델로 삼았다. 사회진화론을 내면화한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올가미에 걸려든 꼴이었다.
--- p.38~39

식민 지배는 서양의 과학과 기술을 우리 토양에 맞게 소화하고 그 경험과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 우리는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과학과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뉴턴 과학이 어떤 내용이며, 어떻게 보편적 진리가 되었는지, 과학혁명과 근대과학의 출현이 왜 유럽 역사에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유럽이 어떻게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우월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등등에 대해 잘 모른다. 그동안 과학을 우리 정서에 맞게 해석하고 과학이 생산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을 모르면서 과학기술을 믿는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일단 우리가 모르는 과학과 기술은 경계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과학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럽의 역사와 사회 속에서 생산된 지식이다. 유럽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었고
다양한 가치체계에 의해 기획된 결과물이었다. 서양인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역사적 진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제시했던 근대화·산업화·경제성장이 우리 삶을 진정으로 발전시켰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p.40

동양의 수학이 계산하는 학문이라면, 서양의 수학은 증명하는 학문이다. 증명이란 어떤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는지 틀리는지를 밝혀내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논리적 추론’이다. 우리는 흔히 수학을 자연과학의 한 분야라고 여기지만 엄밀히 말해 수학은 자연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수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의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들을 끄집어내 명제를 만들고 그 명제의 참과 거짓을 가리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수학은 실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가상의 것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형식논리학 체계’는 이성을 중시하는 서양 철학의 전통에서 나왔다. 동양 철학은 경험을 중시하는 반면, 서양 철학은 인간의 이성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탐구했다.
--- p.41

무엇이 진리인가? 갈릴레오는 “누구나 내 망원경을 통해서 볼 수 있다”라고 말하며 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사실이 진리임을 천명했다. 자연에 대한 지식이 진리라는 그의 확고한 신념은 근대과학의 출현을 알리는 선구적인 자각이었다.
--- p.55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과학혁명의 완성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뉴턴은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혁명을 운동법칙, 만유인력, 미적분학으로 완벽하게 증명했다. 너무나 완벽해서 유럽의 지식인들조차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뉴턴이 그려낸 세계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던 세계를 다시 설계한 듯했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만유인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개념이었고 뉴턴이 발명한 미적분학은 유클리드 이후에 나온 최고의 수학적 방법이었다.
--- p.71

결국 『천연론』은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 의지해 진화론을 설명하는 책이 되었다. 옌푸는 헉슬리가 말한 진화의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진화에는 방향이 없고 목적도 없다! 헉슬리는 진화란 진보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퇴보적인 변형까지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적의 생존자’라는 말에는 ‘제일 좋은’이라는 도덕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데 자연세계에 이러한 목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옌푸는 이 부분을 번역하지 않고 스펜서에 관한 해설로 채워 넣었다. 옌푸는 스펜서가 주장한 대로 진화를 점진적 발전이나 고도의 형태로 나아가는 변화라고 언급했다. 저급 단계에서 고급 단계로, 열등한 상태에서 우등한 상태로 변화하는 직선적 진보의 개념을 진화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 p.96

힘의 장은 물리학에서 굉장히 혁명적인 개념이다. 뉴턴의 입자(알갱이)를 장(마당) 이론으로 바꾼 것이다. 1969년 처음으로 ‘블랙홀’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으며 상대론과 우주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지닌 미국의 물리학자 휠러J. Wheeler, 1911~는 이렇게 말했다. “물리를 잘 모를 때는 ‘모든 것이 알갱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리를 좀 알게 되자 알갱이가 아니라 ‘모든 것이 마당’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p.172~173

일본질소주식회사는 식민지의 값싼 노동력과 토지를 이용해 일본에서 들어가는 비용의 4분의 1 수준으로 발전소를 건설했다. 당연히 질소비료의 생산 비용도 크게 절감되었다. 일본질소주식회사는 일본의 경쟁회사들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생산비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결국 재벌회사 하나가 일본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조선 전체 전기소비량의 네 배에 달하는 전력을 사용하며 수익을 독점했던 것이다. 또한 일제는 마구잡이로 개마고원의 원시림을 파헤치고 식민지인의 삶의 터전을 폭력적으로 빼앗았으며, 이렇게 식민지 자원으로 돈벌이를 하면서 미개한 식민지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미화하기까지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이 모든 것은 조선이 식민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p.197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일본 과학계는 눈부신 성장을 하며 유카와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를 수백 명이나 키워냈다. 1949년에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세계 과학계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식민지 조선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중략)
아인슈타인이 물리학계를 뒤엎은 논문 다섯 편을 써낸 1905년은 우리에게 을사늑약이 체결된 치욕의 해였다. 반면 일본의 입장에서 1905년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영광의 해였다. 20세기 초, 우리가 일제의 식민 지배에 신음할 때 일본 과학계는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적 수준에 진입했다. 식민지 조선에서 대학설립과 고등과학기술교육을 철저히 억압하고 식민지 공업화로 조선인들을 착취하며 이뤄낸 성과였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에 감격했지만 그 자랑스러운 노벨상은 식민지를 발판으로 제국주의가 육성한 과학기술이었다.
--- p.248~249

일본에서 유학한 조선인 과학자 대부분은 일본에서 연구직을 얻지 못하고 식민지 조선으로 돌아와 중등학교 교사로 취직했다. 일례로 신건희는 교토제국대학 이학부를 졸업하고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어렵게 배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써먹지도 못하고 2차 방정식도 가르치지 않는 중등교육기관에서 재능을 썩혀야 했던 셈이다. “연구실에서 나온 지 벌써 1개년이오 또 1개월이 되었다. …… 양자역학이니 통계역학이니 하는 것이 지금 와서는 머릿속에서 다 흩어져 버리고 차일의 꿈인가 하는 생각이 가끔가끔 일어나며” 자신을 괴롭힌다고 한탄했다. 이상이 『날개』의 마지막 구절에서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하고 절규했던 것처럼 식민지 조선에서는 한 번만 더 날아보고 싶은 과학자들이 간절히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 p.266

리승기는 실험실에서 합성섬유를 손에 쥐는 순간, 가슴이 터질 듯이 기뻤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공허감과 쓸쓸함이 몰려왔다. 자신의 모든 성과는 결국 ‘대일본제국’의 것이 될 테고 식민지 과학자는 일본의 과학을 빛내는 데 이용될 뿐이라는 모멸감이 밀어닥쳤던 것이다. 조선 사람이라는 이유로 부평초처럼 이 연구소에서 저 연구소로 옮겨 다니면서 온갖 홀대에 시달린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분하고 원통해서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과학자로서 가장 기쁜 순간에도 식민지 과학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 p.267~268

출판사 리뷰

▶ 왜 ‘뉴턴의 무정한 세계’인가

서양의 근대과학을 상징하는 뉴턴은 고전역학의 창시자로 과학사에서 첫손에 꼽히는 천재이자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 인물이다. 이 책은 일제시대에 『무정』이라는 소설을 통해 과학의 중요성을 부르짖었던 이광수와 뉴턴을 연결해 뉴턴이 발견한 세계와 개항 이후 이광수가 직면한 세계를 대비시켰다. 뉴턴은 세계가 무정한 기계와 같이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만이 알고 있다고 여겼던 세계가 뉴턴에 의해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인간이 세계의 원리를 알아냈다는 자신감은 유럽을 근대사회로 변화시켰다. 그런데 1910년대 이광수가 접촉한 서양의 근대과학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삶의 뿌리를 해체시키는 무정하고도 잔혹한 세계였다. 이때 이광수는 우리가 과학을 모른다고 한탄했는데,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과학의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서양의 근대과학은 한마디로 ‘뉴턴의 무정한 세계’였던 것이다.

▶ 우리에게 과학은 무엇이었나

아편전쟁(1차 1840~1842년, 2차 1856~1860년)이 일어나기 전까지 중국이나 조선에서 서양의 과학기술은 야만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유교문명의 질서에서 유럽의 근대문명은 이질적인 의미에서 야만의 풍속이었다. 돌이켜보면 16세기부터 에스파냐,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상인들이 중국 땅을 찾아왔으나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팽팽하게 맞서던 동서양의 힘의 균형이 깨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였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서양의 군사기술이 중국과 일본, 조선을 제압했던 것이다. 동아시아 각국은 야만으로 간주했던 서양 문명과 과학기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선인이 처음 접한, 상징적인 의미에서 서양의 과학기술은 증기선과 대포였다. 서양 문명은 17세기의 과학혁명, 18세기의 산업혁명, 19세기의 2차 산업혁명으로 성취한 과학기술문명이었다. 세계사에서 근대 유럽의 등장은 ‘유럽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극적이었다. 과학기술을 발판으로 300년 동안 성장한 유럽은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들어 전 세계를 지배했다. 유럽만이 증기기관과 강철, 전기를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서양 제국주의에 유린당한 비서양인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열등감과 무력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지 못한 패배감이 의식 깊숙이 자리 잡았다. 증기선, 대포, 철도, 전신 등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충격은 서양 문명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했다. 서양의 근대과학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과학기술은 자신의 열등함을 확인시켜주는 무서운 기계 그 자체였다. 서양의 과학기술은 증기선이나 대포와 마찬가지로 식민지의 자연과 인간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서양 문명의 물리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진화론도 모르면서 사회진화론을 받아들이고 뉴턴 과학도 모르면서 계몽주의를 부르짖고 있었다.

이와 같이 1장은 우리에게 과학은 무엇이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증기선과 사회진화론은 우리가 만난 서양 과학기술의 실체였다. 그 실체를 알아보고 근대과학과 계몽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는 서양 제국주의의 과학주의에 부당하게 상처 입었다. 사회진화론을 과학이라는 이유로 내면화하고 제국주의의 지배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우리의 잘못은 과학과 과학주의를 구별하지 못한 것이다.
▶ 다윈이 밝힌 진화는 ‘진보’와 동의어가 아니다

2장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이 왜 과학적 진리인지에 대해 살펴보고, 사회진화론, 인종주의, 우생학, 식민주의 등이 횡행했던 역사적 상황을 고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다윈의 진화론이 아니라 통속화된 사회진화론이었다. 일제가 기획한 조선의 근대사회는 식민지적 근대화였다. 우리가 근대성의 가치를 체화하면 할수록 식민지 체제에 포섭되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식민지인에게 주어진 과학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치가 아니라 단지 식민 지배를 위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근대 기획과 계몽의 대상이 되어버린 식민지인은 나아가야 할 출구를 찾지 못했다. 중국의 옌푸가 의도적인 오역으로 퍼뜨린 사회진화론에 대한 그릇된 신화를 반성하고, 다윈의 진화론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밝힌다. 다윈은 진화가 진보는 아니라고 했지만 서양인들 대부분은 진화를 진보의 동의어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양인들은 계몽주의의 역사적 진보와 진화론을 연결시켜 이해했다. 다윈의 진화론과 스펜서의 사상이 결합한 것은 시대적 열망이었던 것이다.

▶ 전기, 자본주의의 욕망을 끌어모으는 집어등

20세기는 과학과 기술이 융합된 과학기술의 시대였다. 그중에서 전기산업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19세기 제국주의의 시대에 전기 불빛은 온 세계를 골고루 비추지 않았다. 세계박람회에서 전기는 서양의 제국과 부를 과시하며 제국주의의 폭력과 식민 지배를 은폐시켰다. 또한 근대 도시의 전기 불빛은 자본주의의 욕망을 끌어모으는 집어등이었다. 과연 이 시대의 조선인들은 서양의 전기 불빛이 내포하는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을까? 전기의 원리에서부터 산업적 성공에 이르기까지 전기에 관한 사실은 왜곡된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조선에서 “20세기 문명의 은인”으로 추앙받았던 에디슨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추악한 짓까지 서슴지 않았던 발명가였다. 전기야말로 기술혁신의 이름으로 특허전쟁이 치열하게 일어난 분야였다. 전기는 과학과 기술을 융합시켰고 제2의 산업혁명을 일으킨 주역이었지만, 전기기술을 둘러싼 그 이면의 암투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낳기도 했다. 서양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총아였던 전기는 분명 시대적 산물이었다. 이렇듯 3장에서는 패러데이, 맥스웰, 에디슨 등을 통해 전기의 원리와 산업화에 대해 살펴보고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전기 문화와 과학대중화 운동을 고찰한다. 개항 이후 과학기술이 우리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면서 과학주의가 내면화되는 과정을 검토한다.

▶ 일본 과학계의 성장은 조선인들을 착취하며 이뤄낸 성과였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은 한국 근대문학의 이정표를 세웠으며 생명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라비틀어진 존재로 자신의 불운을 자조했던 시인이다. 경성의 ‘모던보이’에게 식민지의 현실은 가혹한 운명의 굴레였다. 일제의 강제병합이 일어났던 1910년에 태어난 이상은 28세가 되던 1937년에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식민지가 낳고 기른 불쌍한 청년은 폐결핵에 시달리다가 허망한 최후를 맞이했다. 일제에 의한 조선의 근대화는 제국주의의 이익을 위한 식민지적 근대화였다. 식민지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 조선총독부에서 전문기술자로 일했지만 이상은 일제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다. 기하학과 뉴턴 과학을 겉핥기로 배웠으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시로 풀어낸 천재 이상에 비해 식민지 본국 일본에서 이상보다 3년 일찍 태어난 유카와 히데키는 일본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된다. 그는 28세에 중간자를 발표하고 세계무대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면 이상은 28세가 되던 1937년에 도쿄에서 ‘불량한 조선인’으로 체포된 뒤 폐병이 악화되어 죽었다. 4장에서는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시인 이상을 비롯해 도상록, 이태규, 신건희, 리승기 등 식민지 과학기술자의 삶과 애환을 돌아본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등 물리학의 혁명에 관한 이론적 내용을 쉽게 설명한다. 이와 연결하여 당시 일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유카와 히데키와 나가오카, 니시나 등을 통해 일본 물리학계가 유럽의 과학을 어떻게 수용했는지 살펴보면서 일본과 식민지 조선의 과학적 토양을 비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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